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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May 01. 2018

내가 돈으로 기술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하는 근거



아마도 필자의 바로 이전 글에서 지금까지의 글과는 다른 느낌을 받은 분들이 계셨을 것 같다. "선생님은 진보적인 사상을 가진 분이신 것 같은데 어떻게 돈이 되는 트랜드, 돈이 되는 기술만이 유효하다는 생각을 하실 수 있으신가요? 선생님은 혹시 천민 자본주의를 숭상하는 분이십니까? 돈이 되지않는 기술, 돈이 되지 않는 사람은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른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듣기는 한다. 필자의 지인들은 거의 대부분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 중에서 종종 필자는 아주 자본주의적인 생각을 이야기 하곤 한다.


예를 들면?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종종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욕구를 내려놓고 공의와 정의를 추구하는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꽤 있다.


필자는 종교를 가지고 있는데 ( 개신교 교회에 다니는 기독교인이다 ) 사실 개신교 성경에 적혀 있는 내용들에서 보일 수 있는 구도자의 길과 유사한 느낌을 진보적인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느끼곤 한다


[ 뭐 대한민국의 기독교가 사람들로부터 욕먹을 짓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바 이다. 사실 성경에서 말하는 그리고 복음서에 적혀있는 예수님이 가르치신 내용에서 벗어나는 일을 밥먹듯이 하고 있다는 건 필자도 백번 인정하는 바 이다. 그래서 흔히 이야기하는 가나안 교인 생활도 몇년 해 봤었고... 하지만 그 방황과 고민의 결론이 성경의 가르침은 우리의 욕망을 채우고 살라는 것 보다는 욕망을 내려놓고 구도자의 길을 가는 것에 훨씬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


필자는 나름 구도자의 길... 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그 길은 대중적인 길은 절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에 스스로의 의지로 인간의 모든 욕구를 내려 놓는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고 ( 감옥과 같은 형태로 강제로 내려놓게 되는 경우에도 후유증이 남는다 ) 그것이 개인적인 차원이 아닌 집단의 차원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라면 성공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사실 과거의 역사에서 인간의 욕구를 내려놓거나 또는 부정하고 이상향을 그려놓고 그것을 위해 구도자의 길을 가야 한다고 외친 사람들은 꽤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들을 생각해 보면 썩 좋은 결과만을 가져 온 것은 아니었다.


정보기술 그리고 프로그래밍에 관련된 기술도 비슷하다. 천재적인 인물에 의해서 혁신적인 개념들이 이야기되고, 이것들이 지금까지의 불편함들을 일거에 바꿀것이라고 이야기 되던 수 많은 기술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기술들이 정말로 처음에 이야기 하던 것 만큼 세상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놓았는지를 이야기 해 보면 처음에 이야기 하던 임팩트에 훨씬 못미치는 영향력을 가지거나 아니면 별 영향력 없는 모습으로 슬그머니 시장에서 퇴출되는 결과를 만들어 낸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 필자가 히스토리채널에서 본 다큐멘터리중에 마약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거기에서 주사기의 발명이 마약과 연관관계가 있었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흥미로운 것이 주사기가 발명되면서 의사들은 이 혁명적인 도구가  만들어 지면서 인류는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물론 주사기는 엄청나게 중요한 의료기기가 된 건 확실하지만 그것이 인류의 모든 질병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들지는 못한것 아닌가? 필자는 그 방송을 보면서 이것이 프로그래밍 관련된 기술과 참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


 기술혁신을 이야기 하면서 야심차게 시작된 개념들이 용두사미(?) 처럼 처음의 기대효과에 비해 미미한 영향으로 그친 경우들은 요즘만의 일은 아니다. 이전에도 그런 케이스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고 아니 그런 케이스들이 대부분이다. 처음의 혁신적 개념들 그 이상의 영향력을 미친 경우라면 인터넷과 웹브라우저 그리고 스마트폰 정도일까?


요즈음에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고 저마다 뛰어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필자는 정말 프로그래밍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C언어를 이해하고 구사하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운영체제를 만들어 낸 언어가 C언어이고 또한 java 나 파이선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들어 낸 프로그래밍 언어가 C언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요즘 프로그래밍을 시작하는 학생들은 이런 C언어가 과거의 산물이고 지금은 한물간 기술이라고 생각할른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큰일 날 소리' 라고 생각한다. 지금 파이선 자바스크립트 자바 GO 같은 언어들이 생겨났고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만 C언어로 개발되고 유지되어야 하는 분야는 아직도 건재할 뿐더라 생각보다도 훨씬 많다


