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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낭만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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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엔진 Nov 16. 2017

25불짜리 낭만..

낭만필름 첫번째 컷

동네 벼룩시장에서 25불짜리 필름카메라를 샀다.


Konica Autoflex A


러시아 발음이 묻어나는 아저씨와 이리 저리 밀당을 하여, 50불짜리를 25불에 가지고 올 수 있었다. 


50년은 족히 되었을 카메라였다.

무게는 벽돌보다 조금 가벼웠고 수동 50mm렌즈는 세상의 모든 먼지와 기스들이 있는 것 같았다.

최고 셔터스피드는 1/500초 밖에 지원되지 않았고 노출계는 고장이였다. 


그냥 망치보다 조금 더 복잡하고 무거운 도구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한달용돈이 생각보다 얼마 안되는 내가 이 카메라를 25불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사온 이유는 바로 셔터 소리 때문이다.


'철커덕'

아주 아주 오래전에 아버지의 카메라에서 들었던 소리.


얍쌀한 디지털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아니라, 정말 기계와 기계가 부딛히면서 나는 묵직한 '진짜' 소리였다. 

그날은 하루종일 필름도 없는 빈 카메라의 와인더를 돌리고 셔터만 눌러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디지털 시대의 한 가운데에서 아날로그의 감성을 외치게 되었다. 


Valley of the Five Lakes . Jasper AB. Can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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