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병원에 약을 타러 간다.
요즘에는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서일까 점점 신경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내가 약을 타러 가는 곳이 대학교가 근처에 있었어인지 점점 어린 친구들이 많다. 서글서글하시고 편하게 해 주시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의 인기 때문에 예약을 하고 가더라도 40-50분 정도의 대기는 필수이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개성 있고 예쁜 메이크업과 옷차림으로 잡지를 보며 앉아 있다. 한참 꽃다운 20대라고 했지 않던가. 꽃보다 예쁠 때라서, 꽃과 같이 필 때라서 20대를 인생에 있어 청춘이라고 하는데 무슨 고민과 아픔이 있어서일까. 기다리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용기 내어 병원까지 와준 용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기실 책장에는 심리책들과 요즘 신간 잡지들이 꽂혀 있다. 지루한 대기시간을 기다리며 핸드폰을 하기도 하고 잡지나 책을 읽기도 하다. 아직은 정신과를 다닌다는 사회적 편견 때문인지 그곳에 있는 학생들과 나는 서로 얼굴을 최대한 쳐다보지 않으려 노력을 한다. 마치 '나는 당신이 여기에 온 것을 모르는 것으로 하겠소'라고 서로 암묵적인 약속을 한 것처럼 우리는 핸드폰과 책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리고 대기자 명단에 내 이름이 뜰 때까지 우리는 그 시간을 견뎌낸다.
유럽처럼 우리나라도 정신과를 가는 일이 숨기거나 고개를 떨구어야 할 일이 아니길 바라며 우리나라도 좀 더 편하게 정신과를 이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