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감정으로 시작된 여행이였다.
명동과 다를 것이 없었다.
북적대는 관광객들과 벌집같이 붙어있던 간판들 속 모습들은 한국을 떠나 10년을 살았던 나에게도 비엔나의 첫 모습은 '명동'이라는 두 글자로 다가왔다. 명동을 좋아하고 그리워 했지만, 빡빡한 삶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찾고 싶은 모습들은 아니였다.
바르셀로나에서의 뜨거운 햇볓과 함께 다가왔던 이국적인 느낌과 날 것 그대로 것들에 대한 강렬한 첫 인상이 오버랩 되면서 아쉬움과 함께 거리를 돌아다녔다. 오랜 비행으로 피곤에 떡이된 몸이였지만 직장인 여행자로써의 의무감으로 나온 우리 부부에게는 아마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들이였던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고 싶어 더 자세히 보고 다른 것들을 찾고 싶었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을 쪼개 보기 시작했다. 그 속의 이야기들을 보려고 했고 그 속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보려고 했다.
그렇게 스스로 나의 시선은 나의 마음을 위로했다.
35미리를 가지고 올걸 이라고 아쉬워했지만, 곧 빗방울이 굵어지는 관계로 사진기는 넣어버렸다.
다행히도 호텔로 돌아오는 길의 모습은 첫 인상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