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은 재키 로빈슨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마지막 해였다. 1947년 4월15일 그가 견고했던 인종 장벽을 무너뜨리면서 메이저리그 등록 선수의 6.7%는 흑인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렇다면 2020년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흑인은 얼마나 될까. 개막일 기준 등록선수로 보면 7.8%다. 그렇다. 아주 적다. 선수 수로 보면 80명이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탬파베이 레이스, 캔자스시티 로열스에는 단 1명도 없었다.
자료 출처: SABR
메이저리그에서 흑인 선수 비율은 1986년 정점(19%)을 찍은 뒤 점점 하락세에 있다. 2018년 8.4%로 반등하는가 싶었지만 2019년 7.7%로 떨어졌다. 그리고 올해 7.8%다. 로빈슨이 활약했던 1950년대와 비슷한 수치로 10%대 회복이 요원해 보인다. 1989년 올스타전 참가 선수들 중 15명이 흑인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흑인 비율이 10%를 넘었던 해는 2004년(10.1%)이 마지막이었다. 라틴계와 아시아권 선수 유입을 원인으로 들 수도 있으나 백인 선수 비율은 최근 10년 동안 꾸준하게 63%대를 유지 중이다.
미국프로농구(NBA)와 미국 프로풋볼(NFL)과 비교해 봐도 흑인 선수 비율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2020년 기준 미국 프로농구는 81%, 미국프로풋볼은 70%가 흑인으로 채워진다. 심지어 미국프로축구(MLS)에서도 20% 이상이 흑인이다.
자료 출처: DiversityInc 왜 메이저리그에는 흑인 선수가 적을까. <뉴욕 타임스>, <유에스에이 투데이>, <허핑턴 포스트> 등 현지 언론들은 경제·문화적인 이유를 댄다. 방망이·글러브·헬멧 등 유소년 야구 장비는 총 480.94달러(약 50만원)가 드는 반면 미식축구는 313.97달러(32만원), 농구는 95달러(10만원)에 불과하다.
장학금 체계도 야구 선수에게는 불리하다. 대학 1부리그 소속 야구 선수들 중 11.7%만 부분 장학금을 받지만 미식축구는 85%, 농구는 13%가 전액 장학금 혜택을 받는다. (이 통계는 2014년 기준이다. 현재는 달라질 수 있다.) 대부분 저소득층 출신의 흑인 스포츠 선수들이 어릴 적 야구를 하다가 고등학교 때는 미식축구 선수 등으로 전향하는 이유다. 메이저리그에 등록된 흑인 선수들을 포지션별로 보면 투수 비율은 3.1% 정도밖에 안 되는데 어깨가 강한 선수는 미식축구 선수로 빠지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야구가 지나치게 ‘지역적’인 것도 이유가 된다. 전국적 인기를 누리지 못하다 보니 프로풋볼, 농구와 달리 선수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2019년 조사에서 미국인 91%가 르브론 제임스(NBA)를, 88%가 톰 브래디(NFL)를 알았지만 현재 MLB 최고 선수라 할 수 있는 마이크 트라웃은 단 43%만 이름을 알았다. <유에스에이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아메리칸리그(AL) MVP에 뽑혔던 무키 베츠는 2019년 4월까지 단 한 건의 상업광고 모델 섭외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NFL이나 NBA 최우수선수였다면 과연 그랬을까.
켄 그리피 주니어는 <유에스에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흑인 야구선수가 없는 것은 MLB의 의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흑인 아이들을 되찾을 방법을 생각해야만 한다”면서 “아이들을 미식축구에 뺏기고 농구에 뺏기고 또 골프에 뺏기고 있다. 이들은 야구가 얼마나 멋지고 흥미진진한 경기인지를 알지 못한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NFL이나 NBA는 소셜 미디어, 광고, 뉴스 등을 통해 해당 스포츠의 재미있는 면을 보여주려고 많이 노력한다. MLB보다 잘한다”라고 꼬집으면서 “이는 흑인이나 백인의 문제가 아닌 야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MLB 인기가 갈수록 하락하는 것을 함께 지적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13년부터 전문위원회를 가동해 아마추어 흑인 선수를 돕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이런 노력 덕인지 최근 신인 드래프트에서 흑인 선수들이 지명되는 사례가 꽤 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켄 그리피 주니어가 지적한 대로 MLB 인기가 하락하는 한 재능 있는 선수들은 NFL이나 NBA로 빠져나갈 게 분명하다. 역사상 최초로 MLB와 NFL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 동시 지명된 카일러 머리가 먼저 지명했던 오클랜드 애슬래틱스(MLB)를 버리고 애리조나 카디널스(NFL)를 택했던 것만 봐도 그렇다. 참고로 2019시즌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총 관중수는 6880만명 정도였다. 2007년(8000만명)에 비하면 무려 1000만명 넘게 줄어든 수치다. MLB가 걱정해야 할 가장 큰 난제는 따로 있는 셈이다.
자료 출처: 뉴욕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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