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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희 Oct 07. 2022

배달앱의 이면

바야흐로 배달앱 시대다. 전화 주문이 필요 없다. 배가 고프면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기만 하면 된다. 수수료 때문에 부정적 인식도 더러 있지만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매출 규모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이나 무인 카페 또한 무한 확장 중이다. 무인 문구점도 있다. 음식점 키오스크도 빠르게 자리를 잡아간다. 낯선 곳에서 굳이 타인에게 길을 묻지 않아도 된다. 고속도로 톨 게이트 또한 하이패스 구간이 점점 많아진다. 사람은 사라지고 기계가 그 자리를 대체 중이다. 말이 필요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온라인 톡을 통한 ‘손으로 말하기’에 더 익숙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계화되어가는 와중에 코로나19가 방아쇠 효과를 일으킨 점도 없지 없다. 사람의 입은 어느새 ‘잠재적 바이러스를 품고 있는’ 위험요소가 되어 버렸다.


 <탈무드>에는 “입은 말을 통해서 사람의 육신이 공간 속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 주며, 사람은 말을 함으로써 공간 속에 자기 자리를 잡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된다”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손이 곧 입이 된 디지털 사회에서 사람은 ‘말’이라는 매개체 없이도 손가락 움직임 하나로 배달 음식을 주문하며, 누구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사진을 찍고 길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더불어 타인에게 말 걸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단절의 시대가 함께 찾아왔다.


 여느 때보다 더 타인과의 소통을 강조하지만 가장 쉽고 흔한 소통조차 사라지고 있는 모순된 사회다. 휴대폰을 통한 타인과 대화를 위해 연락처를 찾기 보다는 카카오톡 앱을 먼저 여는 시대. 말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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