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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Apr 16. 2017

전문가는 될 성 싶은 싹을 잘 알아본다

필자에게 이종준이라는 친구가 있다. 앞으로 자주 등장할 것 같다. 소시적 대학시절부터의 친구인데 ( 교회 + 대학 ) , 현재 캘리포니아 정부에서 공무원이자 개발자로 일하는 친구인데 평소에 자주 SNS를 통해서 교류하고 있어서 종종 등장할 듯 하여 이 자리를 빌어서 소개를 한다. ( 앞으로 JJ 라고 줄여 얘기할까 한다 )


JJ는 우리나라 대기업 IT업체에서 근무했었는데, 그 친구가 미국에서 나름 자리를 잡으면서 미국의 채용문화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우리나라와 정말 많이 다른 모습을 그 친구를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와는 틀리게 미국의 채용은 철저하게 "인터뷰"를 통해서 이 사람이 이 일을 맡기 위한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본다고 한다. 따라서 스펙 경쟁이나 학점 같은 것은 거의 쳐다보지 않는다. 학벌도 당연히 커다란 요인이 아니다. 아이비리그의 명문대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빽빽한 인터뷰는 피할 길이 없다.


JJ가 필자에게 보내준 자신의 인터뷰 경험담... 이 있는데, 지금 찾지 못하고 있어서 나중에 찾는대로 소개를 하려고 한다. 물론 JJ의 동의를 거친 후에 말이다 ( 아직 동의도 안 구했다 )


대략 이야기를 옮기자면 ( JJ의 경험담은 좀 생생했다. 그냥 가감없이 그대로 조만간 옮겨 보고자 한다. ) 거의 하루 온 종일을 면접을 보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떤 과제를 놓고 코딩을 시키고 그 코드를 완성시키는 과정과 "왜 이렇게 코딩을 했느냐" 라는 코딩의 이유... 그러한 코딩이 전체 프로젝트와 다른 개발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이런것 까지 토론이 이어졌다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의 인터뷰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을거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을 채용하는 관례도 있고 ( 한번에 1000명을 이런 식으로 뽑을 수는 없다. 저런 깊이있는 인터뷰를 하려면 하루에 몇명을 과연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나?... ) 결정적으로 "채용 담당자들이 개발에 대해서 훤하게 꿰고 있어야 저런 인터뷰가 가능한데, 우리나라는 각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인사가 자리하는 경우가 드물어서 깊이있는 인터뷰가 불가능한 부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그럼 "왜 깊이있는 인터뷰가 가능한 사람이 인터뷰 담당으로 가지 못하는 건가요?" 라고 묻는다면 필자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해당 분야의 적임자를 골라 뽑는게 아니라, 뽑고 난 다음에 배치하는 형태가 아직까지도 일반적으로 되어지는 것 같은데... 사실 이것부터 먼저 바뀌어야 한다.


공채라는 제도는 올해부터 삼성그룹에서 없어진다고 보도가 떴다. 이걸 놓고서 삼성이 선도를 하니 ... 하는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이젠 앞으로 이게 당연한 일이 될 것 같다 ( http://news.donga.com/BestClick/3/all/20170204/82709720/1 )


공채가 없어지면 어떻게 되나? 당연히 JJ가 겪은 것 처럼 회사의 각 부서에서는 자신들이 필요한 인력을 채용쪽에 구체적으로 요구하게 되고, 채용에서는 거기에 맞는 사람을 뽑게 되는데... 아마도 앞으로는 채용부서에서 뽑는게 아니라 채용부서의 도움을 얻어서 현장부서에서 곧바로 사람을 뽑는 시스템으로 정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게 맞다. 사실 현장에서 어떤 사람이 필요할른지는 현장이 제일 잘 알고, 현장에서 잘 보지 못하는 인성이나 건강... 같은 부분은 채용과 협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맞는거고...


여기서 가끔 젊은 구직자들로 부터 자주 듣는 이야기 하나 생각해보고 가자. "아니 사람을 어떻게 한 두시간 본다고 알 수 있습니까? 저희는 그 짧은 면접시간을 위해 수년을 투자했는데, 그 짧은 시간을 가지고 파악당하고 평가당한다는 게 조금 억울하고 떨어지면 분하기 까지 합니다"


자 ... 여러분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헌데 이 젊은이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한 분야에서 오랜시간 내공을 길러온 고수는 될성 싶은 싹을 잘 알아본다. 해당 분야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성품이 필요하고, 어떤 능력이 필요하고, 일이 되어지게 되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기가 어떤것인지... 그것의 숙련도가 어느정도가 되어야 어떤 수준의 일이 가능한지 ... 이건 해당분야에서 어느 정도 일을 겪어봐야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이런 사람들은 조금의 준비만으로도 굉장히 깊이있는 내용의 토론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에게는 한 두시간 정도의 토론이라면 충분히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생각의 깊이는 충분히 파악이 가능하니까...


