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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희 Jan 01. 2021

아이스크림과 화약

네이버가 2021년 1~11월 스마트스토어에서 팔린 상품을 분석한 결과 유제품·아이스크림 판매는 예년보다 13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코로나19로 아이들의 비대면수업이 이어진 탓이겠다.


빙과류를 좋아했던 ‘로마의 폭군’ 네로 황제 때문에 수많은 노예가 얼음산에서 희생됐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일 년 내내 여러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눈이나 천연 얼음 없이도 만들 수 있는 인공 아이스크림의 탄생에는 여러 학설이 존재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댄 주래프스키 언어학 교수가 집필한 <음식의 언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인문학>(어크로스·2015년)에는 중국에서 화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스크림이 처음 탄생했다고 서술돼 있다.


당 왕조 때인 9세기에 중국인들은 칠레초석(질산칼륨)을 유황·석탄과 섞으면 폭발력 있는 혼합물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창과 칼로만 힘의 세기를 겨루던 시기에 화약의 출현은 전쟁의 판도를 완전히 흔들어놓았다. 그런데 화약 제조 과정에서 칠레초석이 물을 차갑게 하는 성질이 있다는 사실 또한 발견됐다. 질산칼륨 같은 염을 물에 녹이면 질산과 칼륨의 화학결합이 깨지는데 그 과정에서 주변 물에서 열기를 흡수해 물이 차가워지거나 얼게 되는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현대식 냉장제의 기본원리인 흡열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중국에서 싹튼 인공 얼음, 즉 아이스크림 제조 방법이 서양으로 전해진 경위에도 여러 설이 있다. 베이징을 방문했던 마르코 폴로가 전파했다는 설도 있고, 중국 화약을 재빨리 받아들인 무슬림 세계로부터 전파됐다는 설도 있다. 주래프스키 교수는 “칠레초석과 눈, 셔벗과 소금이 중국에서 아랍을 거쳐 나폴리까지 전해지고 확장되면서 그전에는 전쟁에 쓰이던 것이 몇백 년 뒤 더운 여름날 우리에게 미소를 안겨줄 어떤 것을 발명하는 데 핵심이 됐다”고 설명한다.


 화약 또한 사람을 살리기 위한 불로장생 약을 개발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탄생했다고 한다. 화약과 아이스크림은 아주 이질적이지만 최초의 탄생만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선택자의 의지에 따라 불꽃 혹은 얼음꽃으로 길이 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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