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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엔진 Oct 23. 2017

난 쿠바가 가고 싶었다.

커피를 바라보며, 바다를 마시고 싶었다.

'Welcome to Cuba'


언젠가 우연찮게 넘겨본 잡지책의 페이지에는 100pt는 족히 넘을 화려한 Serif체의 폰트가 잡지책을 부담스럽게 채우고 있었다. 쿠바인들에게 Espresso한잔은 인사와 같은 의미라는 글과 시작하는 글에는 광고성 짙은 소개글들과 파스텔 톤으로 페인트가 칠해진 건물들 앞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진들이 몇장 있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두 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이였지만, 나는 여전히 그 잡지책의 두꺼운 메트 제질의 촉감을 잊지 못하고 있다.


내가 유럽행 비행기를 타고 있을때도 그 메트지의 느낌은 내 머리 속 어딘가를 구름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국지성 집중 호우 같았던 첫 느낌은 어느새 두꺼운 장마전선이 되어 계속 비를 뿌리고 있었다.


불결 가득한 생각을 가지고 현실속 목적지로 향했다. 내가 가는 곳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도시이름과 숙소 이름이 전부였다. 쿠바가 아니였기 때문만은 아니였다. 떠나기 전날 까지 촬영을 하고 있었고, 전화기가 서비스 구간을 넘어 갈때 까지 이메일을 써대고 있었다.


변명 같은 이유로 나의 여행 목적은 단순했으며 매우 명확했기 때문에 그런 정보는 불필요 하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그럴것이 내 짐들은 기동성을 위해서 세로그립을 때버린 카메라와 35mm,, 85mm 렌즈 두개, 그리고 야시장에서 산 50년은 족히 되었을 Konica 필름 카메라와 필름 두통이 전부였다. 아, 그리고 2005년 군대 재대 후 사서 읽지 못했던 동경만경이라는 일본 연예 소설책이 한권이 있었다.


필요한건 다 빠져버린 준비물들이지만, 서른이 넘은 아재가 중2 감성을 채우기에는 충분한 것들이였다.  

짧지만 길었던 2주동안 많은 사진들을 찍었고 할 수 있을때는 노트를 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당시 느꼈던 감정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2주동안 낮선 곳이 익숙해 지는 순간들을 사랑했고, 그 순간들을 기록 하는 것..

내 여행 목적이고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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