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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Apr 03. 2017

특목고 학생 학부형과의 대화 (1)

지인과 대화중에 나온 얘기다.고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데, 자신은 정말 초등학교 때 부터 최선을 다해서 아이를 일류 인재로 키우기 위해 노력을 했단다. ( 이런 분들 은근히 많다. 헌데 정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신 듯 하다 )


초등시절 부터 학원을 알아보기 위해서 엄마들 사이의 네트워크 형성에 힘썼고, 2-3년 선행교육은 당연한 것이었고, 초등학교 고학년 부터는 특목고를 목표로 해서 철저하게 준비시켰다는...


해서 중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시간표를 부모가 관리해 가면서 학원에서 학원으로 이동하고 먹이고 ... 하는 모든 과정에 엄마가 자가용을 몰아서 운전사 노릇을 해 가면서 아이를 독려했는데, 다행히 아이가 특목고에 들어갔고 또 특목고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에 아주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헌데 이번 대선에서 대선후보들이 특목고를 없앤다는 공약들을 내놓는게 자기는 너무 억울하고 분하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단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경쟁은 당연한 것이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는 아이 그 경쟁에서 살아남는 엄마가 되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노력하고 살았는데 그 노력을 부정하고 이제와서는 특목고를 없애고 모든 고등학교를 하향평준화 한다니 말도 안된다... 라는 이야기를 열심히 하시더라.


그리고는 이런 얘기도 곁들였다. 괜히 특목고 잡지 말고 일반고 선생님들이나 제대로 잡으라고, 일반고 선생님들이 얼마나 엉망인지 아냐고. 제대로 수업도 못하고 아이들 생활 컨트롤도 못하는 무능한 선생들이 대부분인 실상을 벗어나고자 특목고라도 들어가기 위해 애쓴 자신이 무슨 잘못이 있길래 이제와서는 다시 그런 무능한 선생들이 들끓는 학교로 돌아가라고 등을 떠미는 것이냐고....


사실 이런 부모들을 많이 보기도 봤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름 시대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서 필자도 마음은 충분히 이해도 가고 공감되는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필자도 입은 뚫려 있기에 할 말은 해야겠다...


해서 대화의 내용중에 필자의 생각을 각색해서 좀 적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전의 글들의 내용을 재탕하는 부분도 있지만... 뭐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적어보기로 한다.


1. 중고교 시절의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을 갔다고 해서 세상의 인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인재는 사회생활에서의 실력과 그에 따른 평판으로 인정받습니다.


한국사회는 학벌이 사회의 기득권을 형성하는 가장 큰 매개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래서는 안됩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공부를 많이하고 똑똑하다는 사람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예를 보더라도 어마어마하게 공부를 잘했고, 기회를 잡아 권력을 쥐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에 어마어마한 해악을 끼친 인물로 여겨지고 있죠.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사람들의 눈에 피눈물을 나게 했으면서도 자신은 죄가 없다고 잡아떼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잘 해야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부를 좀 못했더라도 인성과 신망을 바탕으로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상식이 통하는 리더가 좋은 리더입니다. 상식에 기반해서 큰 줄기를 잘 잡고, 원칙에 근거하여 계산이 서는 흐름을 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 되는 시대죠. 우직하고 정직한 리더에 디테일에 강한 참모... 가 가장 좋은 지휘본부의 모습이 아닐까요? 


중고등학교때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해서 그것으로 곧바로 좋은 직장과 권력층으로 직행하는 것은 건강한 세상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2. 특목고는 지금은 "인맥형성에 유리한 입시명문고" 가 되어 있습니다.


특목고의 애초목적은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의 조기발굴과 인재양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과학고를 다녀도 과학인재로 크는게 아니라 의대를 가고, 외국어고는 거의 외국어 관련학과에 진학하지 않는 특목고가 되어버린지 오래되었죠. 그냥 입시명문고가 되어버렸습니다.


과거에는 강남 8학군의 학교에 들어가면 대학입시에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처럼, 지금은 특목고에 들어가면 거의 명문대 진학은 따 놓은 당상이고 거기에 그곳에서 형성된 인맥은 앞을 사회 기득권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것을 원래대로 되돌린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과학고를 다니는 아이들은 반드시 이공계 대학을 가야만 하고 의대에 진학을 금하게 하거나 외고 다니는 아이들은 반드시 외국어 관련 학과에만 진학하고 법대 또는 로스쿨 진학을 허가하지 않게 한다면요?


그런 법 자체가 위헌소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외고 과학고 다니는 학생들과 부모들 부터 반대할겁니다. 아마 의대 보내려고 여기 보냈지 물리학 하라고 여기 보낸게 아니라는 얘기도 나올걸요?즉 외고와 과학고가 애초의 목적으로 돌아가기는 이제 어려워졌다는 거죠.


