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by 하얀늑대

"무서워서 그랬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해가 잘 되지 않네요. 우리네 여인들은 그 결정하는 자리에 없었어요. 해서 남자들이 결정하는 과정을 텐트에서 멀찍히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는데 말이죠... 뭐 엄청네게 시끌시끌한 모습이 펼쳐지더라고요"


"저는 나름 그 결정이 이루어진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일 겁니다. 아마도 세라스 아주머님은 제가 르우벤 지파의 유력한 집안 출신이라는 걸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하네요"


고개를 끄덕이면서 세라스가 대답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해서 이번에 병들어 죽은 삼무아와도 절친한 사이로 알고 있고요..."


"그날의 광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집트시절에 우리가 모세 어르신을 따라 나오느냐 마느냐를 논의하던 그 시절의 이야기 부터 시작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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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이 이집트의 총리대신으로 있던 시절... 많은 이스라엘 족속들이 기근을 피해서 이집트로 들어왔다. 그들은 처음에는 이집트인과 동등한 사람으로 사회활동을 보장 받았다. 하지만 총리대신 요셉이 죽고 난 다음 이스라엘 안에서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 해 줄 수 있는 유력한 정치인이 나올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파라오가 아닌 여호와를 섬기고 있었기에 이집트의 정계와 경제계로 깁숙히 진출 할 수 없었다.


종교가 다르다는 것은 그곳에 오랫동안 뿌리박고 살아가는 이집트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에 걸쳐서 묘한 혐오감을 만들었다. 이집트 사람들은 자신들은 태양의 자손이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보다 못한 수준의 하등한 민족이라는 "선택받은 사람" 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그들은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과 자신들이 동등한 위치에 서는 것을 달가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집트 사람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힘을 빼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 방법은 바로 이스라엘 사람들로 부터 토지를 빼앗는 방법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요셉이라는 사람이 이집트의 총리로 있던 시절에 불하받은 땅이 있었어요. 그 땅을 근거로 해서 우리는 이집트 안에서 터를 잡고. 집을 짓고, 농사를 지었죠... 헌데 그 땅들이 지금은 거의 이스라엘 사람들의 소유로 남아있지 않는다는 걸 아주머니도 아실 겁니다...


제 절친인 삼무아는 상인의 집안이예요. 그는 오랫동안 아버지와 상업에 종사해서 나름 상업에 대해서는 빠삭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마도 이스라엘 안에서 경제에 대해서는 자신이 한 손에 꼽히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죠.


그 삼무아가 제게 이야기 하더라고요


'상업으로 얻어들이는 수익이라는 것은 아직도 미미해. 토지에서 농사를 통해 얻어들이는 수익이 상업에서 얻어지는 수익에 비해 월등하다고.... 우리는 처음에는 충분한 토지를 받았어. 헌데 이스라엘의 인구는 늘어났지. 거기에 비해 불하받은 토지는 전혀 늘어나지 않았어.


인구가 늘어나면서 생활하기 위해 여러가지 자원이 필요했는데... 거기에 필요한 재원이 나올 구석이 없었어. 결국에는 우리의 할아버지지의 할아버지 세대 정도에서는 불하받은 토지를 이집트 사람에게 팔아서 생활할 수 밖에 없었거든. 그게 우리가 이집트의 종으로 살 수 밖에 없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어' "


"그런 얘기는 저 처음 듣는거 같아요. 하긴 우리들 여자들에게는 그런 얘기를 해 주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정말 재미있네요. 그래서 그 다음의 얘기를 더 해주세요"


"그리고 이집트는 외국의 새로운 물건들이 많이 들어옵니다. 특히 철로 만든 다양한 도구들은 기존의 우리가 사용하던 도구들을 압도할 정도의 대단한 물건이예요. 단단하고 가벼워서 그걸 한번 사용해 본 사람들은 다시는 돌과 나무로 된 도구를 사용하고 싶어하지 않죠.


헌데 이집트 사람들은 철로 된 도구를 만드는 법이나 고치는 법... 손질하는 법을 우리에게 알려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철로 된 물건을 팔러 오는 히타이트 상인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우리에게는 한결 더 철로 된 도구를 비싸게 팔았습니다. 그리고 땅 이외에는 다른 대금을 받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히타이트 상인들과 직접 거래하려고 했지만 히타이트 상인들은 이집트 사람과 거래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철로 된 도구를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은 땅을 팔아서 도구를 살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이 우리가 이집트 안에서 이집트 사람들이 주는 허드렛일이나 할 수 밖에 없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어요. 우리가 가진 땅을 다 잃어버리게 되는 순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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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스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철이라는 것이 청동으로 된 것에 비해서 얼마나 좋은 것인지는 익히 그녀도 잘 알고 있다. 당장에 요리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칼 한자루를 보더라도 철로 만든 칼은 생선이나 닭 같은 것을 한칼로 잘라낼 수 있었고 얇은 뼈 같은 건 어렵지 않게 끊어 낼 수 있었다.


반면에 청동으로 된 칼은 잘못해서 단단한 뼈를 내리치면 이빨이 나가버린다. 그 순간에 그 칼은 못쓰게 된다. 그렇게 해서 청동으로 된 칼을 4-5자루를 못쓰게 되어버리면 차라리 철로 된 칼 하나를 장만하는 것 보다 더 많은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해서 철로 된 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집안의 자랑이었다. 또한 그 칼을 가지고서 훨씬 더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었다. 그 칼이 있는 집과 없는 집은 당장에 요리의 풍광이 틀려졌다. 철로 된 칼은 집안의 자랑이고 또한 집안의 먹거리의 급을 다르게 만드는 보물같은 존재가 철로 만든 칼이었던 거다.


"그렇게 우리는 토지를 잃어버렸고 사실상 우리는 노동하는 거 이외에는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요. 하지만 토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우리는 이집트인이 가진 논과 밭에서 일꾼으로 일을 해야 했고,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자신의 사업을 만들어 낼 수 없었어요. 이집트의 상인에 고용되어서 일을 할 수 밖에 없었고요. 저도 그런 과정을 통해서 토지를 잃고는 나일강 강변의 밭에서 일하는 처지로 살았었답니다.


해서 우리에게 토지라는 건 정말로 중요하다는 걸 남자들은 익히 알고 있었어요. 하루 하루 노동은 정말 힘들었거든요. 정말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하루 하루 일하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었는데 .... 이집트인 주인들은 우리에게 충분하게 품삯을 주는 주인들이 많지 않았어요. 늘 모자랐죠.


그래서 빚을 져야 할 떄도 많았고 빚을 졌을 때라면 정말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일을 해야 하고 때로는 하지 말아야 할 일 까지 하는 경우들도 많았어요. 그렇게 우리는 가난해져 갔습니다. 과거에 땅을 좀 가지고 있었던 것들이 아이가 자라서 할아버지가 되는 세월 정도 사이에 다 없던일이 되어 버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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