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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엔진 Nov 19. 2018

서른 다섯살 직장인의 장래희망

1. 나도 안다. 도전하기엔 늦었다는거..

오랜만에 회사 출장으로 한국에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진행하던 업무 관련 시스템을 한국에서 구매하게 되었고 담당자로 한국에서 교육을 받기 위한 출장이였다. 지금 돌이켜 본다면 출장이라는 탈을 쓴 일탈이라는 마음의 여행(?)이였다.


일주일의 짧은 출장 일정중 이틀째 되는 날, 오랫동안 못봤던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지금은 방송국 영상기자로 있지만, 한때는 사진작가를 꿈꿔오던 내 고등학교 동창.


멀리 있어도 꾸준히 연락을 하던 친구였고 얼굴은 못보지만 그렇기에 더 많은 속마음을 말할 수있던 친구였다. 함께 술을 마신지는 오래되었지만, 충분히 서로의 고민을 알고 이해 하고 있었다.


문래동에 있는 채윤회에서 해물라면과 돼지등뼈를 안주로 적당히 어색한 시간들을 뭉게고 기분좋게술이 올라와 있었다.


그 친구가 나에게 술을 한잔 건내며 말했다.


"이제 사진 적당히 해라. 그만하면 많이 했고, 적당히 즐기는 수준으로 끝내.. 그 시간에 니 와이프하고 가족에게 더 신경 쓰는게 나중에 훨씬 남는거야. 니 열정은 아쉽지만, 이제 우리가 열정만 가지고 뭔가를 도전하기에는 너무 늦었잖아..그리고 성공하기도 너무 힘든 직업 이라는거 알잖냐. 지금은 그것들 보다는 현실적으로 주위에 있는 것들에 좀 더 신경을 써.."


나는 대답했다.


"나도 알지. 서른다섯이나 먹고 이러는 것도 웃기고, 와이프한테도 미안하고..그런데, 내가 가슴에 뭔가 품고 있는 걸 표현할만한 열정이 남은게 그거 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가 나 자신을 표현할 수있는 방법이 그것 밖에 남지 않은것 같아."


그렇게 한잔을 넘겼다.

내가 먹었던 라면 중 가장 맛있었던 라면이였다.





나는 서른 다섯살이다.

현재 북미에서 살고 있으며, 삻을 함께 하는 와이프가 있다.

회사원이지만, 동시에 아주 간간히 돈을 받고 사진일을 하고 있다.

 

나의 장래희망은 사진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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