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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Feb 09. 2017

선생은 찾고 , 믿고 , 맡겨야 한다.

최근 대통령 탄핵정국에 들어서면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많았다. 사람들이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과 그를 추궁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고 탄식했고 분노했고 아파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사람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정없이 몰아 붙일 정도로 강단 있었던 사람었다. 그리고 20대 초반에 고시에 합격하고 검사로서 승승장구 했던 우리 사회의 0.1%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었던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다. 헌데 그가 청와대에 입성하고 권력을 추구하면서 벌인 많은 일들이 정말 "우리나라에서 성공했다는 사람이 저렇게 말도 안되는 일을 하고 있구나..." 라는 걸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기에 그러했다.


지식이 많은 사람, 학식이 많은 사람은 자동적으로 능력있는 사람이고 바르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틀린 생각이다.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기에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학교에서 성적 좋은 아이가 곧 성격과 인성이 훌륭한 아이가 아니라는 건 거의 상식스러운 일이니까...


그리고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경우 부모가 돈과 권력을 이용하여 모든 것을 다 안겨주었고, 권력과 돈의 비호를 최고로 받으면서 자라났지만 그 인성에 모두가 혀를 찼다. "정유라 같은 아이로 크지 않기 위해 애들에게 인성을 가르치는 학원을 알아봐서 거기에 보내야 겠다" 라는 얘기가 부유층에서 나온다... 라는 우스개 얘기 까지 있었으니... 대통령의 탄핵사건은 정치사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많은 충격과 깨달음을 주었다.


거기서 필자가 눈여겨 본 것은 "지식과 학식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을 자신의 욕망에 사용하기 위해 작정하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하는 면이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폭력을 휘두르는 것 보다 어쩌면 더 무서운것이 자신의 학식과 지식을 휘두르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 뭐... 그런 얘기들 흔히 있지않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때 정말 머리 좋은 애들이 금융상품 만들어서 나라 거덜내고... 금융사건사고 때문에 감옥가고... MIT 애들이 그 좋은 머리로 라스베가서 가서 블랙잭해서 돈 벌고... 머리 좋은 애들이 어떻게 보면 더 무섭다... )


선생의 인격이 왜 중요하냐면 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인격이 뒷받침된 지식이라야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다가서고 그들에게 감동을 주어 사람의 내면으로 부터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진심과 마음으로 다가가지 않은 지식에게 요즘 아이들은 머리를 열어 주지 않는다."


필자의 요즘 관심분야는 인공지능이다. 최근 좋은 인터넷 강좌를 소개받았다. 홍콩 과기대의 교수로 계신 김성훈 교수님의 강좌인데 관심있는 사람들은 한번 볼 만 하다. 강력히 추천한다. ( https://www.youtube.com/watch?v=BS6O0zOGX4E ) . 그 내용도 정말 훌륭하지만 정말 감동한게 그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님의 태도이다. 사실 굉장히 어려운 개념이지만 "이 이상 더 명쾌하게 강의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어떻게든 정확하면서도 쉽게 인공지능의 개념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에 감동받았다.


사실 인공지능에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서서히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들도 자신들이 아는 것에 그닥 깊이가 없으면서 "내가 이런걸 알고 있으니 나는 비싼 사람이야" 라고 이야기 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다.


선생들이 자신의 아는 것을 과시하려는 마음으로 자신의 지식을 푸는 것과 자신이 아는 것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자신의 지식을 푸는 것은 천지 차이다.


이런 생각을 해 보자. 학부모가 학원을 찾아서 적절한 강사를 발견하여 자신의 자녀에게 해당 강사의 수업을 듣게 하였는데, 이 부모가 노심초사 언제 어떻게 성적이 오를지만 관심이 많아서 강사에게 시시때때로 아이의 현재 상태에 대해 묻고 들들볶고... 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사실 강사들도 벌어야 먹고 사는 사람인데, 강사가 받는 수강료는 학부모로 부터 나오게 된다. 그렇다면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해서 학부모를 감동시켜야 하는게 경제적으로 맞는 거다. 해서 이 강사는 "당장에 학생에게 좋지 않은 방법이라 할 지라도" 당장의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써야 할지 아닐지를 고민할 것이다.


여기서 선생님의 인격에 의해 행동은 갈리게 된다. 아마도 학생을 위하는 마음이 큰 선생이라면 부모의 걱정을 진심으로 위로하지만 학생의 편에 서서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고, 학생을 위하는 마음이 적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생각하는 선생이라면 당장에 어떻게든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


사실... 강의하는 입장에서 이건 정말 큰 딜레마인게... 실적을 올려야 한다고 쥐어짜면 정말 난감해 질 때가 많다. 평균 점수를 몇점을 맞게 해야 한다느니... 옆의 반보다 성적이 좋네 나쁘네... 솔직히 강사의 입장에서는 생산성 독려하듯이 압박하여 강사를 통제하고 그것을 통해 학생을 통제하는 이게 정말 곤란한 일이고 힘든 일이다.


