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by 하얀늑대

밤이 지나고 아침이다. 광야의 아침은 늘 신선하다. 밤의 한기가 가시고 뜨거운 낮이 되기 전의 시간이 이들에게는 최고의 시간이 된다. 그 시간동안 이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최고로 중요한 일을 하는 습관이 광야생활 몇달만에 벌써 배어버렸다.


병자들을 돌보는 캠프에서 가장 어른인 새라스 아주머니가 캠프 곳곳을 돌면서 아이들을 불러모은다.


"자 아침이야. 다들 지금 일어나서 만나따고 메추라기 따야지. 다들 일어나서 모여. 모이라고"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낭랑하다. 사실 만나라는 음식은 이집트에서 살때에는 상상도 못하던 것이다. 이집트에서는 먹기위해서는 당연히 농사를 지어야 하고 그 농사에서 얻어진 알곡들을 가지고 빵을 만들어 먹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모든 종류의 먹을것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다.


사실 광야에서는 먹을 물을 구하는 것도, 먹을 거리를 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아니 불가능하지는 않다. 종종 보여지는 도마뱀이나 메뚜기 그리고 석청 같은 먹을거리들이 있어서 그것을 가지고 끼니를 때울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 이스라엘은 6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 사람들이 모두 먹을 정도의 메뚜기나 도마뱀은 존재하지 않는다.


광야에 들어서면서 우리를 이집트에서 건져낸 신 여호와님은 만나라는 음식을 내려주신다. 광야에서 살아가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것을 아침에 긁어모아야 한다. 더 모아도 안되고 덜 모아도 안된다. 딱 먹을만큼만 모아야 한다.


그리고 또한 여호와님은 메추라기떼를 우리가 살고있는 캠프 주변으로 모아 주신다. 이 메추라기는 우리에게 고기를 제공하는 아주 중요한 식재료가 된다. 단 이 메추라기도 하루 먹을 만큼만 수집해야 한다. 그렇게 여호와님께께서 정하셨다고 모세 어르신이 말씀하셨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 사실 더 모은다 한들 이 광야에서 하루도 못가서 다 상해버릴거다.


그리고 부상자 캠프에서 가장 중요한 일과중의 하나다. 부상자들이 먹을 것 까지 우리들이 구해야 한다. 그러면 캠프의 아주머니들이 우리들이 모아온 재료를 가지고 우리 모두가 하루 먹을 식사를 만들게 된다. 이게 우리들의 하루의 시작이다.


"자 다들 모였지? 바구니 다들 들고 왔나?"


"네 세라스 아주머니. 다 왔고 바구니들 다 들고 있습니다" 노아가 젊은이들 소년들을 대표해서 말했다.


사실 노아는 어린 소년들에게는 대장이다. 아는 것도 많고 잘생겼고... 소녀들에게는 아주 대단한 인기 인물이기도 하다. 그 노아를 좋아하고 따르는 람 조차도 가끔 샘을 부릴 정도로...


"자 그러면 메추라기를 모아올 사람들은 노아를 따라가고 , 만나를 모아올 사람들은 미아를 따라가서 바구니에 가득 채워 돌아오면 된다. 한시간 안으로 돌아와라. 솥에 물 끓이고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말이지"


"네 새라스 아주머니"


모인 소년과 소녀들이 대답한다. 그리고는 적당히 두 부류로 나뉜다. 사실 누가 메추라기고 누가 만나고 이런 걸 누가 지정해 준 적은 없다. 다만 각 그룹의 리더만 정해져 있고 누구를 따라가야 할 지는 자유다. 헌데 그렇게 하더라도 신기하게 한 쪽으로 인원이 확 쏠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


청년들과 소년소녀들이 떠난 캠프에는 환자를 돌보는 아주머니들과 의사 역할을 하는 아저씨들 ... 그리고 부상당한 어른들이 있다.


"세라스씨 안녕하세요? 오늘도 신세 지겠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는 30대 초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세라스 아주머니에게 인사한다. 다리가 부러져서 발에는 부목을 대고 있다.


"함셋씨 안녕하세요? 오늘도 잘 지내보도록 하죠 ㅎㅎ"


캠프 안을 정리 정돈하면서 세라스 아주머니가 함셋이라고 불린 남자에게 반갑게 인사를 받아준다.


이 함셋이라는 아저씨가 바로 노아의 친척되는 아저씨가 된다. 나일강가에서 이집트인의 논밭에서 농사일을 하고는 품삯을 받고 살아가던 그는 매년 나일강이 범람해서 땅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바로 그 지역에서 터를 잡고 살던 사람이다.


