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에 대하여

여러분이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by 마디



꾸준하다는 것은 언제나 거창하고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꾸준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한 직장에서 10년 이상 다니는 것, 한 직종에서 몇십 년 동안 일하는 것, 하루도 빠짐없이 정해진 일을 하는 것.... 어딘가 강박적인 이미지가 따라붙어 더 그렇다. 작심 3일이라는 말처럼 무언가를 매일 하겠다는 다짐은 좀처럼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운동도 일도 취미생활도 연 단위로 해본 것이 없다. 특히나 일에 있어선 꾸준함 콤플렉스가 더 크게 작용한다. 잘 맞는 직장을 찾아보겠다고 도전했던 몇 군데의 회사를 다 짧은 기간에 그만두며 느낀 좌절감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 휩싸일수록 20대에 꾸준히 이뤄낸 게 좀처럼 없는 것 같아 자꾸만 작아진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내게서 발견한 꾸준함 몇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독서와 쓰기다. 강박적인 시선에서 잠시 멀어져 차근차근 떠올려보니 20대가 되고선 언제나 무언가를 읽거나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땐 책과 정말 멀고 먼 사이였는데 이런 변화가 신기하게 느껴진다. 여덟 살 때 아빠가 책장을 어린이 세계문학 전집으로 가득 채워줬었는데,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다섯 권도 채 읽지 않았었다. 그나마 학교에서 독서 퀴즈대회에서 등수 안에 들면 상품을 준다고 해 읽은 몇 권의 책이라도 있어 다행일 정도였다.



독서를 시작하게 된 건 성인이 되고 우연한 계기로 읽게 된 산문집 덕분이었다. 친구가 소개해 준 작가의 이야기가 흥미로워 읽게 된 책이었는데, 한 권의 책 안에 이렇게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길 수 있음에 감탄했다. 작가 본인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의 시선으로 적어낸 가족과 친구,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책을 통해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글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쓰는 행위로도 이어지게 되었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꺼내 글로 나타내고 눈으로 보는 것은 곧 나에 대한 탐구가 되었고, 동시에 타인의 세상을 조금 더 알아볼 기회가 되었다. 그 책을 통해 시작된 새로운 경험은 20대의 전반적인 선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뭐든 거창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것 같다. 독서의 경우도 그렇다. 언제까지 이걸 어떻게 해내겠다는 큰 목표를 가지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냥 그 작가가 좋았고, 좋으니 계속 읽었을 뿐이다. 읽다 보니 다른 작가의 책, 다른 분야의 책에도 자연히 관심이 생겼고 그렇게 계속 읽게 됐다. 쓰기 또한 마찬가지다. 쓰면서 내면의 무언가가 해소됨을 느꼈고, 쓰는 행위가 나를 다듬어주었기에 계속된 것이다.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강박적인 접근을 시도하면 일찍부터 부담감에 사로잡혀 더욱더 멀어지게 된다. 좋으면 좋은 대로 계속하는 것, 결국 그게 꾸준함이 된다. 지금의 나에게 집중하며 매일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가장 좋은 꾸준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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