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쓰기 위하여

by 마디


최근 좋아하는 공간이 생겼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도 생겼다. 바로 그곳의 사장님이다. 우연히 나누게 된 사장님과의 대화 덕분에 며칠 새 생각지도 못한 치유와 성장이 오갔다. 사장님은 거의 엄마뻘임에도 함께 얘기할 때면 나이를 잊게 된다. 나이를 초월한 우정이란 바로 이런 걸까! 사장님은 마치 행복 전도사처럼 내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신다. 부모님 나이대의 어른에겐 도무지 기대할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말을 해주신다. 나를 증명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사장님과 나의 공통점은 예민하게 세상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기질이다. 사장님은 이런 특성으로 몇십 년간 회사에 다니는 동안 힘들고 아픈 때가 많았다고 한다. 당시엔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그저 일과 생활에만 전념했기 때문에 원인을 모르는 건강 문제와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고 한다. 그러다 점점 본인의 기질을 알아차리고, 소잉, 퀼트, 유화, 바리스타 등의 활동을 하며 좋아하는 걸 표현하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알고 감정을 다스렸다고 했다. 특히 재봉틀 다루는 것이 재미있어 일을 끝마치고도 새벽까지 박음질하는 자신을 보고 '아 내가 정말 이걸 좋아하는구나', '좋아해서 자꾸 이렇게 하는 구나'하며 알아챘다고 하셨다.


사장님이 좋아하는 것들, 사장님이 표현하는 것들은 어느 정도 내가 감정을 다스리길 원하는 방식과 맞닿아 있었다. 그리고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게 내겐 쓰기라는 확신이 들었다. "전 쓰는 게 좋아요. 계속 쓰고 싶어요."이 말을 들은 사장님은 좋아하는 걸 계속 하면 된다고,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해주는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 그 시간과 결과물을 쌓아 책을 만들라고 강력하게 밀어붙이셨다. 힘을 빼고 가볍게 쓰세요. 생각이 나면 바로 적어요. 내가 적은 글을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봐요. 사장님의 입에서 나와 내 귀로 들어오는 많은 말에서는 놀라우리만큼 강한 믿음과 확신이 느껴졌다. 나조차 미미하게 느끼던 확신이 점점 마음에서 피어오르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계속하자, 좋아하는 걸 할 수 있게 계속하자.


그날의 대화를 머리와 마음에 가득 품은 채 다시 일터에 나가고, 글을 썼다. 그 시간을 떠올릴 때마다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동시에 자꾸만 생각나는 시집 한 편이 있었다. 그 시집을 꼭 사장님께 선물하고 싶었다. 퇴근하자마자 시집을 사 들고 사장님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은 반나절을 보냈지만, 가는 길엔 서서히 설렘과 기쁨이 들어차고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사장님을 뵈니 다시 좋은 에너지가 피어올랐다. 아직 영업 중인 내부엔 조용히 혼자 작업하는 사람,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도 한켠에 자리를 잡고 챙겨간 소설책을 읽고 있었다. 사장님께선 작은 목소리로 작은 책 두 권을 가져오셨다. "얼마 전에 손님이 선물해 주고 가셨는데 이렇게 귀여운 책도 있더라고요." 조금만 더 쓰면 할 수 있다고, 그림도 그려보면 그릴 수 있다고, 계속 해서 점점 내 것으로 만들라고 하셨다.


영업시간이 종료되고 우린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갔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책 이야기에 마침 가져간 시집을 드렸다. 시집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다 사장님은 "아, 맞다!" 하시며 최근 읽다 내가 생각난 책이 있다며 꺼내오셨다. 쓰는 사람이 계속 쓰기 위하여 쓴 내용의 책이었다. 잠시 읽어봐도 얼마나 소중한 이야기가 담긴 책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읽는데 생각나더라고요. 도움 많이 되실 거예요. 우리 같은 사람들한텐 특히 더." 책을 읽다 내 생각이 났다며 그 책을 빌려주는 마음이 참 소중했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책을 펼쳤다. <나를 믿으려면 나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책의 머리말 제목부터 엄청난 기운이 감돌았다. 마치 이 책을 펼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처럼.


*글에 등장한 책은 대만 작가 천쉐의

오직 쓰기 위하여(글 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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