헌데 이 C언어의 경우도 과거에 "이 혁신적인 언어를 통해서 프로그래머는 한번 프로그래밍 한 코드를 이 기계 저 기계에 적용하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과거의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기계에 특화된 개별적인 어셈블리언어로 되어지던 시절에는 하나의 컴퓨터에서 동작하도록 프로그래밍된 코드는 다른 컴퓨터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 요즘으로 이야기 하면 윈도우에서 동작하던 코드는 애플 운영체제에서는 동작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헌데 C언어가 만들어지고 그 효율성이 인정받게 되면서 거의 모든 컴퓨터가 C언어 컴파일러를 탑재하게 되고, 각 컴파일러는 표준 C언어 문법 ( 이것을 ANSI C Programming Language 라고한다 ) 를 준수하게 되니, 표준 C언어 문법에 맞게 작성된 코드는 각 머신에 탑재된 컴파일러를 이용하여 각각의 머신에 동작할 수 있는 실행코드를 생성하게 된다... 라는 과정을 통해서 과거 프로그래머들의 악몽과 같던 시절이 종지부를 찍었고, C언어를 통해서 프로그래머들에게는 자유로움을 그리고 투자자들에게는 개발비용 절감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어느정도는 맞았지만 어느정도는 빗나가 버렸다. 그리고 한번 코드를 작성함으로 모든 머신에서 동작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은 그 이후에도 여러번의 시도를 거쳤지만... 아직까지도 그런 시대는 오지 않았다.


[ 그 이후에 java 언어가 그런 꿈을 꾸었다. 한번의 코드 작성을 통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은 별도의 과정 없이 다른 머신에서도 동작하게 된다고. 그리고 필자도 그런 특성을 이용하여 윈도우에서 개발된 결과를 리눅스나 유닉스 운영체제에서 서비스하는 형태로 그 편리함을 많이 누렸다.


하지만 java 언어를 동작할 수 있는 환경이 모든 컴퓨터에 허락된 건 아니었다. 물론 새로운 언어와 개념이 생기면서 그에 어울리는 새로운 용도가 생겨나고 기존의 불합리성이 제거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은 과거의 불합리성을 제거하는 동시에 새로운 해결과제를 만들어 낸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java 언어로 만들어 낸 결과코드가 이용하는 jar 파일의 갯수가 늘어나게 되면서 또 다른문제가 발생했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maven 이라는 기술이 등장했다. 또한 java 언어는 기존의 C++ 언어와는 달리 표준적인 클래스를 풍부하게 제공하여 코드의 호환성을 높였다고 했지만 그로 말미암아 다양한 쓰임새가 생겼고 그 쓰임새에 필요로 하는 비표준적인 라이브러리가 난립하게 되었으며 그로 말미암아 프레임워크라는 개념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


하나의 혁신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 내는 단초가 되었다. 이런 경험을 해 본 필자는 인간이 생각해 낸 것들은 완전할 수 없고, 완전함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며, 인간이 만들어낸 완전함은 그 자체로 모순을 가지고 있고, 그 모순은 또 다른 완전함을 요구한다... 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 머신러닝 & 인공지능도 아마 기존의 문제들을 해결함과 동시에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머신러닝 & 인공지능이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통해 인간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마치 신과 같이 인간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가장 인공지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프로그래머들 중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도 그 중의 한명이고, 오히려 그 강력함 만큼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를 인간들에게 부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해서 필자는 기술이 인간의 삶을 극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고, 인간이 기술을 통해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에는 회의적이다. 다만 기술은 적재적소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개념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그 기술이 필요한 그 분야에 딱 맞게 적용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기술... 특히 정보기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그렇다면 적재적소라는 것은 어떤 개념일까? 기존의 방식이 무척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되어지는 분야, 기존의 방식보다 훨씬 더 좋은 방법이 존재할 여지가 다분한 분야... 그것을 판단하는 가장 큰 기준이 에너지, 시간, 공간, 부동산, 도로, 사람의 노동 ... 같은 리소스를 대량으로 필요로 하는지의 여부이고 이것은 결국 "돈"의 문제가 된다. 기존의 방법이 돈을 많이 잡아먹는다고 한다면 그 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적절한 기술이 적용된다고 한다면 그 기술은 유효한 기술이 된다고 나름의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다.


오늘 필자는 페이스북에서 테슬라 자동차의 앨론 머스크에 대한 기사를 페친을 통해 볼 수 있었다. 그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앨런 머스크는 몽상가인가 아니면 혁신가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헌데 그 글의 몸통은 주로 앨론 머스크가 CEO로 있는 테슬라 자동차의 주가와 앞으로 테슬라 자동차가 성공할른지의 여부를 묻고 있었다. 그것은 즉 "돈"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앨론 머스크는 분명 혁신적인 개념을 주창하고 그 비젼을 이야기 한 사람인 것은 맞다. 하지만 테슬라 자동차가 과연 제네랄 모터스나 BMW 보다 우월한 지위를 가진 회사인가? 라는 면에서는 필자는 회의적이다.


물론 기업이나 개인을 평가하는 많은 기준이 있을 수 있다. 기술과 혁신도 마찬가지고 ... 하지만 필자는 그것을 평가하는 가장 큰 기준은 돈이다. 기존의 비효율적인 방식을 얼마나 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 ... 단순한 이상만으로 기술을 평가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필자가 이전 글에서 "돈이 되는 기술"이 결국 살아남는다... 라고 적은 것에 대한설명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한 토론은 언제든지 댓글로 달아주시면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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