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밤은 차갑다. 또한 아름답다. 그날 밤도 또한 그랬다. 별이 쏟아질 것 같은 아름다움이 가득한 하늘... 이집트에서 배웠던 천문지식이 떠올랐다. 별을 보면서 방향을 유지하는 방법... 별을 의지해서 내 위치를 알아내는 방법... 나이가 스무살 갓 넘은 아름다운 청년의 눈에 별이 들어온다.
그는 불과 일년전만 하더라도 이집트에 있었다. 나름 총명하고 똑똑했기에 그는 이집트의 천문학자들이 모인 기관에서 여러가지 잡무를 처리하는 일을 했었다. 그러던 중에 모세라는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이집트에 들어왔고 하나님의 이적을 보여서 이스라엘 족속을 홍해 건너 광야길로 인도했다.
청년의 이름은 노아였다. 과거에 방주를 만들었다는 조상의 이름을 따서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그 이름에 걸맞게 그는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 남들이 좀처럼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에도 그는 용기있게 도전할 줄 아는 젊은이었다. 그리고 그런 성품을 눈여겨 본 이집트의 천문학자들이 그를 아꼈었다.
지금은 이집트가 아니다. 광야사막의 어느 지점이다. 별을 볼 줄 아는 그는 마음먹으면 지금의 위치를 대략 계산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계산해 봤자 소용이 없었다. 그는 하늘을 쳐다 봤다.
"이집트에서 천문학자들의 종으로 살아가다가... 가나안에 들어가면 내 땅을 갖고 주인으로서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 나는 땅도 받지 못하고 이제 이 사막에서 늙어 죽을 일만 남은 것인가..."
노아는 한숨을 쉬며 읊조렸다. 하늘을 쳐다보는 눈가가 촉촉히 젖어있었다.
얼마전의 일이었다. 가나안 땅을 정탐하기 위해서 각 부족에서 쟁쟁한 인물들이 가나안으로 들어가서 정보를 수집했다. 헌데 돌아온 정탐꾼들의 의견이 갈렸다. 2대 10 ... 10명의 정탐꾼은 그 땅의 사람들의 수가 많고 체격이 장대했기에 승산이 없다고 이야기 했다. 2명의 정탐꾼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이야기 했다.
노아는 10명의 정탐꾼의 이야기에 더 신뢰가 갔다. 그는 천문을 공부했고 천문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 숫자는 절대 거짓말 하지 않는다. 별을 읽고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숫자를 근거로 계산을 해야 한다. 100은 100이지 0도 아니고 1000도 아니다. 아니 그 땅에 사람이 많고 체격이 크면 당연히 군사력으로는 열세라고 판단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노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헌데 노아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그 날의 상황은 벌어졌다.
"노아 형...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앳된 소년이 메추라기 서너마리를 꿴 막대기를 들고 말을 걸어온다. 그의 이름은 '람'이었다.
"람이구나 .. 아직 안자고 뭐하러 또 나왔니?" 노아가 힘은 없지만 따뜻한 목소리로 반긴다. 그 둘은 무척 가까운 사이다. 아버지들끼리 또 어머니들끼리 어려서 부터 아는 사이였는지라 어려서 그들은 같이 자랐다.
"형 오늘 저녁도 안먹었지? 이거 먹어... 늘 그렇듯 메추라기지만 먹을건 먹자고" 람은 들고있는 메추라기 고기를 건넨다. 람은 받아서 멋적은듯이 하지만 맛있게 메추라기 고기를 한입 뜯어 먹는다.
둘은 잠시 말이 없었다. 노아는 메추라기를 맛있게 먹었고 람은 그런 노아의 어깨위에 손을 얹고 사막의 추위를 조금이나마 막아주었다. 밤은 차가왔고 그 둘은 잠시 말이 없었다. 한 몇분 지났을까? 노아가 입을 열었다.
"람. 너는 그 때 전투에서 아말렉 사람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니?"
"크긴 크더라... 그리고 무기도 우리가 가진 거 보다 훨씬 좋은거 같고... 솔직히 그 전투에서 난 도망치느라 바빴다 뭐. 물론 내 또래들이 앞장서서 싸우러 나간 건 알지만... 형은 나 알잖아. 나 전쟁 잘 못하는 거"
"전쟁 못하기는... 솔직히 네가 마음먹고 머리 쓰면 제일 무서운 사람이 너야. 전쟁을 힘으로만 하냐. 머리로 하는 거지..."
"근데 그 전쟁은 정말 이길 방법이 없었어. 일단 숫적으로도 밀리고 무기로도 밀렸는데... 사람들이 정신을 다들 놓은 사람들 처럼 자포자기 상태에서 우루루 몰려나갔으니..."
"그래 맞아. 그 때 모세 어르신이 '여호와께서 우리와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라고 얘기하면서 까지 말렸는데 사람들이 다들 미친것 처럼 뭐든 손에 들고 가겠다고 우기는데 ... 나도 그 전쟁은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어."
"헌데 형... 형은 그 정탐꾼들이 와서 얘기한 것들 어떻게 생각했어? 아직도 그 죽임당한 열명의 보고가 합당한 보고였다고 생각해?"
"뭐 사실을 사실대로 얘기했을 뿐이잖아. 잘먹고 잘커서 체격도 우리보다 위고, 무기도 우리보다 위고... 그런 상황에서 쳐들어 가 봐야 힘으로도 밀리고 무기로도 밀리고... 뭐 어쩌라고.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나도 형 생각이랑 별로 틀리지 않아. 더군다나 가나안 사람들이 있는 곳은 산악지대라고... 아니 지형도 잘 모르는 산악지대에서 산을 지키면서 위에서 아래로 쳐 내려오는 사람들과 아래서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 지형적인 조건으로도 우리는 불리한 싸움이었다고. 아니 불리한 걸 불리하다고 얘기하는데 그게 뭐가 그리 마음에 안들었는지 우리의 신 께서는 그 열명에게 끔찍한 병을 걸리게 하셨지..."
람은 그러면서 땅 위에 막대기로 그림을 그렸다.
"노아형은 잘 알거야. 끈을 가지고 3, 4, 5의 비율로 매듭을 만들어서 삼각형을 만들면 직각이 만들어 지는 거. 그걸 가지고 정말 다양한 길이를 측정하고, 땅을 분배하고, 피라미드를 건설하고..."
"나도 그거 내가 모시던 천문학자들에게서 배우고서 얼마나 신기했는지... 그 직각으로 수 많은 도구들이 만들어지고 수 많은 그림들이 파피루스 위에 그려졌었지."
"헌데 형. 왜 우리의 신인 여호와님은 사실이라면 얼마든지 사실인 보고를 한 열명을 죽을 병에 걸리게 했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과연 잘못일까?"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어. 헌데 우리가 처음 광야에서 전투할 때의 기억은 나. 나 그때 엄청 충격먹었거든. 모세 어르신이 손을 들면 우리가 우세하고 모세 어르신이 손을 내리면 우리가 불리해지고..."
"하긴 그건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지. 나름 군대라는 것에는 나도 한 눈썰미 하는데... 그런 전쟁이 가능하다는 건 처음 겪는 일이었어. 생각해 봐. 여기 광야에 모인 족속들 중에 군대 경험 있던 사람들이 어디있나? 헌데 그런 무대포들을 데리고 전쟁을 한다는 것 자체도 웃기는 일인데... 또 이기기 까지 했더라는 말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