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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Dec 13. 2018

명견에게 자유? 쓰레기통 밖에 더 뒤지겠어?

내가 주장하는 창의성교육 자기주도학습이란...

필자가 어렸을 때 본 만화 '로보트 킹' 에 나오는 대사중의 하나를 옮겨보고자 한다. 그 만화에는 나이는 어리지만 천재적인 두뇌와 판단력을 가진 인물이 있었다. '고박사' 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다.


그 고박사는 외계인의 생체 안드로이드 ( 사람과 별 차이가 없다 ) 가 지구쪽에 전향해서 자신을 모시는 노예로서의 삶을 자처하고 살고자 하여 그를 받아들여서 자신의 개인 수발을 들게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주인공이 '이제 그만 자유를 주지' 라고 권하니 이런 혹독한 말로 주인공을 몰아붙인다.


"봐봐. 잘 훈련된 명견을 주인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어. 헌데 그 명견에게 자유를 주어봤자 쓰레기통 밖에 더 뒤지겠어?..."


필자는 나이가 50이 된 요즘까지도 어렸을때 본 그 만화의 대사를 아직 기억한다. 아마도 어린 나이에 뭔가 대단한 진리를 깨달았다는 느낌이었을까...


헌데 이런 독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노예'로 삼은 고박사였지만 실은 그 안드로이드에게 참 잘해주었다.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을 주고 ... 자신과 친밀하게 교감을 나누고 ... 안마도 기꺼이 시키고 기꺼이 받아주고 ... 말만 노예이지 거의 연인이나 친구와 같은 감성으로 그 안드로이드를 대했다. 착취나 억압 같은것은 없었다.


( 지나가는 말 : 고대 로마시대의 노예도 주인에 따라서는 어느정도 인간적인 대접을 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특히 스파르타쿠스의 반란 이후에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 이후는 노예에게 험하게 대하는 로마인은 불명에스러운 자로 폄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하고...


사실 노예제도의 폐지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노예제도는 가장 유효적절한 제도가 될 여지도 있다고 생각한다. 성경에도 보면 '주인이 폭압하지 않고, 제대로 된 품삯을 보장하고, 때가 되면 자유인으로 풀어주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노예제도' 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또한 자발적인 노예가 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물론 그것에 대한 평가는 신학자들의 몫이겠지만 )


헌데 그러한 고박사가 '정'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안드로이드가 스스로의 의견으로 '저를 다시 외계인들에게 보내주세요. 그 쪽의 일손이 너무 부족해요. 제가 그들에게 가서 힘든 일을 계속 하게 되겠지만 어떻게 저만 편하게 살겠다는 생각을 하겠나요." 라고 부탁하자 흔쾌히 풀어준다. 단 저들이 노예로 함부로 부릴 수 없도록 '협력자'의 신분을 보장받은 형태로 ...


이 만화를 통해서 필자는 꽤 쏠쏠한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지혜를 지금 이 글에서 나누어 보고자 한다.


......


사실 필자는 참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1/3 정도는 동의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동의하지 않는다. 자기주도학습? 창의성개발? 그런거 다 웃기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주도학습 시켜봤자 저 명견에게 계속해서 쓰레기통이나 뒤지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과연? 창의성을 개발하기 위해서 공부를 시킨다 ... 그런다고 창의성이 개발되는가?


필자가 개발현장에서 느끼는 창의성은 문제해결능력에 응용능력이지 절대 하늘에서 뚝 떨어질 것 같은 혁신적인 것은 아니었다 ( 그리고 상용화된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90 퍼센트는 실패한다. 상용화 되지 않은 혁신적 아이디어는 더 많다 )


문제해결능력이라는 것은 제대로 잡힌 개념에서 시작되고, 그 개념들을 활용해서 이런 저런 상황에 적용한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쌓여진 기본기가 바탕이 된다. 올바르게 파악된 기본스킬에 대한 개념. 그리고 적절하게 그러한 스킬들을 적용시킨 사례를 통해 쌓여진 경험... 필자가 늘 중요하게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것이 무너진 상황에서 창의성교육 한방으로 모든 걸 만회해 보려고 해 봤자 되는 일 하나도 없다.


예를 들어보자.


필자가 가진 취미중의 하나가 작곡/편곡 하는 것이다. 주로 피아노를 이용해서 작곡... 을 하는 경우가 많다. ( 수준은 그다지 높다고 보긴 어렵다 ^^;; )


솔직히 필자는 악보를 보는게 너무 싫었다. 지금도 악보를 싫어하고 있고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악보에서 시키는 대로 치는게 너무 싫었다. 해서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연주하는 것이 너무 하고 싶었고 ... 그래서 작곡이라는 편한 취미 (?)로 도피했을 지도 모르겠다. ㅎㅎ


헌데 그런것을 지금은 후회한다. 아마도 어려서 차근히 악보를 보는 것을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더라면 필자는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피아노를 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흔히 재즈피아노... 라고 불리우는 자유롭고 즉흥적인 피아노 연주도 알고보면 꽉 짜여진 클래식피아노 만큼의 단단한 기본기를 필요로 한다.


일단 피아노 코드에 대한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화성학... 이라는 부분을 어느정도 확실하게 공부해야 하고. 그리고 건반의 어떤 위치에서든 코드에 필요한 음을 순간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C메이저 코드라고 하면 도 미 솔 ... 을 의미한다 헌데 이게 떄로는 미 솔 도 형태로 늘어서기도 하고 솔 도 미 형태로 늘어서기도 한다. 한 음을 더 쌓아서 도 미 솔 도 형태로 늘어서기도 한다. 내가 지금 어느 코드를 연주해야 하는지 목표가 설정되었을때 그 코드에 속한 음이 무엇인지 그리고 건반상에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순간적으로 들어와야 한다. 이러한 가장 기본적인 코드가 24개 있다.


