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도착하는 법

by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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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한 가지 질문에 글을 적어 보내는 [생각 글]에 참여하고 있다. 계속 쓰게 된다는 점이 가장 좋지만, 특히나 좋은 건 질문과 함께 오는 "영감 글"을 읽는 시간이다. 눈을 뜨자마자 만나게 되는 글은 하루의 시작에 유의미한 에너지를 준다. 오늘의 영감글은 도착지로 향하는 여정을 충분히 느끼고 음미하는 것 대한 이야기였다. 도착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도착지까지 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우리를 성장하게 하고 인간답게 만든다는 이야기가 깊이 와닿았다.


우리 인생에서도 ‘도착’은 짧고 ‘여정’은 길지요. 그 오랜 통과의 시간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듭니다. (중략) 우리는 종종 실패가 무서워서 빨리 결론을 얻고 싶고, 불안해서 빨리 확정하고 싶고, 비교가 괴로워 남보다 먼저 도착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 보면 ‘시장’을 지나치고 ‘현자’를 만나지 못하고 ‘향수’도 놓치게 됩니다. 빨리 도착할수록 풍요로워질 기회가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지요.


이 글 속엔 그와 관련된 시와 소설, 그리고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예술가는 클로드 모네다. 모네는 같은 풍경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 동일한 대상이나 풍경을 수십 번 계속해서 그려나갔다고 한다. 뭔가를 시작하면 빠르게 결과나 반응을 얻고 싶어 하던 나의 조급함과는 대조되는 그의 인내심과 자신이 하려는 예술에 대한 성실함에 감탄했다. 내가 하려는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이 멋있고 배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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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좋은 에너지를 가득 품고 집을 나섰다. 몇 개월 전 친구와 함께 미리 예약해 둔 전시를 드디어 보러 가는 날이었다. (타고 내릴 때마다 친절하게 인사해 주시던 버스 기사님, 예상보다 훨씬 더 푸근한 날씨에 즉흥적으로 먹은 평양냉면, 오랜만에 보는 친구의 얼굴까지 기분 좋은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오늘 볼 전시는 미국 샌디에이고 미술관에 있는 르네상스부터 20세기 모더니즘까지의 약 65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였다.


전시장을 둘러보던 중 우연히 곧 도슨트 강의가 시작된다는 안내를 발견했다. 빈자리가 꽤 있어 일단 한 번 앉아봤는데, 얼마 후 시작된 강의는 예상치 못하게 유쾌하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특히 시작할 때 "여러분, 전시 제목부터 르네상스, 인상주의, 모더니즘 해서 뭔가 얻어가야겠다는 부담이 있으실 텐데, 그럴 필요 없어요. 그냥 놀러 왔다고 생각하고 들으세요!"라고 하는 도슨트의 말 덕분인지 오히려 더 즐거운 마음으로 집중하게 되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강의 도중 오전에 글로 만났던 클로드 모네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했던 순간이다. 하루에 모네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두 번이나 만나게 되는 것이 신기했다. 강연에서 소개한 모네의 이야기는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사실적인 그림들과는 달리 빛과 색채를 담아 자연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한 인상주의 화가이며 시간, 계절, 날씨에 따라 변화하는 건초더미를 반복해서 그린 "건초더미 연작" 중 한 작품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모네의 작품을 실제로 만나니 훨씬 다른 느낌이 들었다. 배경지식을 가지고 예술 작품 앞에 서는 건 훨씬 다채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걸 오늘 깊이 느꼈다.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같은 풍경을 그려낸 모네의 정신을 두 번이나 되새기며 큰 영감을 받았다.


전시의 막바지에 다다를 때쯤, 벽면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진정한 여행자는 결코 도착하지 않는다.
에드가 드가

마치 오늘 하루가 모두 복선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루하루를 천천히 음미하며 원하는 결과까지 나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뒤처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든 빠르게 나아가려고 조급함만 앞섰던 나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마음졸이며 스트레스 가득하게 보내는 시간보다는, 기왕 계속할 일이라면 나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주변 풍경들을 음미하며 나아가는 것이 훨씬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모든 인용구의 출처: 목표보다 여정이 더 중요한 이유 [고두현의 아침 시편] /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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