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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Feb 10. 2017

봉숭아학당은 최고의 교실이다.

필자는 예전에 개그 프로그램 중에 유독 좋아하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봉숭아 학당...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보았을 것이다. 개성 넘치는 학생들이 모여서 온갖 이야기를 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학급... 필자는 이 봉숭아학당을 가장 이상적인 학급의 모습으로 본다.


아니 그런 무질서하고 제멋대로이고 통제도 안되는 학급이 이상형이라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분명 있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필자의 소신으로는 봉숭아학당이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교실의 모습이 맞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우에는 장교로 전역해서 대기업에 입사한 사람들의 교육을 담당한 적이 있었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반장을 중심으로 일사 불란하게 의견이 전달되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꼬박꼬박 되어지고 ( 마치 군대에서 명령에 복종하는 것 처럼 ) 모두가 개인 돌출행동 하는 법 없이 두루두루 친하고 두루두루 협력하면서 마치 전체가 하나된 것 처럼 움직이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아마 이런 모습이 우리나라의 기성세대들이 바라고 원하던 그런 젊은이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생각은 그런 모습이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른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군대라면 그런 모습이 바람직할 수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먹고 살아야 할 사람들을 키워내는 교실의 모습은 그런 모습이 아닌 봉숭아학당의 모습에 가까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봉숭아학당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정리해 보면


"헛소리라도 좋으니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없이 말하고, 거기에 진심을 다해 피드백을 주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고, 아무리 허황된 얘기를 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격적인 억압으로 이어지지 않기에 다음번에도 또 거리낌없이 헛소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실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우는 애들이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더군다다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컴퓨터의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개념이 그렇게 쉽게 잡히겠는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것을 가지고 머리속에서 이미지를 만들고 수정해 나가면서 하나 하나 배워야 하는게 프로그래밍이다.


이 상황에서 질문하지 않는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제대로 된 개념을 알고 있겠는가? 선생님이 잘 가르치면 한번에 알아들을 것이다? 해외의 유명한 책을 교재로 사용하면 보는것 만으로도 꺠달음이 올 것이다? 천만에 내 20년 경험을 걸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건 아니다. 


필자의 말이 틀리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사람은 본인이 직접 증명을 해 보면 된다. 그래서 앞에서 "코딩 교육에 대한 정책판단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들"은 직접 코딩을 경험해보기를 권한다... 라고 쓰기도 했고... 사실 책만 읽고 뭐 하나 만들어 보라고 시키면 곧바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건 마치 야구 서적에서 체인지업을 어떻게 던지는지 그림과 동영상을 통해서 가르쳐 주었다니 곧바로 체인지업이 던져지더라... 라는 수준의 이야기와 동일한 얘기다. 


김연아가 스케이트 타는 동영상을 보더니 곧바로 스케이트가 타 지더라... 라는 수준의 이야기와도 비슷하고


허황된 질문이라도 그 질문을 하는 것은 자아가 가진 지성과 감성을 담아서 하는 질문이라면 그에대한 피드백은 학생들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설사 "선생님 왜 변수라는 것이 필요한겁니까? 왜 필요한 건지 이해가 안갑니다" 라는 엉뚱하고 황당한 질문이라 하더라도 거기에 대해 또한 진심으로 반응하는 친구와 선생님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사람은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다. 구박이라도 애정어린 구박을 받는것도 중요한 피드백이고 말이다.


내가 질문을 하더라도 그 질문때문에 내가 비난받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야 질문이 가능하고, 내가 좀 허황되게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것을 가지고 나를 공격하지 않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질문의 문이 열린다. 거기서 부터 모든 가르침이 시작된다.


해서 필자는 강의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지금부터 봉숭아학당을 지향한다. 여기서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그거 때문에 인신공격을 당하거나 인격적인 모독을 하는 일은 없을것이다. 만일 질문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질문자를 비난하는 건 내가 용서하지 않는다. 단 황당한 얘기에 대해 구박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구박이라는게 인격을 모독하기 위한 구박이라면 그건 안되는거다."

"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질문은 우리 교실을 살아있게 만들어 준다. 때로는 질문 하나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반 모두가 달라붙어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그게 책에 있는 내용 하나를 더 읽는거 보다 너희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고, 특히 질문한 사람에게는 그러할거다."

"만일 너희중의 누군가가 질문을 던졌는데 그 질문에 답을 해 주기 위해 선생님과 반 친구들 모두가 달라붙어서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해결책을 찾았다면 그 질문한 친구는 그 질문한 것을 아마 평생 잊지 못할거다. 그게 정말 살아있는 공부 아니겠나?"


이게 공부다. 이렇게 하는 공부가 살아있는 공부다.

좋은 학생은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학생이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생각하는 학생이다.

좋은 선생님은 좋은 질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선생님이고 질문에 대해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 선생님이다.

때로는 정곡을 찌르는 답을 주고
때로는 시간을 줄 줄 알고

때로는 넘어갈 줄도 알고

때로는 "나도 그건 모르니까 그냥 좀 넘어가자 좀" 하고 웃을 수도 있는 선생님이다.


선생님이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만큼은 아는 대로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걸 알려주기 위해

질문이라는 것을 활용할 줄 아는 그런 선생님

그리고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는 학생...


그런 사람들이 어울려지는 교실은 정말 멋지다.


그러니까

교육을 한다고 하면서 통제를 바라는 사람들

자신의 지식을 알려주어서 학생들이 무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학생들을 통제하기를 바라는 사람들

다시 생각하시라


학생들은 살아있다. 그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같이 고민하는게 우리 모두가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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