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dana Nov 18. 2021

2020 우주의 원더 키디를 그리던 그때

 뜻밖의 아이러니를 만났다.


 친정 엄마께서 내가 초등학교적 썼던 일기장을 찾아 가져다주셨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기장이었다. 4권의 일기장을 한 권씩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어보았다. 9살 나는 어떤 생각으로 일기를 썼을까. 그 시절 일기를 읽고 있자니 어렴풋이 머릿속에 남아있었던 일들이 조금씩 또렷하게 떠올랐다. 근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각인되어 있던 어떤 사건이나 일상이 고스란히 일기장에 남아있었다. 마흔의 나이가 되어 그 당시 국민학교 2학년이었던 나를 되돌아보다니 세월의 무상함이 이럴 때 느껴지는가 보다. 우리 집 첫째가 올해 9살을 맞이하는 시기에 나의 9살 과거를 마주하다니. 우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우리 집 꼬마들도 엄마의 어릴 적 일기가 신기한지 읽어달라며 매달렸다. 엄마의 어린 시절 속 모습은 지금의 우리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과 다를 게 없었는지 우리 집 꼬마들은 재밌다며 박장대소를 했다. 한참을 읽고 있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일기장 표지였다. 표지 오른쪽 위에 자그마하게 적힌 만화 제목을 보자니 앗 하는 감탄이 입에서 터졌다. '2020 우주의 원더 키디'.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그림만 봐도 미래의 우주의 모습이다.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 로봇과 첨단 우주 장비 기기, 지구와 우주를 넘나들 법한 배경. 2020년을 넘긴 지금도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이지만, 그때 당시는 정말 2020년은 까마득한 미래였던 것 같다. 네 자릿수의 앞자리 수가 달라지고도 20년이나 더 흐른 시간이니 얼마나 먼 미래로 느꼈을까.  

1989년 KBS에서 방영되었던 '2020 원더키디' 만화영화 캐릭터. 국민학교 2학년 시절 나의 일기장 표지이다.

 참 많은 생각에 빠진다. 일기장은 과거를 쓰는 노트인데 미래를 꿈꾸는 표지가 있는 일기장을 지금 이 시점에 와서 다시 보니 씁쓸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그 당시 아이였던 내가 꿈꾸던 미래를 얼마나 이루었는가 생각하자니 그때 나는 왜 그렇게 부족했을까, 내 환경은 왜 나를 많이 도와주지 못했을까 싶은 열등감도 든다.


 한편으로는 지금 내가 책임져야 할 아이들이 시간이 흘러 20년, 30년 후에 과거의 자신과 마주칠 어떤 기회가 왔을 때 나와 같은 후회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도 차오른다. 그 미래가 되었을 때 자신감 넘치고 당당했으면 좋겠다. 이 생각을 하니 엄마로서의 내 책임과 의무가 무겁게 느껴진다. 나로부터 나온 새 생명체들이 이 지구 상에서 자신의 몫을 잘 꾸려 존재할 수 있게 하려면 나도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시간은 거꾸로 가지 않으니까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