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밥 한 토막
‘실밥 한 토막.’
이런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오래 입은 애착 티셔츠의 밑단에
실밥 하나가 삐죽 나왔어요.
작고 가느다란 실밥이라 별 생각 없이 잡아당겼는데,
두두둑...
아이고... 티셔츠 아랫단 절반이 축~ 하고 늘어져 버리네요.
세탁소에 가려다가 티셔츠를 다시 찬찬히 봅니다.
꽤나 아낀다고 생각했었는데,
어?
의외로 그다지... 입니다.
너무 오래입기도 했고,
아내가 티셔츠를 마음에 들지 않아했던 것도 생각났어요.
아파트 의류수거함에 넣으려다가
이걸 누가 입겠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결국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렸어요.
허전한 마음도, 아까운 마음도 없네요.
그러고 나니 아내가 내 마음에 꼭 드는 티셔츠를 두 장이나 선물합니다.
하나를 버리고 두 개를 얻었으니 괜히 성공한 기분입니다.
작고 가느다란 실밥 하나 때문에 애착 하나가 사라졌네요.
그런데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애착이 사라진 게 아니라 문턱 하나를 넘은 것 같아요.
내가 만들어 놓은 지나치게 높았던 문턱 말이에요.
실밥 한 토막으로 문턱 하나 넘었으니 꽤나 뿌듯한 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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