그리고 만일 직접 현장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이 있다면 이건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가능하다. 사실 개발경험이 많은 엔지니어들 끼리 모이면 하고 싶은 얘기들이 참 많다. 이건 이랬고... 저건 저랬고... 이런 기술은 이런 현장에서는 좋았고... 이 기술은 이런 면 때문에 어렵고... 이런 얘기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필자 같은 경우에도 과거에 심심치 않게 작은 회사에서 개발자를 뽑을때 면접관으로 참여해 달라는 아르바이트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알바 치고는 꽤 쏠쏠한 알바였고... 그리고 필자가 추천한 인력이 회사에서 잘 적응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여기서 필자의 핵심 노하우 공개한다. 어떤 개발자가 어느정도의 내공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는 두가지의 핵심 노하우가 있는데 일단 첫번째... 본인이 작성한 코드를 가지고 와 보라고 하는데, 함수와 변수의 이름을 어떻게 붙였는지를 보면 대략 이 친구의 내공은 파악이 가능하다.


함수와 변수명이 a b c ... 이런 식으로 되어 있으면 이 친구는 대략 하수다. 변수와 함수명은 이것들의 용도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이름으로 정해져야 하고, 가능하면 짧게 구성되어야 한다. maxSize , total_score , avg_value 이런 식으로 붙여진 이름의 변수와 함수 이름이라면 나름 수준급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함수이름을 붙이는 일관성... 같은것이 있으면 매우 수준높은 코드가 되겠다. 예를 들어서 예전 삼성에서 만든 Bada OS용 코드에는 _N 으로 끝나는 함수는 new 로 생성된 인스턴스에 대한 포인터를 리턴하는 형태로 되어 있어서 '아 이 함수를 통해서 리턴된 포인터는 다 썼으면 적당한 시점에 delete 해 주어야 겠구나...' 라는 걸 알 수 있도록 일관성 있게 함수이름이 만들어져 있다.


코드의 양이 커질수록 이런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코드의 양이 커 지면 함수가 보통 수백 수천개가 된다. 일일히 그 내역을 다 기억할 수 없다. 해서 함수 이름만 보고서 그 함수의 역할과 존재이유... 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함수 하나를 적당한 크기로 적당한 이름을 붙이기가 중요한 이유다.


그리고 잘 쓰는 질문 한가지가 있는데... "인터페이스를 개발에서 어떤식으로 이용하십니까?" 이걸 잘 물어본다. 만일 C++ 개발자라면 "가상클래스를 개발에서 어떤 식으로 이용하십니까?" 를 물어보는데... 사실 저 얘기는 정말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가능하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통해서 어설프게 익힌 얘기로는 저 질문에 대해서 10분 이상을 버티기 어렵다.


헌데 "어떻게 개발을 할까..." 를 가지고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저 질문을 주제로 한 토론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가 된다. 그리고 인터페이스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 라는 대답이 나오는 경우에는 뭐 "객체지향 언어를 객체지향 언어 답게 사용해서 개발해 본 경험이 없다" 라고 하는 얘기가 되니까...


이렇듯...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해당 분야의 신규인력을 자리에 맞게 뽑는 건 지금처럼 대략 시험쳐서 몇점 이상 커트라인... 영어 상식 전공 각각 점수 배분이 어떻게 되고... 이런거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영어도 해당 분야에서 "이 정도만 알면 우리 부서에서 되어지는 일을 하기에는 충분하다" 라고 얼마든지 판단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사실 어느 정도의 영어실력이 필요한지는 해당 부서가 채용 부서보다 훨씬 더 잘 안다.


해서... 앞으로 괜히 채용시험문제를 어떻게 내야 할른지... 어떤 과목을 어떤 난이도로 내야 하는 건지... 해당 기업의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어떤 학원을 다녀야 하는 건지... 이런 고민은 없어져야 한다.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자신이 어떤 분야에 몸 담고 싶은지... 이런것들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오히려 기업을 찾아가서 "이 기업에서 앞으로 일을 하고 싶은데, 어떤 공부를 하면 될까요?" 라고 묻고 다닐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시대가 되지 않을까 한다.


전에 영문과 교수로 재직중인 친구 이야기를 잠시 했었다. 그 친구와 대화하면서 '어학계열 전공자들의 취업율이 낮아서 어떻게 취업율을 올릴 수 있을지 고민스럽다'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필자는 거기에 아주 단순한 아이디어를 전달했다. 헌데 이 아이디어가 얼마나 먹힐른지 모르겠지만...


"취업은 대학교수보다 해당 기업의 채용담당자가 훨씬 더 잘 알지 않겠어? 어떤 사람을 뽑고싶은지 한번 물어보고 그렇게 가르치는게 어떨까? 기업에서 뽑고 싶은 대로 학교가 맞춰주면 가장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 아닐까?"


하지만 필자는 알고 있다. 이 단순한 이야기가 얼마나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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