3. 특목고의 존재가 중고등학교의 공교육을 부수어 버리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특목고의 개선이 아니라 일반고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중학교 고등학교 공교육을 파괴하는 합법적인 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사실 공교육은 사교육과 달리 아이큐 100 - 110 정도 가지고 있는 학생정도도 충분히 소화 가능한 수준이어야 합니다. 그 정도가 실제 평균적인 사람들의 지능지수에 해당하니까요. 그 정도의 두뇌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 맞추어 공부를 하는 것을 하향평준화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제가 미국의 중산층 가정의 자제들의 평균 지능이 102 정도라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헌데 아이큐 100 정도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살아갈 희망을 가지기 어려울 정도로 "열등한" 사람일까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능이 떨어지면 솔직히 가르치기 힘든건 사실입니다. 같은 내용을 가르치더라도 머리 좋고 암기 빠른 학생들보다 시간도 많이 들고 납득시키기 위해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죠. 그건 잘 압니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에게도 충분히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IQ 이외에 EQ 이야기도 하고, 창의성지수 같은 이야기도 하는 시대입니다. 한 아이가 모든 재능을 다 한몸에 가진 법은 없습니다. 아무리 떨어지는 것 같은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장점을 찾아주고 키워주고 적절한 기회와 교육을 마련해 주면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습니다.


공교육의 수준을 특목고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논리에 찬성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공교육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도 소화 가능한 수준" 으로 편성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그 평범함 위에 튼튼한 기초가 마련을 해 주어서 졸업 이후 생업의 현장에 들어갔을 때 그 곳에서 졸업생들에게 요구되는 일들을 소화 가능한 자질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거기에 비해 특목고는 사교육에 가깝죠. 어떤 특별한 한 분야에 관심과 재능을 보이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도전의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목표가 틀린거죠.


헌데 특목고라는 존재가 중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중학교는 특목고를 목표로 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로 갈리게 됩니다. 그로 인해서 교실 안에서의 수업이 분산되게 됩니다. 어떤 아이들은 수업을 듣고 어떤 아이들은 혼자 학원교재를 봅니다. 당연히 제대로 된 수업이 되어지기 어렵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되지 않냐고요? 그건 한번 그렇게 생각하는 학부형이 직접 선생의 위치에 서서 가르쳐 보시면 절대 그런 얘기 하기 어렵습니다. 당장에 한번 실험을 해 보세요 아이들 몇명을 가르치는데 그 중의 반 정도를 만화책을 주면서 딴짓을 하라고 시키고 나머지 반 정도를 교재를 주면서 한 책상에서 공부를 시켜 보세요.


그 수업 제대로 될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만화책을 보고 있는 아이들을 함부로 제제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한다면 말이죠. 절대로 제대로 된 수업이 될 수 없습니다.


또한 고등학교 수업도 망가집니다. 이전에 제가 쓴 글에서도 언급된 바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의 존재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이죠.


일단 일반고등학교에서 그런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학생들이 싹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학생들이 비게 된 자리에 "박탈감과 패배감"이 남게 되는거죠. '우리는 특목고 못간 아이들... 한마디로 떨거지들 이란 거지' 라는 생각 말이죠.


더군다나 이 시기는 10대입니다. 가장 자존감이 떨어져 있기도 하고 사소한것에도 감성이 상처입기도 하는... 사춘기 + 질풍노도의 시기... 이죠. 만일 아이들이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잘못 판단한 것 때문에 벌을 받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같은 내용을 배우더라도 "감성"에 따라서 엄청나게 실력이 늘 수도 있고, 흥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나이인데 꼭 그렇게 박탈감이라는 감성을 심어주어야 할까요?


아마도 독자 분들은 그런 경험이 있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학선생님이 마음에 들면 수학성적이 좋고, 물리선생님이 마음에 안들면 물리성적이 안좋은... 똑 같은 내용을 배우는 비슷한 실력의 학생이라도 단순한 "기분"에 따라서 성적이 틀려지는 것이 그 시절의 특유의 감성이 아닐까요? 특권이기도 하고요...


물론 특목고에 들어가서 그 곳의 교육에 만족하고 있기에 특목고의 해체에 반대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공교육이 일단 바로서야 그 위에서 사교육이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4. 공교육은 납세와 이어져있는 국가의  근간이 되는 시스템 입니다. 붕괴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우선순위 사항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에게 있어서 교육은 의무입니다. 납세와 마찬가지로 의무입니다. 또한 교육은 권리이기도 합니다. 납세와 교육은 이어져 있고 또 당연히 이어져 있어야 합니다.


교육이라는 의무를 이행하면 납세자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교육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교육을 받은 사람이 납세자가 되어 다시 그 세금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죠.


공교육의 목적은 우리나라에서 국민으로 살아가는데 충분한 능력을 만들어 주는데 있어야 하죠. 그 튼튼한 기본 위에 사교육이 자리해야 우리나라 시스템의 큰 그림이 그려지게 된다고 생각되네요


헌데 사교육이 공교육을 망친다? 그러면 사교육은 규제되어야 하고 다시금 공교육과 공존가능한 형태로 재조정되는게 맞는거죠...  


지금은 특목고에 자신의 모든것을 쏟아부었기에 화나고 아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만일 학부모의 손자가 우리나라의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해 외국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일이 벌어져서 손주얼굴 한번 못보는 인생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변혁의 시기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초를 다시 만들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내가 겪고 있지 않지만 겪을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면" 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모두를 위해 가장 좋은 길"이 무엇일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특목고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공교육과 병행이 가능하다면 그 나름대로 좋은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특목고 자체도 애초의 취지에서 멀어졌고 그 원인으로 공교육이 무너져버렸다면 일단 지금은 공교육부터 살리는게 먼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 다음편에서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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