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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Apr 10. 2017

질문 해 올때 까지 기다리는 것의 가치

필자는 야구를 참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넥센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의 팬이기도 하다. 팬이니까 팬심으로 구단에 관련된 신문기사는 꼼꼼하게 챙겨보는데 2015년에 올라온 신문 기사중에 하나가 굉장히 와 닿아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지금 KT위즈 구단으로 옮긴 장시환선수의 인터뷰였다. 기사의 좌표는 여기니까 한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6/15/2015061500479.html )


요약하고 각색해서 옮기자면 .... 장시환선수가 넥센 히어로즈 시절에는 구단 안에서 최고의 구속을 자랑하던 선발 요원이었는데 몇년간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마침 구단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던 송신영선수가 트레이드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 때 송신영 선수가 장시환에게 그랬단다. "시환이가 한가지만 고치면 정말 잘 던질 것 같은데..." 


뭘 고쳐야 할지는 얘기 안해주고 몇가지만 고치면 될 것 같다... 라고 얘기를 했는데, 당시에는 별 관심도 안 가지고 시큰둥했더라고 한다. 자존심도 있어서 아직까지는 그 가르침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었다... 라고 본인이 나중에 다른 인터뷰에서 이야기 했었다.


그런데 거의 1년 넘게 지난시점에도 여전히 야구가 잘 되지 않고 있으니까 송신영 선배의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어떻게든 송신영 선배로 부터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갔고, 그 때서야 송신영은 장시환에게 자신의 생각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그게 어떤 가르침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계기로 장시환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었다. 얼마전에는 WBC 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중의 한명이 되었고...


필자는 이 기사를 보고 "송신영 선수는 정말 좋은 교육자가 될 소질이 다분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가르치는 입장에서 쫓아가서 자신이 가르치고 싶은 걸 이야기하는 건 쉽다. 더군다나 가르침은 일종의 잘난척(?) 아니겠는가? ㅎㅎ 멋모르는 아이들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잘난척 한 번 해 주면 뭐 나름 얼마나 시원하고 뿌듯한가 말인가 ㅎ


하지만 그건 선생님으로서는 하지 말아야 할 일 중의 하나다. 자기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신의 가르치는 지위를 악용하면 안된다. 그런식으로 가르치면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 리가 없고, 마음이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가르침이 있을 수 없다.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무언가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그 가르침은 학생들의 마음에 콱 박히지 않는다. 한마디로 "이런 거 왜 배워야 하는거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질문을 해 오기까지 기다리는 기간은 "질문을 만드는 사람이 마음의 준비 뿐 아니라 자신의 기존 지식을 정리하는 작업"이 되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조금 기다려 주는 건 정말 정말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대해서 필자는 많이 손 봐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절대적으로 아이들에게 질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다려주고 아이들에게 수업의 주도권을 내어 줄 수 있는 여유가 전혀 없다... 라는 것. 필자는 이게 정말 안타깝낟.


질문이란게 그냥 하는게 아니다.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뭐를 알고 뭐를 모르는지 정리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 정리되어서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건데... 이게 이건가? 이게 이거라면 저건 어떻게 되어야 하는거지?' 라는 식으로 내가 물음표로 놓고 있는 미지의 지식 주위의 것들과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정리해야 좋은 질문이 나온다.


가끔은 완전히 엉뚱한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 말이 안되는 것 같은 ... 그런 질문. 헌데 그런 질문이 자신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관념에 결정적인 개념을 팍! 하고 심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 필자의 수업에 있었던 실제 이야기를 옮겨 본다.


java 언어를 가르치면서 배열 개념을 가르쳤다. 그리고 그 며칠후에 자료구조에 대한 내용을 가르치면서 LinkedList 개념을 가르쳤다. 헌데 이 개념은 좀 어렵다. ㅎㅎ 기본적인 java 언어의 문법을 거의 숙달하다 시피 익히고 있어야 구사가 되는 개념이기도 하고...


해서 열심히 강의를 하고 있는데, 어느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선생님 질문 있습니다. 지금 저희들이 배우고 있는 LinkedList 를 활용하는 예제를 몇개 해 보니까... 사실 LinkedList 로 만들 수 있는 코드를 배열로 거의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맞나요?"


"어 잘 봤어. LinkedList 로 만들 수 있는 건 배열로 거의 만들수도 있어."


"그럼 배열로 한번 만들어 주시겠습니까?"


"뭐 어려운거 아니지... 다른 사람들도 한번쯤 공부가 될 것 같으니까 같이 한번 생각해 보자... 이 개념을 배열로 만들면 이런 코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하면서 뚝딱 뚝딱 코드를 짜 준다.


예를 들면 이런개념이 되는거다.


