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hoAmI Apr 26. 2021

우리 모두의 일상 속 UX

UX는 어디에나 있다.

UX는 곧 어플리케이션?


빠르게 디지털화되어가는 세상에서 UX라는 용어는 더 이상 IT 업계 디자이너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UX라는 용어는 UI/UX처럼 디자인의 범주에 묶여 있었지만, 최근에는 UX 디자인이란 말은 UI 디자인과 꽤 명확하게 분리되었고, UX Designer 뿐만 아니라 UX Researcher, UX Writer 등의 직업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누군가 어떤 일을 하냐고 물었을 때, 설명하기 가장 어려운 직업들 중 하나가 바로 UX 관련 직업들이다.  


UX라는 용어와 친숙하지 않은 일반 사람들의 경우, UX는 통상 Digital 제품이나 서비스의 영역으로 생각하곤 한다. UX는 Digital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기도 전부터 우리 삶에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디지털 세상에서 사용자 경험이라는 개념이 대두됨에 따라 UX는 대개 Digital에서의 사용자 경험에 국한되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삶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서, 사용자 경험이 제외된 분야는 찾기 힘들 것이라 확신한다.


그래서 나는 일상에 너무나 밀접하게 녹아들어 떠올리기조차 쉽지 않지만, 확연히 뛰어난 UX를 담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경험을 떠올렸다. 당장 며칠 사이의 경험만 떠올려 보아도 초기 기획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제품부터, 아주 사소하지만 사용자에게 큰 편리를 주는 서비스까지, 우리 삶에는 뛰어난 UX이 아주 많이 존재하고 있다.



더 자주 청소하고 싶게 만드는 제품, Easy drop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집에서 사용하는 'Easy-drop'이라는 화장실 청소 제품이다. 대학 입학을 기준으로 8년째 자취 중인 나에게 집안일 중 가장 귀찮은 일은 화장실 청소다. 우리 집에는 변기 세척용 솔과 타일 줄눈 청소용 솔이 따로 구비되어 있고, 두 제품 모두 청소할 때를 제외하고는 내 살결이 닿고 싶지 않은, 거부감이 가장 많이 생기는 물건들이다. 화장실 청소는 집안일 중에서도 특히 혐오스러운 일이고, 화장실 바닥에 있는 머리카락과 먼지 등이 솔에 엉키는 모습까지 목격하게 되면 끔찍함은 배가된다. 하지만 Easy-drop을 구입한 뒤로 나는 그러한 감정들에서 조금은 멀어질 수 있었다.



Easy-drop의 사용법은 다음과 같다. 세제가 묻어있는 일회용 필터를 전용 집게에 끼운다. 그것으로 바닥이나 변기와 같은 세척 대상을 닦은 후, 변기에 필터를 넣고 물을 내려 버리면 필터는 물에 녹아 자연 분해된다. 화장실 청소를 하는 동안 손에 물을 한 방울도 묻히지 않을 수 있고, 솔로 청소하는 것보다 더욱 깔끔하게 청소된다. 전용 집게는 변기 옆에 세워두거나 걸어두면 되고, 필터만으로 화장실 전체를 청소할 수 있으니 세제나 다른 추가적인 제품이 필요하지 않아 졌다. 집게를 들고, 필터를 끼운 뒤, 청소하고 싶은 곳을 닦아서, 다 쓴 필터는 물과 함께 내려버린 후, 다시 집게를 가볍게 씻은 후 걸어둔다. 이 모든 과정이 번거로움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자주 화장실 청소를 하게 되었고, 언제나 깔끔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간단한 아이디어를 통해 당연하게 여겨지던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소시키고, 사용자의 행동 변화까지 유도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카드 결제기에 붙여둔 종이 한 장

코로나 19가 확산됨에 따라, 많은 가게들에서 카드 결제 시 소비자가 직접 카드를 카드 단말기에 꽂아서 결제하는 방식으로 프로세스를 바꾸었다. 이전에는 직원이 카드를 받아 결제를 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새로운 결제 환경에 다소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식에 익숙해진 듯 하지만, 이런 방식이 도입된 초반에 많은 소비자들이 카드 방향을 반대로 넣는다거나, 넣었다가 긁었다가를 반복하거나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나 또한 이러한 카드 단말기에 적응하기까지 꽤 걸렸다. 주로 카드의 앞면과 뒷면을 혼동하였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여러 번 당황스러웠고, 시간이 추가로 들게 되어 뒷사람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어떤 빵가게를 방문했는데, 단말기에 이러한 이미지를 붙여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마 나 같은 고객들이 꽤 많아서였을 것인데, 단순하지만 명쾌한 이미지 한 장 덕에 나는 헷갈리지 않고 옳은 방법으로 결제할 수 있었다. 이런 단순한 가이드 또한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좋은 UX라 생각한다.



대형 주차장 안에서, 내 자동차 위치 쉽게 찾기



예전에 차를 운전해 대형 쇼핑몰이나 호텔 등을 방문하면 습관적으로 꼭 찍어두는 사진이 있었다. 바로 주차 위치이다. 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 몰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주차장에서 몇십 분을 허비한 기억이 많아서, 주차를 하고 나면 언제나 주차된 층과 위치가 보이게 사진으로 찍어두곤 했다. 이러한 사진들은 한번 확인하면 쓸모가 없는 사진인데, 매번 꼼꼼히 지우는 게 아니라서 나의 앨범에 꽤 많이 쌓이곤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대부분의 대형 쇼핑몰과 많은 일반 빌딩에서 번호만 입력하면 내 차가 주차된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되어있다.



나는 이 시스템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차량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어 헤맬 필요도 없고, 몇몇 쇼핑몰에서는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차량이 주차된 위치까지 빠르게 가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게다가 주차 위치를 확인하면서 주차비를 결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차장 출구에서 힘들게 지갑을 여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에 허비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지금의 이 시스템이 얼마나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주었는지 와 닿는다.


주변을 둘러보면 뛰어난 UX라고 대서특필 되지 않았더라도, 뛰어난 사용자 경험을 전달하는 사례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UX라는 용어와 전혀 접점이 없었던 사람들은 대개 UX는 곧 디지털 제품, 혹은 더욱 좁게 애플리케이션에 국한되어 있는 영역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UX란 우리 일상에 깊게 박혀있어 왔고, 범위 또한 무한히 넓은 영역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인생을 글로 배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