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by 하얀늑대


잠시 이 둘은 말이 없었다. 노아가 깊은 한숨을 내쉰다.


"람. 정말 우리는 많이 잘못한 것일까?... 가나안 사람들과 우리 자신을 비교해서 우리가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많이 잘못한 것일까?..."


"글쎄... 잘 모르겠어. 지금은 그냥 모든것이 혼란스러워. 이집트에서 나올 때는, 그냥 우리집도 토지를 갖게 되는구나. 나일강변의 그 비옥한 밭에서 수확을 하던 이집트 사람들처럼 우리도 그런 삶을 살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했던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지금은 그 기대를 접어야 할 상황이 벌어졌잖아. 나도 잘 모르겠어"


"그래도 람. 너는 좀 나은 편이지. 나는 이 사막에서 살다가 죽어야 하는 상황이잖아. 모세 어르신이 그렇게 말했지. 이집트에서 나오던 시절을 기준으로 해서 스무살 이전은 이 광야에서 죽을 것이라고. 이것이 너희들의 죄의 댓가라고... 그래도 너는 앞으로 39년하고 6개월을 지내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수 있겠네 뭐"


"형 과연 내가 60까지 살 수 있을거라고 봐? 그리고 그 나이 되어서 땅이 생기면 뭐하나?"


"어쩌면 이집트에서 나오지 않았더라면 더 현명한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너는 혹시 안해봤니? 나는 요즘들어 가끔 그런 생각을 해. 그냥 애초부터 내가 이집트 사람이었더라면... 가난하더라도 그냥 이집트 사람이었더라면 적어도 광야에서 죽어야 할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솔직히 조금 억울하거든"


람은 노아의 어깨를 감싸서 가볍게 끌어안았다. 사실 노아의 절망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 아니었다. 노아는 천문학에도 능했고 그 때문에 부족 안에서도 산술적인 부분에서는 독보적인 인재로 인정받고 있었다.


만일 노아가 가나안에 들어가게 되었더라면 그는 가지고 있는 수학적인 능력으로 매우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노아는 측량기술을 배우려고 했다. 친척중에서 나일강가에 터를 잡고 살아가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측량기술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자신의 기술을 물려줄 사람을 찾고 있었고, 노아는 그에게서 측량기술을 배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일 그렇게만 되었더라면 노아는 부족의 토지를 나누고 분배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의 지식이 부족을 위해 쓰여질 수 있는 여지는 무궁무진했다. 헌데 바로 얼마전의 전투는 그의 모든 기대를 앗아갔다. 그는 광야에서 떠돌면서 그의 삶의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


람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실 람은 노아를 정말 좋아했다. 마치 주군을 충성으로 섬기는 신실한 종과 같은 마음으로 노아를 좋아했고 따랐다. 그랬기에 노아가 가진 절망감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자신의 일처럼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있었다.


람은 어렵게 말을 열었다. "형 ... 저기 한번 봐라. 저 불기둥 말야"


노아는 환하게 6천명 부족 전체의 중심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기둥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장작도 없는데 그리고 아무도 불을 붙이지 않았는데 그 불기둥은 하늘 높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 따뜻한 온기 덕에 캠프의 모든 사람들은 사막의 한기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이 둘은 알고 있었다.


"형 저게 과연 수학으로 계산이 되는 일일까?... 우리가 홍해를 건너온 것이 과연 과학과 수학으로 계산이 되는 일이었을까?..."


"그래. 그건 맞는 얘기지. 틀림없어. 우리가 이집트에서 겪은 일들, 그리고 홍해가 갈라져서 바다를 걸어서 건넌 일들.. 그러고 보니 너는 홍해가 갈라졌을때 겁도 없이 제일 앞으로 뛰어나가더라 하하"


"그랬었지 하하. 다들 보면 좌우로 물러서서 벽쳐럼 되어져 있는 바닷물이 언제 덮칠지 모르는 상황이라 벌벌 떨고 있었지. 헌데 난 그냥 아무런 생각이 없었어. 그냥 '이건 기적이다' 싶었거든. 그리고 그 기적의 현장에서 뒤로 물러서기 보다는 내가 제일 앞에서 그 기적을 느끼고 싶었달까..."


불기둥은 계속해서 캠프를 밝혀주고 있었다. 연기도 나지 않았다. 장작을 주워올 필요도 없었다. 그 불기둥에 의지해서 캠프 주변의 사람들은 오늘 하루를 마감하고 내일을 준비하면서 대부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노아가 말문을 열었다.


"헌데 람. 저 불기둥이 과연 언제까지고 여기 있을수 있을까?... 만일 저 불기둥이 없어지면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어떻게 될까? 과연 며칠을 버티어 낼 수 있을까?"


"그걸 누가 알겠어?.. 장작도 없는데 타고 있고 연기도 안나는 불은 난 상상도 못했다고. 헌데 저렇게 매일 밤이면 나타나서 밤새 타오르다가 새벽이면 사라지고... 아무도 손을 대지 않고 있는데도 말야"


"아마도 저런 불이 있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면 사람들이 믿을까? 우리가 만일 이집트에 들어가서 우리가 겪은 일들을 이야기 한다면 우리는 아마도 미친 사람 취급을 받지 않을까?"


"아마도 홍해에 빠져 죽은 군인 가족들이라면 믿어 줄지도 모르겠다. 헌데 그 이외의 사람들에게라면 무리 아닐까? 내가 지금 저렇게 보고 있는데도 신기하고 어리둥절할 판인데 말야"


"그건 또 무슨 추측이지?"


"내가 군대에 대해서는 좀 알잖아. 우리를 따라온 이집트의 부대는 대단한 부대였다고. 그런 병력이 1만만 있어도 가나안 사람들은 죄다 산에 숨어서 살아야 할 정도의 전력이었거든.


거기에 완벽한 타이밍에 추격작전이 시작되었어. 우리는 홍해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고 추격부대는 정확하게 우리를 이도 저도 못하는 코너에 몰아넣었다고. 형도 알잖아 그때 얼마나 우리들이 공포에 떨었는지... 사실 그렇게 공포에 사로잡힌 순간에 게임은 끝난거야. 그 시점에서 이미 승패는 갈린거라고.


아마도 이집트에서도 좀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그 때 추격부대가 몰살된 건 뭔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할거라고. 그 계산에 빠삭한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그 상황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한명 안다치고 이집트 군대만 몰살 당했을거라고 생각할 리가 없거든....


아마도 이집트 안에서는 그 추격부대가 모두 몰살당한데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알 사람들은 다 알거야. 뭔가 있지 않고서는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이집트의 최강부대가 홍해로 출동한 뒤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영원히 숨길 수는 없는 법이거든..."


노아와 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캠프는 부상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얼마전에 가나안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에 광분하여 쳐들어 갔었고 이스라엘은 참패했다. 그 전투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다친 사람들도 많았다. 그 다친 사람들을 모아서 수용하고 있는 캠프에 그 둘은 일손을 돕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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