List<String> ls = new LinkedList<String>();

ls.add( "apple01" );

ls.add( "apple02" );

ls.add( "apple03" );

for( String t : ls ){

System.out.println( t );

}


이 코드가 LinkedList 를 이용하여 만든 코드라면


String[] ls = new String[3];

int i = 0;

ls[i++] = "apple01";

ls[i++] = "apple02";

ls[i++] = "apple03";

for( int j = 0 ; j < ls.length ; j++ ){

System.out.println( ls[j] );

}


이게 배열을 이용하여 만든 코드가 된다. 결과는 똑 같고


"선생님 헌데, 왜 배열만 배워도 되는 걸 LinkedList 를 배워야 하는 건가요? 훨씬 더 공부해야 할 내용도 많고 복잡한데요"


"음... 일단 저 두 코드에서 "apple04" 라는 문자열을 추가하는 코드를 한줄 더 넣는다고 해 봤을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한번 돌려보면? 결과가 어떤가?


즉 위의 코드에 ls.add( "apple04" ) 를 한 줄 추가해 주고

아래쪽 코드에 ls[i++] = "apple04" 를 한 줄 추가하는 경우 이야기다.


"그렇게 해 보니까 위쪽은 에러가 안나는데, 아래쪽 코드는 에러가 발생합니다"


"그게 왜 그런가 하면 LinkedList 는 초반에 생성할때 기억용량을 제한하거나 하지 않는데, 배열은 처음에 생성할 때 기억용량을 딱 정해놓고 시작하거든. 해서 new String[3] 코드 시점에 3개로 기억용량이 딱 고정이 되기 때문에 4번째 데이터를 넣는 시점에서는 넣을 곳이 없어서 에러가 날 수 밖에 없지"


"선생님...죄송한 얘긴데요... 무슨 얘긴지 잘 모르겠습니다. 잘 와닿지 않는데 좀 다르게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흠... 그럼 이렇게 생각해 보자. 너 스마트폰 쓰기 전에 그냥 2G 나 3G 폰 써 본적 있는감?"


"예 당근히 써 봤습니다."


"거기에 문자 주고 받으면서 저장하는 갯수 제한이 있나? 아니면 무한하게 저장이 되었는가?"


"2G 폰 같은 경우에 문자 100개 까지 저장이 되었는데, 만일 100개가 넘어가게 되면 제일 오래된 문자부터 삭제되었습니다"


"그게 왜 그런가 하면... 처음부터 문자 하나를 저장할 수 있는 기억공갠의 갯수를 100개로 정해놓고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겠지? 그럼 2G 폰에서는 기억공간을 LinkedList 로 만들었을 것 같나 아니면 배열로 만들었을 것 같나?"


"아... 배열은 100개로 정하면 늘리거나 줄이지 못하고, LinkedList 는 메모리만 충분하면 계속해서 늘려갈 수 있으니까... 이건 배열로 만들었겠네요!!"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좀 더 잘 만들 생각을 했다면 LinkedList 같은 걸로 만들고 그러면 메모리 기억공간을 늘려서 문자를 무제한으로 저장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제 좀 이해가 됩니다. 즉 몇개를 저장해야 할 지 정하고 시작하는 경우에는 배열이 적당하고, 몇개가 저장될지 모르는 경우에는 LinkedList 를 써야 하겠네요!!"


"내가 처음에 시작할때 가르쳐 준거잖아 그거 ㅎㅎ"


"그 때는 무슨 얘긴지 몰라서 그냥 어 어 했는데 이제 이해 됩니다"


이런거다... 수업이라는 게...


사람이 가르친다고 해서 다 머리속에 쏙쏙 들어가는게 아니다. 머리도 한계가 있고, 사람마다 다 선수지식의 차이가 있어서 어느 사람은 가르치면 쏙쏙 들어가지만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머리속에 들어가는데 많은 고생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거 감안 안하고 아이들에게 충분히 질문을 만들고 질문 내용을 가지고 토론하고 답을 찾는 과정 없이 그냥 막 진도만 나가면... 머리가 좋아서 듣는대로 이해되거나 아니면 선수학습이 되어서 어느정도 알고 수업에 들어온 애들만 진도를 감당할 수 있게 된다.


유능한 선생은 질문해 올 때 까지 기다릴 줄 안다. 그리고 질문을 받아들일 마음과 머리의 준비가 되었는지 살피고 그 위에 답을 떨군다. 그게 지혜로운 것이다.


해서 ... 시스템이 아이들로 부터 질문을 충분히 만들고 생각할 시간을 주지 못한다면 그건 바른 교육시스템이 아니다. 헌데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그런 시간 잘 안준다. 그리고 아이들 사이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개인의 차이도 고려 안한다. 그냥 어른들 사정에 맞추어서 진도만 열심히 나간다...


질문해 올때 까지 기다려주고... 그 질문을 통해 지식이 머리 속에 자리를 잡을 때 까지 같이 논하고 토론하고 나누는 일이 일상화 되는 교육... 그런게 참 귀한건데,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 맘이 아프고 속상하고 화도나고 그렇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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