거기에 디미니쉬 같은 코드... 또한 sus4 , maj7, 7 , 9, 11, 13 같은 기본코드에서 파생된 코드같은 것까지 포함하면 익혀야 할 코드는 꽤 많아진다. 다 따지고 들어가면 200개 이상은 충분히 될 것 같다.


문제는 이것이 숙달되어 있어야 음악이 나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내가 지금 어떤 자연속을 흐르는 시냇물 같은 느낌을 표현하고 있는데 머리속으로는 Gm 코드가 G - Bb - D 였었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음악은 물 건너 간거다. 그건 그냥 암기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지....


창의성은 암기나 반복숙달 같은것이 필요없다 ... 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피아노도 좋고 기타도 좋다. 야구나 농구같은 운동도 좋다. 아마 뭐든지 해 보다 보면 기본기가 숙달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져리게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머리속에 기억하고 있는 수준을 넘어서야 하는 일이다. 즉 몸이 기억하도록 만드는 수준까지를 의미한다. 그래서 최고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들은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기 전에 기본기 부터 다시 다진다.


권투선수라면 잽과 원투스트레이트와 푸트웍을 동반한 운동이 되고, 필자가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치기 전이라면 모든 조성의 코드를 필자 나름의 감성으로 쳐 본다. 스트레칭을 겸하여서. 그리고 심지어는 코딩을 할 때도 필자 나름대로 반복하는 루틴이 있다. 생각을 하는 두뇌도 워밍업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테크닉은 점검하면서 뇌를 깨우고 몸이 익숙한 것을 기억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초심자의 필수적인 덕목이지만 또한 프로의 길이다.


헌데 이런 중요한 기본기의 반복적인 습득과 숙달은 배제하고 자기주도학습? 솔직히 나는 그런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그거 가르침을 거부하고 권위에 순종하지 말라는 저항적인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러는 거 아냐?"


솔직히 우리나라의 권위주의는 필자도 지긋지긋하다. 말도 안되는 똥군기 잡으면서 "닥치는 대로 내 권위에 따라" 라고 이야기하는 어른들... 꼰대짓 하는 어른들을 보면 필자도 화가난다. 그런 어른들 대신에 내가 아이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하는 것 같은 마음도 들곤 한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 똥군기 부리는 어른이 나쁜건 나쁜거고... 가르침에 대한 권위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반복 숙달이라는 것은 지겹고 힘든 일이다. 왠만한 경험이 쌓이기 전에는 그 중요성을 인식하기도 어렵다. 또한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것을 올바로 깨닫기 위해서는 적절한 질문과 피드백을 해 줄 수 있는 경험과 확고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유능한 선생님이 반드시 필요하다.


좋은 인품을 가진 선생님을 많이 길러 낼 생각을 하고 그들을 지원할 생각을 하는게 우리나라의 교육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또한 책임감을 부여하고 확실하게 자신이 맡은 아이들을 한 단계 위로 이끌어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하는데...


지금의 대한민국의 교실에 그런 선생님이 별로 남아있지 않을 뿐더러 그런 선생님이 있다 하더라도 학생들의 인권이 선생님의 권위를 눌러버린지가 이미 오래되었는지라 그런 소신을 선생님이 부릴 수가 없어졌다.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


그렇게 기본을 다지는 일은 프로가 되는 시점까지 반복된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매일 훈련을 시작하는 자신만의 루틴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다시 머리와 몸이 기본기를 기억해내고 그것에 충만해 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기본기를 다졌으면 그 다음에는? 상황에 맞는 적용과 응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필자가 생각하는 창의성은 이런것이 창의성이다.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로 생각해내는 그런건 창의성을 넘은 혁신의 개념인데.... 그런 건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생각을 해 내었다 하더라도 쉽게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헌데 이게 아이들에게 자율권을 준다고 자동으로 되는게 아니라는 거다. 한마디로 코드만 가르쳐주면 아이들이 알아서 피아노를 이용해서 작곡을 해 오는 아이들이 없다. 문법을 알았다고 해서 영어로 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오는 아이들은 없다. 이것들은 기본기를 바탕으로 짧은 길이의 노래, 문장을 만들어 보면서 자신의 감성과 기본기를 결합시켜 만들어진 산물이다. 이 짧은 응용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코 자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결국 우리네 교육이 가야 할 방향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와 생각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킬을 이용해서 구현하는 것이고, 그 구현된 것이 만들어낸 인간의 생각과 감성을 올바로 반영했을때 '이 사람은 제대로 일을 해 내는 사람이구나' 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우연히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마음먹고 생각한 그럿이 만들어지는 것이 꽤 중요하다 )


그러기 위해서는 짧은 문장, 짧은 곡에서 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가진 스킬을 활용하여 자신이 생각하고 추구하는 것들을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수 많은 모방과 폐기 그리고 연습과 토론이 가해진다. 똑 같은 목표를 할당 받았는데 학생들끼리도 구현의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면 서로의 생각을 대화를 통해 교환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더 나아가 협력하는 방법을 배운다. 흔히 음악에서 이루어지는 합주 같은 개념도 그런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창의성교육 자기주도학습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의성을 위해 기본 스킬은 반복 숙달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기주도를 위해서는 수많은 습작과 피드백 그리고 토론이 필요하고. 이게 특정 학원을 몇달 보낸다고 해서 해결될 성격이 아니라는 거지.


헌데 우리학원에 몇달 보내면 창의성과 자기주도능력이 길러진다고 해야 그 학원은 돈을 벌거다. 엄마들의 로망이 자기가 알아서 공부해서 남들 보기에 남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는 아이의 부모가 되는 것이거든.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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