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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녀의 서재 Feb 23. 2020

엄마는 죄인이다.

코로나. 너는 악마의 왕관이렸다!

그녀는 죄인이다. 그녀가 처음부터 죄인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를 죄인으로 만든 근원적 이유는 COVID-19 때문이다. 그녀가 사는 지역에도 어김없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녀의 직장에서도 일부는 격리 조치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격리는 무급휴가로 처리되었다.


그녀는 변함없이 아침에 눈을 뜨고 주말의 행복감을 느꼈다. 늦게까지 자도 된다. 코로나 때문에 이 좋은 날씨에 아이와 나가 산책할 수 없는 것이 좀 아쉬웠지만 사람 없는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와 놀면 될 일이다. 늦은 아침, 창을 열어 밖을 보니 공원에도 거리에도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고 도로마저도 한산하니 가끔 버스 한 대씩 지나갈 뿐이었다.


'코로나 19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휴원 안내'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러면 안 되는 건데...'

"여보. 어쩌냐. 어린이 집 휴원 한데요."


결혼한 여자가 위급한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곳은 한 군데밖에 없다. 친정.

그것도 친정 거리가 가까울 지라면 정말 위급하지 않아도 손을 벌리는 법이다.

"야. 너 회사 다니기 싫다며 그냥 격리시켜달라고 그래. 엄마, 아빠도 예식장도 다녀오셨고, 나도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서 여기도 안전하지 않아. 다른 데 알아봐."

그녀의 언니의 네 가지가 결핍된 발언으로 순간 짜증이 솟구쳤다. 

"여보. 애는 시댁으로 오늘 데려다주면 어때? 거기는 아직 확진자 없다며."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에 그녀의 남편은

"엄마 가게도 나가셔야 하는데, 애를 엄마 가게에 같이 나가 있으라고 그래? 그건 좀 아니지 않아?"

그녀 남편의  자기 엄마의 편의만 생각하는 그 끈끈한 가족사랑의 마음에 그녀는 말문을 잃었다.


 '팀장님. 아이 어린이집이 코로나로 휴원을 하였습니다. 친정도 안전하지 않고 아이를 맡길 데가 마땅치가 않습니다. 저도 자가격리든 무급휴가든 부탁드립니다.'


"뭐해? 회사에 얘기했어?"

그녀의 남편이 당연하다는 듯이 묻는다.


'사정은 알겠는데 사무실에 이미 격리된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또 이렇게 나오면 일은 누가 합니까? 아직 의심, 확진이 아닌 상황에서 휴가 신청은 반려합니다.'


"왜! 나만 이런 거 해야 해? 나도 회사에서 커리어라는 것도 있고, 나도 나보다 어린 팀장한테 만날 이렇게 사정하는 거 싫어. 그리고 친정에만 이렇게 아쉬운 소리 하고 욕먹는 거 싫어."

"왜! 나만 개념 없고, 왜! 나만 나쁜 년이 되어야 하냐고!"


그녀는 창밖에 하늘을 바라봤다. 그녀가 좋아하는 시원한 하늘색이다. 이렇게 좋은 날 그녀는 철창에 갇힌듯한 심정이다. 답답하다. 


엄마라서 딸이라서 여자라서 말단이라서 그녀는 그렇게 좋아하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데도 눈이 시다. 

눈물이 차올랐다.


'코로나. 그 예쁜 이름에. 

너는 나를 괴롭게하는 악마의 왕관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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