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화의 여름

by 마디

책 정리 중 계화의 여름이란 제목을 발견했다 할머니가 생각났다 할머니의 이름은 계화 사실은 기화가 맞지만 할머니의 아버지가 실수하는 바람에 계화로 등록됐다 덕분에 난 오늘 할머니를 떠올렸다 계화의 여름은 어땠을까 계화가 내 나이었을 쯤 어떤 여름을 보내고 있었을까 그때 계화는 이미 세 명의 자식이 있었고 남편의 실체를 알게 됐고 어리고 청춘이라는 단어는 저 멀리 사라져 식구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계화는 그리고 나도 키워냈다 계화의 삶에 계화는 많이 없었다 계화는 열심히 모임에 나가고 관계를 유지하고 곗돈 모아 육십 넘은 나이에 유럽도 미국도 다녀왔다 할아버지는 보름동안 떠난 계화를 대신해 서툴게 내 머리도 묶어주고 수제비도 끓여주고 학교 끝나면 태워서 분식점에도 데려갔다 할아버지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서럽게 운다 내가 불쌍하다고 근데 난 할아버지랑 할머니 때문에 불쌍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안아줬고 햄스터를 키우게 해줬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법을 가르쳤다

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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