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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Apr 30. 2018

트랜드? 그거 꼭 따라가야 해??

"이 트랜드를 따라가야 하는거야? 아니면 좀 더 두고 봐야 하는거야?"

사실 이건 내가 20년 가까이 스스로에게 묻고 살아온 주제이기도 하다. 나름 이 문제로 진짜 고민 많이 했다

그간 20여년간 기술트랜드는 정말 많이 바뀌었다. 20년 전에 EJB MTS를 활용한 분산객체 개념이 프로그래밍 세계를 휩쓸었었다. 수천만원 짜리 EJB 서버를 이용해서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거의 정석인것 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존재했다. 

그 당시에는 정말 EJB가 세상을 영원히 바뀌어버릴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필자는 그 당시에도 회의적이었다. 실제로 EJB 서버가 굉장히 고가였다 웹로직이나 제우스 등이 대표적인 제품군이었는데 수천만원 이상했다. 그게 20년 전의 화폐가치라고 생각하면 지금과는 또 다른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헌데 EJB로 개발하는 경향이 주류를 이루면서 필자도 EJB를 활용한 개발과 EJB로 비즈니스 사이트를 개발하는 프로그래밍 기술을 강의하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필자는 그 분야를 파면 파 볼수록 갈등하게 되었다. "이게 이 돈을 들여가면서 구지 써야 할 필요가 없는 기술인데..."

실제로 EJB 같은 기술은 초당 수십건 이상의 업무논리가 처리되어야 하는 대규모 이상의 소프트에서나 필요한 기술이었다. EJB를 써서 프로그래밍을 하면 눈에 띄게 성능이 향상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느려진다. 느려지는 대신에 좀 더 확실하게 비즈니스 업무를 처리해 주고 프로그래밍을 편하게 해 준다는 장점이 있는 기술이었다. 해서 수천만원 이상의 소프트웨어 비용과 고급인력을 동원해서 비즈니스 사이트를 개발 해 놓고 난 다음 고객들이 항의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이거 돈 수억 들여서 개발한건데 왜 이렇게 이전에 만든 사이트보다 더 느립니까? 그리고 이전의 사이트가 하지 못하던 걸 이것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사실 그렇다. EJB라는 것은 원래 그런것이었는데 마치 이것은 신세계인것 처럼, 이것을 사용해야 시대에 뒤쳐지지 않을 것 처럼 사람들에게 은근히 공갈치고 협박하면서 그 쪽으로 몰아간 경향은 분명히 존재했다.

필자는 솔직히 그런 의문까지 품은 적 있었다. 저거 분명 수천만원짜리 서버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단계에서 리베이트가 분명 존재했을 거라고. 서버 구입비용의 얼마간은 분명히 구입을 결정한 담당자에게 흘러들어갔을 것이라고... 더구나 당시는 닷컴버블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였고, 벤쳐기업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들 하기 시작한 시점이라 그런 의문을 품는건 아주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고 생각한다.

EJB의 기술군들은 사실... 실효성은 크게 없는 기술들이었다. EJB 안에서 제공되는 기술들은 엔티티 빈, 세션 빈 등이 대표적인 개념이었는데 그 중에 현장에서 써먹힐 수 있는 기술은 '상태없는 세션빈' 정도였다. 나머지 기술들은 솔직히 성능을 너무 많이 깎아먹어서 현장의 개발자들은 stateless session bean  만을 이용해서 개발했다. 헌데 이럴 바에는 구지 EJB 서버를 구입해서 쓸 필요가 없었다. 그냥 개발하는 것과 크게 틀리지 않았다.

물론 분산 트랜잭션 처리... 하나만을 위해 수천만원의 서버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구지 수천만원짜리 서버를 그거 하나를 위해서 구입을 해야 하고, 기존의 개발방식에 익숙했던 개발자들을 내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한 단가 비싼 개발자들을 써야 할 정도의 의미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모든 비즈니스 서비스의 개발의 표준으로 영원히 자리잡을 것 같았던 EJB는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시장은 정직하고 돈은 냉정하다. 그만큼의 돈 값을 못하는 경우에는 냉정하게 외면한다. 그래서 수 많은 EJB 서버를 만들어 공급하던 회사들은 도산하고 합병당했고, 소프트웨어는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그 시절에 필자는 참 생각이 많았다. 트랜드라는 것이 이렇게 허무한 것이구나... 돈 값을 못하는 기술은 개발자들이 가지고 있는 이상을 구현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로 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

물론 아직까지도 EJB를 사용하는 곳이 있긴 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건 그 나름의 사정이 있고 그곳이 EJB의 개발 목적과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름 EJB를 만든 사람들은 사기치려고 만든게 아니니깐... 그 나름대로 EJB는 유용한 기술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을 트랜드라고 생각하고 모든 개발을 EJB 기반으로 한 것이 문제였지 

이게 현실이라는 생각을 한다. 트랜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내가 알 수 없겠지만 그 트랜드가 유효한지 아닌지는 그 트랜드가 돈값을 하는지 아닌지를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해서 보면 이 세상을 다 뒤집어 놓을 것 같은 트랜드들이 분명 존재했다. 인터넷과 웹이라는 개념이 그러했고, 프로그래밍에서 객체지향 언어가 그러했고,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이 또한 세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나는 돈 값을 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삶을 방식을 고집하는 것 보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였을 때 기존의 방식에 비해 훨씬 저렴하면서도 커다란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었기에 이러한 트랜드들이 비교적 수월하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들과는 달리 세상을 완전히 바꾸지 못한 트랜드들도 많이 존재한다. 특히 IT쪽에서의 기술 트랜드들은 그런 면이 확실히 많다. 기술이 처음 등장했을때는 이 기술이 확산되면 분명 세상은 훨씬 더 좋아질 것이고, 기존의 기술들은 사장될 것이며 이 새로운 개념이 기존의 개념을 모두 대체하게 될 것이다... 뭐 이런 분위기?