사실 필자 같은 경우는 굉장히 행운이라고 생각하는게... 필자가 강의를 시작할 무렵에는 강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드물었다. 해서 한 두번의 실수 때문에 밥줄이 끊기는 일은 비교적 드물었다 ( 물론 큰 실수를 한 사람은 퇴출이었지만 ) 하지만 요즘은 취업난 때문인지 강의 경력이 일천한 강사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런 강사들 같은 경우에는 한 두번의 실패로 곧장 다른 직업을 알아봐야 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그런 '을'의 입장에 놓이게 되면 강사들은 관리자의 압박하는 말에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능력있는 강사에게 강의를 맡겼으면 일단 끝까지 그 강사를 믿고 가는거고, 강의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터치하지 않는게 제일 좋다. 그리고 강의가 끝나고 난 다음에 냉정하게 평가하여 그 강사와 계속 같이 갈 것인지 아닐것인지를 결정하는게 좋은데... 사실 이 바닥에서도 보면 좋은 강사와 나쁜 강사를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이 없는 관리자도 많고 학부모는 더 많다. 그러니 믿고 맡긴다고 하면서도 내내 들들 볶고 자기 뜻대로 좌지우지 하려고 험한소리 하는 진상고객들이 생겨날 수 밖에 ( 그런 진상고객님들의 흔한 착각... 자신이 갑질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갑질을 해야 한다. 갑이 을을 들들 볶은 만큼 자신이 이익을 본다... 라고 생각하더라. 헌데 천만의 말씀이다 )


위에서 적은 이야기를 다시 반복해서 적어본다.
"진심과 마음으로 다가가지 않은 지식에게 요즘 아이들은 머리를 열어 주지 않는다."


강의는 생물이다. 강사와 학생 모두 사람이다. 서로가 진심으로 다가서면 거기서 공명이 일어난다.

진심으로 듣고자 하고 진심으로 가르치고자 하면 거기서 벌어나는 일은 실로 아름답다.


사실... 선생도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가진 지식으로 얼마든지 나쁜 일을 할 수 있다. 자신의 안녕과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자신의 지식을 악용할 수 있다. 어설프게 선생을 이용하려고 들다가 아마도 큰 코 다칠 수도 있을 것이다. 선생들이 그렇게 성인군자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멍청한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사람이 자신을 부리려고 하는지 아니면 자신을 존중하는지 대번에 알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느 교육기관에 주로 개발자 출신의 강사들이 많이 있었는데, 거기에 문과 출신의 개발경험이 없는 강사가 한명 들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 강사는 개발자 출신의 강사들과 비교해서 프로그래밍 능력이나 실전 경험은 일천하지만 고객에 대한 철저한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해서 기존의 강사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강의 만족도를 얻었다고 한다. 그것으로 관리자들로 부터 신뢰를 얻었는데 그 와중에서 내부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문과 출신의 강사처럼 강의를 하는 사람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강의 평가 기준이 완전히 뒤집혀 지는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 1990년대 후반의 일이었다 )


덕분에 그 기관에서는 정말 소프트웨어 개발로 엄청난 내공을 자랑하던 강사들이 무능한 강사라는 딱지를 받고 강의현장에서 하나 둘 사라졌다. 그러면서 정말 현장경험과 깊이있는 깨달음을 주던 강의들도 같이 사라졌다. 그 교육기관에서는 책에 있는 내용밖에 들을 수 없는 강의만 한다는 이야기가 돌게 된 것도 그 시점으로 부터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솔직히 엄청난 내공... 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실력이 있는 강사들이면 관리자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얘기 잘 안듣는다. 하지만 개발경험이 일천하면서 또한 자기기반이 없는 강사이라면 관리자들에게 얼마나 잘 맞추고 지냈을지 안 봐도 훤히 보이긴 하다 )


이 과정에서 그 문과 출신의 비개발자 강사가 어떤 일을 벌였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추측컨데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평가를 기준을 자신에 맞게 설정하고자 하는 시도는 있었을 거다. 정치가 뭐 다른게 정치인가 이런게 정치지... 자신에게 유리한 룰을 도입하게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거 말이다.


가르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 강의는 틀려진다. 단순히 압박한다고 해서 결과가 다 좋아지지 않는다. 강사로 부터 어떻게 최고의 강의를 뽑아낼 수 있는가... 이 문제는 그냥 들들 볶는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정말 믿을 수 있는 강사를 뽑아야 하고, 그 강사를 믿어야 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 이후의 평가나 관리자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들은 같이 이야기를 해 보면서 결정해야 하지만 말이다.


믿을 수 있는 강사를 찾을 수 있는 안목을 길렀으면 좋겠다.

그리고 강사도 자신이 왜 강의를 하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어떤 강의를 해야 하고 자신이 가진 지식을 가지고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좋은 강사가 길러지고 그 좋은 강사를 믿고 신뢰하면서 머리를 여는 학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공부할수 있는 힘을 만들어 주는 교육과 누군가에게 그럴듯하게 보여주기 위한 교육은 분명 틀리다. 틀릴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의 선택은 달라지고 가는 길은 틀려질 수 밖에 없다.


물론 때로는 보여주는 공부가 필요하다. 그래야 취업도 하고 진학도 할 터이니... 하지만 모든 경우에 다 보여주는 공부가 가능한 것이 아니고, 때로는 눈치고 체면이고 다 내려 놓고 공부하는 힘 부터 길러야 하는 교육이 필요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좌우의 눈치가 충분히 보이는 상황에서도 소신있게 아이들의 공부하는 힘을 길러주는 길을 택하는 선생님들을 나는 응원한다.

그 길을 가고자 하는 선생님을 찾아내는 사람은 정말 보물을 찾아낸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 보물은 보물 답게 아끼고 존중하면서 서로 공명하는 삶을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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