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처음으로 느낀 감정은 다름 아닌 불안감이다. 작년까지 적었던 새 마음과 다짐들은 분명 투지를 가득 일으켰는데, 오늘은 평소와 너무나도 다름이 없었다.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조급함 말고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런 오늘이 당연한데 말이다. 고작 하루가 지나간 것뿐이니까.
부정적인 감각에 휩싸이면 몸이 마비된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불안감이 몰려와 부리는 행패의 패턴을 알아채고 나서부터는 순순히 당해주지 않기로 했다. 그건 단지 생각의 일부일 뿐.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면 된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다른 감각들이 되살아난다.
침대에서 몸을 재빠르게 일으킨 후 전기장판을 껐다. 그리고 창문을 열었다. 찬 바람은 꽉 막힌 마음에 숨구멍을 열어준다. 시원한 마음으로 물건이 쌓여있는 책상 위 물건부터 하나둘 집어 드니 새해 첫 행동으로는 방 정리가 제격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책상 위 가장 많이 쌓여있었던 책부터 정리해 보았다. 둘 곳이 없다는 이유로 책장 이외의 공간에 이리저리 퍼져있었던 책들을 하나둘씩 꺼내 한자리에 모았다.
카테고리별/좋아하는 작가별/손이 잘 가지 않지만 두고 싶은 책으로 분류해 꽂아두고, 더 이상 읽지 않을 책들은 따로 모았다. 손을 거치는 족족 모양을 달리하는 방의 모습을 보니 마음도 함께 정돈되는 듯했다.
정리하는 동안에 언젠가 도움이 될 것 같아 저장해둔 목록에 있는 영상을 켜두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인사이트조차 마주하기가 버겁다는 생각이 들 때(심지어 그게 좋은 자극이 될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영상들이 눈에 들어왔고, 지금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보겠지 싶은 마음에 넣어둔 것들이었다. 정리하는 세 시가량 본 몇 개의 영상은 마치 오늘을 위해 아껴둔 것처럼 마음에 와닿았다. 그 말들이 귀를 타고 온몸으로 들어와 에너지로 변환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좋은 듣기를 통해 유의미한 에너지를 얻고, 하루를 시작할 힘이 생기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집을 정리하며 덤으로 얻은 맑은 몸과 마음을 이끌고 아까 모아둔 책을 챙겨 나왔다. 책을 판매하러 가는 길은 왠지 모르게 설렌다. 가져간 몇 권의 책으로 번 소소한 돈이 평소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걸로 새해 첫 커피를 마시며 기록을 남기기 위해 근처 카페 골목으로 향했다. 처음 들어간 카페는 빛이 잘 들지 않았고, 그다음으로 간 카페에는 자리가 없었다. 그러던 중 오래전에 가본 적 있던 곳이 생각나 조금 더 걸어 도착했다. 빛도 잘 들고, 따뜻하고 맛있는 커피가 있고, 읽고 쓰기에 좋은 자리가 있었다. 생각지 못한 곳에 더 좋은 것들이 많이 있다고, 언제나 내 시야만이 최선인 것은 아니라고 망설임과 고민의 시간이 셀 수도 없이 많이 누적된 내게 말했다.
밝은 곳을 바라보며 올해의 새 마음을 적었다. 오전에 영상을 보며 느꼈던 생각과 올해의 다짐, 하고 싶은 것들....적으면 적을수록 마음속 숨구멍이 매우 활발해졌다. 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의심과 함께 훼방꾼은 언제나 찾아올 것이다. 그럴 때마다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면 된다.
아까 본 재생목록의 맨 마지막은 전자음악 뮤지션 키라라의 인터뷰 영상이었다. 3집 앨범의 이름 Sarah. 사라. 키라라는 말한다. 친구들아 죽지 말아라. 살아. 살아라.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