필자가 대략 겪은 것만 하더라도 RMI 기반의 분산객체 개념, CORBA 를 이용한 크로스 플랫폼 개념, EJB MTS를 이용한 비즈니스 서비스 구축, COM COM+ ... 등등 수두룩한 개념들이 새로이 등장해서 '이러한 기술이 기존의 기술을 대체할 것이다' 라고 이야기 했지만 대부분 이런 기술들은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그냥 쓰는 사람들만 쓰는 기술이 되어 버렸다.

너무 어려운 이야기를 적었나? 그러면 모두가 다 아는 증감현실 이야기를 좀 적어보겠다. 아마도 포켓몬 고... 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거다. 출시되고 난 다음에 사람들이 휴대폰을 들고 다니면서 강원도 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포켓몬을 잡아오겠다는 난리를 보여준 포켓몬 고... 그리고 그 구현의 중심기술인 증감현실에 대해서 한때 난리 법석을 떨기도 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 정부에서 "한국판 포켓몬 고"를 만들겠다고 발표하고 증감현실 관련 기업을 강력하게 지원하겠다는 이야기도 했고... 하지만 그런 포켓몬 고 열풍이 거의 꺼져버린 지금? 아마도 지금 한국판 포켓몬 고를 만들기 위해 정부지원금을 쓴다고 한다면 "그 돈 차라리 다른데 써라" 라고 난리가 나지 않을까나?

필자의 경우에는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은 없지만 적어도 그 시점에서는 그랬다. 저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은 되지 않을꺼다. 분명히 쓰는 사람만 쓰고 필요한 분야에는 쓰이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가상현실용 안경을 쓰고 다니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거다... 라고 말이다.

왜냐구? 가상현실 증감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안경을 끼어야만 할 이유가 세상에선 그렇게 많지 않더라는 거다. 혹자는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가상현실 증감현실로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고 그것이 보편적인 사회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그런 가상현실 단말기를 뒤집어 쓰고서 체험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주택의 구입은 거의 전 재산을 집어넣는 대사인데 그렇게 허술하게(?) 가상으로 보여주는 모습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사실 모델하우스를 만드는 비용이나 가상현실 주택을 만드는 비용이 크게 차이가 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기술은 기존의 방식을 크게 대체하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기술이 어디 한 둘인가? 마치 세상을 다 바꿀 것 처럼 했다가... 쑤욱 들어가 버린 기술들...

지금 IT분야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기술이라면 아마 "머신러닝 인공지능" 일 것 같다. 이것을 이용하면 이세돌 같은 인류최강의 역량을 가진 인간도 쉽게 눌러버리는 기계에 의지해서 인간은 인류 최강의 지적 능력을 기계를 통해서 보유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고... 실제로 각 대학의 전산과에서는 인공지능 & 머신러닝에 목을 거는 학생들이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 기술의 막강함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이 기술이 세상의 모든 원칙을 다 바꾸어 버릴 것인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회의적이다. 왜냐구? 아마도 인공지능에 근거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뽑을 만한 분야도 적은데대다, 실제로 적용시킬 수 있는 분야도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인공지능 기반의 시스템은 그 구축에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위해서는 엄청난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해서 머신러닝 & 인공지능이 반드시 빅데이터를 같이 가져가야 하는 이유이다. 수천 수만건의 데이터로는 머신러닝을 위한 충분한 학습을 할 수 없다. 알파고 정도의 능력을 가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거의 인류가 지금까지 두었던 모든 바둑의 기보를 참고해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과연 기술 개발에 들어간 비용을 충분히 뽑을 수 있는 시장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또한 막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분야가 어떤 분야가 있을까? 증권? 의료데이터 분석? 이 정도는 그런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분야를 다 따져 본들 20여 가지 정도 될까?

사실 가장 무서운게 바로 이 돈이라고 생각한다. 제 아무리 좋은 기술이고 엔지니어들의 이상을 실현한다 하더라도 돈이 안된다면 이건 문제가 크다. 그런 기술들은 서서히 그리고 확실하게 몰락하고 쓰이는 곳에서만 쓰이는 기술이 되어 왔다. 

아마도 쓰임새가 있는 곳에서는 확실하게 쓰일 것이다. 헌데 그 이후에는? 대한민국의 모든 인터넷 쇼핑몰들이 인공지능에 의거한 물건 추천 시스템을 탑재하게 될까? 한달에 수천 수억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까지? 아마 아마존 같은 규모의 사이트라면 그러겠지만 국내의 영세한 사이트에서? 필자의 의견은 그러지 않을거라고 본다.

해서 트랜드를 쫓는 것은 좋겠지만... 필자는 그 트랜드가 세상을 바꿀거라고 생각하기 전에 반드시 물어봐야 할 개념이 이거라고 생각한다. 그거 돈 되는 거냐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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