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이다. 평일을 마무리하며 한 주를 되돌아본다. 주말에도 일을 해서 사실 평일과 주말의 구분이 딱히 없긴 하지만 주말엔 좋아하는 S가 쉬는 날이기도 하고, 또 매장에도 쉬는 손님들로 붐비기에 평일과는 다른 에너지를 느낀다. 이번 주는 어떤 한 주를 보냈던가...
월요일엔 좋아하는 공간에서 2026 붉은 말의 해를 기념해 말 키링을 만들었다. 사랑스러운 사장님의 설명과 결이 비슷한 사람들과의 대화, 평화로운 음악 소리와 함께 바느질했다. 잔잔한 흐름을 따라 손을 움직이니 어느새 각자의 말이 완성되고 있었다. 서로 다른 개성이 담긴 말인 동시에 모두의 손에 들린 게 올해의 희망이 가득 담긴 붉은색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았다.
화요일엔 별다를 게 없는 출근날이 될 뻔했지만, 월요일에 만든 말 키링의 꼬리부분에 달린 털실을 좀 더 보완할 수 있도록 질 좋은 털실을 찾으셨다며 사장님께 시간이 된다면 오시라는 연락을 받았다. 출근 전에 가려면 적어도 12시엔 가야 했는데, 원래 출근보다 한 시간 빠른 시간임에도 흔쾌히 나와 있겠다며 오라고 하셨다. 좋아하는 공간과 사람에게 가는 설레는 길에 눈까지 왔다. 하얀 눈을 조금씩 맞으며 걸어가는 길은 왠지 기분이 좋았다. 저 멀리 웃으며 손 흔드는 사장님과 함께 카페로 들어갔다. 따뜻한 내부에 단둘이 앉아 말의 꼬리를 고쳐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 차이를 잊을 정도로 긴밀한 대화를 나누면서 세상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몸소 이해하게 되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뭐든 시작하세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일단 질러야 돼! 사장님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저녁엔 감사 일기 다섯 개가 술술 채워졌다.
수요일엔 아빠 생일이었다. 일 년에 한 번 돌아오는 아빠 생일이 어떤 해엔 버겁고 어떤 해엔 아무렇지 않은데, 이번엔 아무렇지 않았다. 아빠에게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맛있는 밥 사 먹으라며 용돈을 전했다. 1초 만에 받는 걸 보고 우린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아빠를 생각하면 참 많은 감정이 스치면서도 확실한 건, 미우나 고우나 우린 가족이라는 것이다. 그다음엔 할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을 처리헀다. 마감할 글도 있었고, 어제 미처 열어보지 못한 택배도 확인해야 헀고, 읽고 있던 책을 다 읽어야 했고, 브랜드 관련 일도 있었다. 출근 전에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해야 했었는데! 이 모든 걸 다 해내고 출근하는 길은 굉장히 뿌듯했다.
목요일엔 H와 약속이 있었다. 즉석떡볶이를 먹고 느좋카페에 가서 수다 떨다가 영화 한 편 보고 헤어지는 완벽한 게획이었으나.... 새벽부터 극심해진 어지럼증으로 급히 약속을 취소했다. 천장이 핑글핑글 도는 와중 몇 달 전 건강검진 결과지에 적혀있던 빈혈증세, 한 달 전부터 틈틈이 느껴온 어지럼증, 몇 주 전부터 함께 왔던 피곤함과 컨디션 저하 같은 게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 그때 병원 가볼걸... 일단 지금이라도 병원에 가는 게 급선무였다. 의사 선생님은 많이 피곤하셨을 텐데 왜 이제 오셨냐며, 당장 먹어야 한다며 철분제를 처방해 주셨다. 철분제로 인한 변비, 속쓰림 그런 거 다 차치하고 일단은 빈혈 수치를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목요일에 이 모든 게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나의 영웅,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시멘트색이던 입술색이 저녁에 핑크빛으로 돌아올 때까지 옆에서 일으키고, 먹이고, 데려가고, 힘을 주었다. 철분제 잘 챙겨 먹고 또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C도 잘 챙겨 먹고 나의 영웅에게 온몸으로 보답해야겠다.
금요일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철분제를 먹고 전날보다 나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보냈다. 엄마는 당분간 챙겨 먹을 것들을 잔뜩 사고 만들어서 챙겨줬다. 철분제보다 강한 사랑의 힘이 몸속으로 흡수됐다. 그래서인지 다행히 글도 쓰고, 정리도 좀 하고, 브랜드 관련 일도 할 수 있었다. 퇴근하자마자 달려온 S의 격한 걱정과 격려에 또다시 힘이 났다. 아프면 도대체 사랑하는 사람들 없이 이겨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사했다.
다 적고 보니 감사함으로 가득 채워진 한주다.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맑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좋은 이야기 가득 들려주시고 힘 가득 실어주신 사장님, 언제나 기꺼이 영웅이 되어주는 우리 엄마, 옆에서 든든하게 함께해주는 S, 갑작스럽게 취소하게 된 약속임에도 미안해 말고 푹 쉬라던 H, 건강 걱정해 준 친구들... 이들을 생각하니 감사한 만큼 눈물이 차오른다. 정말 이 사람들 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무엇보다 건강하게 이들의 옆에서 힘듦과 기쁨을 함께해야겠다. 어디선가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삶을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존재라는 믿음으로 보답해야겠다. 이들은 나에게 그런 믿음을 주는, 그래서 큰 힘이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