그는 범람이후 경계가 불분명해진 땅에서 다시 경계를 만들어 내는 측량기술에 반해서 어린시절부터 측량이 실시되는 현장을 따라다녔다. 그리고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측량의 방법을 배운 사람이다. 현재 이스라엘 족속 6천명 중에서 측량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와 더불어 몇명 되지 않는다.


"오늘은 밤새 저 세상으로 가 버린 사람들이 없나 모르겠네요. 세라스씨 이제 이곳 캠프도 점점 비어가는 게 보입니다. 저 세상 갈 사람들은 가고 ... 다 치료되어 캠프를 나갈 사람들은 나가고 말이죠"


"오늘은 한명도 없는 거 같아요. 처음에 가나안 사람들에게 패해서 돌아왔을 때는 많이들 죽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모세 어르신의 장인분이 여기저기서 의사들을 불러주시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사실 저도 다리가 꺾여서 여기에 왔을때는 이제는 죽었나 싶었습니다. 사실 우리들 사이에는 산파는 있을지언정 의사는 없었으니까요. 헌데 이드로 어르신께서 정말 좋은 의사분을 데려와서 살펴주시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아휴 다리가 꺾인 거 정도로 뭐 그리 죽는다고 까지 말씀하시나요. 그 정도면 죽지는 않죠 ㅎㅎ "


"모르시는 말씀요. 단순히 뼈만 부러진 부상이라도 사람에 따라서는 열이 펑펑 나다가 며칠만에 죽는 일이 허다한걸요... 저 같은 경우도 이곳에 온지 며칠동안 열이 오르는 거 아닌가 정말 걱정했었어요. 그 사이에 여러명 죽기도 했죠 참..."


세라스 아주머니는 나무를 적당히 끼워붙여 만든 투박한 의자를 들고 함셋 아저씨의 침대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았다. 그리고는 함셋씨의 다리에 댄 부목을 살핀다. 다행히 별 이상은 없다. 그래도 이드로 어르신이 데려온 의사가 정말 일은 잘 한다고 세라스 아주머니는 생각했다.

그리고 함셋의 침대 옆 의자에서 다른 환자들을 바라보고 넌저시 묻는다. 하지만 그 묻는 말에는 조심스러움이 역력했다. 사실 이 캠프에 있는 환자들 모두 가나안사람들과의 전투에서 다친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그날의 전투에 대해서 묻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꼭 물어봐야겠다고 세라스 아주머니는 생각했다.


"헌데 지금에서야 묻는 건데 ... 함셋씨. 그때 사람들이 가나안 사람들이 진치고 있는 산으로 왜 떼를 지어서 올라간 건가요?... 그 때는 하도 경황이 없어서 묻지도 못했네요... 이제 두세달 지나서야 조금 사람들이 진정이 된 것 같은데 말이죠... 왜 그런거예요?"


"그거요? 후... 세라스씨 저 물좀 마실 수 있겠습니까?"


세라스는 물 한바가지를 가져다가 건네준다. 함셋은 그 물을 받아들고 시원하게 들이킨다. 그리고는 침대에 앉아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세라스씨... 이집트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을 잘 아시나요?"


"아뇨 저는 잘은 모르지만 모세 어르신이 이집트에 들어와서 파라오를 굴복시키고 우리들을 모두 약속된 땅으로 데려왔다... 그 사이에 파라오와 모세 어르신 사이에서 굉장한 일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나일강이 피로 가득하고 ... 메뚜기가 온 이집트를 뒤덮고 ... 뭐 그런 일이 있었던 건 저도 알아요.


아 그리고 어느날 양을 잡아서 피를 바르고 양고기를 먹던 것도 기억나네요. 그 때에는 자세한 걸 알지는 못했어요. 그냥 저는 어느날 갑자기 저희집안의 어른께서 우리는 이집트를 떠나기로 했으니 짐을 싸라... 이래서 나온 사람이랍니다다"


"네 비교적 잘 알고 있으시네요. 사실 그 정도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래서 무교절이라는 행사가 앞으로 계속 중요한 부분을 차지 할 거예요. 그 행사를 통해 그 때 있었던 일들이 이야기 되어질 터이니..."


그 이야기를 하고는 크게 숨을 내쉬고는 함셋은 얘기했다.


"그런 대단한 여호와님인데 말입니다... 파라오는 정말 깜도 안되는 권능을 가진 여호와님이라는 걸 다들 아는데... 그런 여호와님이 우리를 버리고 심지어는 적이라고 선포한다는 것이 어느정도로 무서웠는지 아실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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