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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샘물 May 07. 2023

문해력은 문학책으로

큰아이에게 미안하다 사과한 이유

교사 생활을 하다보니 수능이 어떤 과목이 불수능이냐가 유아교육에 까지 미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저희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언어영역이 어려웠는데 독서를 많이 한 아이들이 고득점을 얻는다고 했죠. 제가 근무하던 학교에서도 중학교 때까지는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고 2 정도부터 성적이 쭉쭉 오르는 학생이 왜 그런지 알아보니 중학교 때 학교 옆에 있는 도서관에서 살았다고 하더라고요. 또 고등학교 때 무협지만 읽던 아이가 언어 불수능에서 고득점을 받는 상황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와 책을 거의 읽지 않았던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책의 종류는 상관없이 독서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거실의 3면을 결국에는 4면을 책장으로 채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방도 1~2면은 책장이었습니다.

큰아이는 책을 가져오라고 하면 과학책을 가져왔습니다. 전래동화는 너무 무서워서 싫다고 하는 아이였어요. 수학, 과학책을 읽고 또 읽혔죠. 독서면 어떤 책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책을 그렇게 많이 읽혔음에도 글쓰기를 잘 못하길래 엄마 아빠 닮아 이과 성향이라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작은 아이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주로 문학책을 읽어달라고 했어요. 전래동화, 명작, 창작동화, 다양한 그림책까지.

문학책만 읽는 아이가 지식이 부족할까 봐 전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방학 때는 다음 학기 교육과정에 포함되는 비문학 책을 강제로 읽도록 배정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선호하는 책은 문학책이었죠.

그래서인지 글짓기를 하면 큰아이보다는 좀 더 술술 써 내려가는 느낌이었어요.      

뭐 여기까지는 그런가 보다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저희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 중간, 기말고사를 다 봤답니다.) 초등학생 때 큰아이 기준으로 문제집을 준비해주면 작은 아이는 항상 시간이 남아서 제가 문제집을 더 사러 가야 했어요. 그게 참 의아했지요. 그렇다고 문제집을 엉망으로 푸는 것이 아닌데 말이에요.

중학생이 되어서도 시험공부를 하는데 시간이 남는 느낌이었어요. 참 불가사의한 일이었어요. 초등 때 암기를 잘 못했거든요. 예를 들면 저학년 때 책은 많이 읽지만, 독서 골든벨 대회에 나가면 중간쯤에 탈락했었답니다. 또한 초등학교 때 작은 아이가 시험을 잘 보기는 했지만, 중학교 가면 반에서 5등이나 하려나 하고 걱정하는 대화를 신랑과 나누기도 했었네요.     


그런데 '공부머리 독서법'이란 책을 읽고 이야기책이 아이의 성적을 향상시킨다는 내용을 보면서 아이에게 “넌 교과서를 읽으면 이해가 되니?”라고 물었더니,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더라고요. 교사인 저도 가끔 교과서가 잘 이해가 안 되는데 말이에요.

그 순간 제가 품었던 그동안의 의문이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작은 아이의 문해력이 더 좋아서 공부하는 속도가 빨랐나보다 생각하게 되었어요. 제가 뭐 검사지로 검증을 한 건 아니지만 느낌적인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기는 했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는 학교 도서관에서 매일 2권씩 그림책을 빌려 읽었습니다. 매일 책 읽는 습관을 들여주는 데 아주 딱이었죠. 영어, 수학 학원을 안 다녔기 때문에 독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은 제가 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하는 것도 좋지만 잘못하다가는 매일 만화책만 빌려올 수 있으니까요. 가능한 한 좋다고 소문난 책을 읽히려고 열심히 검색하고 정보를 탐색했습니다. 하루 한 시간 한글책 읽기를 초등학교 6년 동안 매일 했습니다.

가능한 제 학년에 맞는 책을 읽혀주려고 했고, 학년말쯤에는 이지성 작가의 책에 포함된 초등생 인문 고전 추천 도서를 읽도록 해주었습니다. 재미난 소설뿐만 아니라 가능한 인문 고전을 접할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책을 읽었는지 확인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확인하는 과정을 불편해했기도 했고, 제가 독서 수업을 하는 것은 너무 어려웠으므로 사실 뒤의 이유가 훨씬 크답니다.

대신 동네에 1주일에 한 번 독서 수업하는 곳이 있어서 그곳을 초1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보내기는 했습니다.

또 하나 중고등 사회 과학책은 단어들이 다 한자이기 때문에 한자를 모르면 교과서를 이해하기가 어려우리라 판단했습니다. 한자 수업을 제가 해주려고 책 몇 권을 사서 준비하고 시도해보았지만, 자꾸 뒷순위로 밀려나서 바로 초6부터 중1까지 몇 개월을 OO한자 학습지를 했습니다. 조금 빨리 시작해서 중학교 입학 전에 과정이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아이가 교과서를 잘 이해할 수 있었던 실전 노하우를 간단하게 풀어봤습니다.     


요즘에 저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 부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읽기라고 꼭 강조합니다. 그중에서도 저학년 때는 문학책의 비중이 높아야 한다고요. 그래야 이해도, 문해력을 충분히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문학책을 많이 읽으면 좋은 점은 영어책 읽기도 더 수월한 것 같아요. 영어책도 책이고, 처음 시작하는 영어책 대부분 문학책이니까요. 그래서 작은 아이의 영어 실력도 수월하게 향상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답니다.     


어머님들, 아이들이 아직 독서의 양이 부족하다면 다른 것 다 제쳐두고 독서를 시작하세요. 그중에서도 문학책으로요. 아이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면 좀 더 쉬운 책, 재미있는 책으로 선택해주세요. 그리고 책을 완독하지 못한다고 해서 불안해하거나 강제로 읽히려고 하지 마세요. 재미없다고 한다면 그 책은 얼른 패스하고, 다른 책을 읽도록 해주세요.

그러기 위해서 엄마는 두 번째 계획, 세 번째 계획도 세우고 있어야 하겠죠? (첫 번째로 준 책을 싫어한다면 바로 다음 책을 아이에게 줄 수 있도록 말이에요).

당장 수학, 과학 못해서 불안할 수 있지만 멀리 본다면 독서가 답입니다. 흔들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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