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을 갔을 때이다. 자정이 넘어 떨어지는 비행기 스케줄 때문에 12시가 넘어서 새벽에 숙소에 도착했다. 남편이 이번에는 유럽물가대비 저렴한 숙소를 구했다며 1박에 4인가족에 30만 원이 안 되는 숙소라고 한다. 의아했지만 잘 구했겠지라며 mbti의 'P'인 즉흥형인 나는 별생각 없이 어디에 구했는지 검색도 안 해보았다.
골목을 들어가는데 골목입구부터 커다란 쓰레기통이 반겨주며 악취를 덤으로 준다. 불길해져 오며 골목으로 들어선다. 웬 철장으로 잠긴 건물 앞에 남편이 멈춰 서더니 이 건물이라고 한다. 호텔 아니었나고 했더니 상가건물에서 몇 개의 층만 호텔로 쓰는 거 같다고 한다.
오늘 새벽 안에 4인가족이 과연 침대에 누워서 잘 수 있을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불안감은 머지않아 현실이 되었고 한 시간 가까이 철문 앞에서 벨을 눌렀지만 응답은 오지 않았다. 계속해서 벨을 누르는 짠돌이 남편을 보며 오늘 다른 호텔에서 투숙할 마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길에서 아이들과 자야 하는 현실에 내 머리가 풀가동하며 오면서 봤던 불이 밝혀 있던 맥도널드를 생각해 냈다! 그 시간에 열려 있었던 거 보면 분명 24시일 거야! 라며 네 가족은 맥도널드로 향했고 다행히 우리는 다음날 아침을 맥도날드에서 맞이할 수 있었다. 우린 유럽의 그 도시에서 봤던 그 어떤 고대 유적보다 현대판 피에로가 반겨주던 맥도널드를 잊을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