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프로그램, 이른바 ‘쿡방’ 전성시대인 때가 있었다. 방송사들은 ‘음식’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다양한 변주를 한 프로그램을 앞다투어 선보였다. 요리쇼는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도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방송 프로그램 중 하나다.
<텔레비전 요리쇼의 진화>(2009년)라는 책을 펴낸 캐슬린 콜린스는 “2차 세계대전 전후로 시작된 텔레비전 요리쇼 장르는 수십년 동안 경제 부흥기와 침체기를 거치면서 고급스럽고 건강하고 수준 높은 음식을 쉽게 준비하고 싶은 대중의 갈망을 충족시켜왔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손가락과 입술 등을 근접 촬영하고 강한 색감이 있고 음식을 먹은 뒤 신음에 가까운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요리쇼가 포르노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도 말한다. 요리쇼는 중독성이 강하고 먹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음식 포르노’라고도 불리는 게 사실이다.
요리쇼와 관련해 미국 버몬트대 식품영양학과 리지 포프 조교수는 <애피타이트>라는 잡지를 통해 꽤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20~35살 사이의 여성 501명을 표본조사한 결과 텔레비전 요리쇼를 통해 얻은 정보로 음식을 해먹는 이들이 텔레비전 밖, 즉 지인 혹은 요리책 등을 통해 배운 요리법으로 음식을 하는 이들보다 몸무게가 5㎏ 이상 더 나갔고 체질량지수 또한 높았다. 시청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한 요리쇼의 조리법은 대개 열량이 필요 이상으로 높고 음식량 또한 많기 때문이다.
포프 조교수는 “텔레비전 요리쇼는 시청만 해야지 조리법을 따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비단 요리쇼뿐만이 아니다. 버몬트대 연구진은 체질량지수가 높은 여성들의 경우 지인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올린 고열량 음식 사진들을 보면서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일반적인 것처럼 느낀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보고 듣는 게 많아진 시대에 다이어트의 적은 술, 라면만이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