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dana Aug 30. 2022

두 발 자전거

 끝날 것 같지 않던 쨍쨍했던 여름이 처서를 지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돈다. 매미 소리는 어느새 사라지고 귀뚜라미 울음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아이의 여름방학도 기약 없어 보였는데 한 달의 시간이 여름 지나가듯 아쉽게 끝을 맺었다.


 3학년 올라와서 한 학기를 뭔가 부족함이 많게 끝내고 여름방학을 맞이하면서 2학기 전까지 방학 동안 구멍 난 부분 부지런히 메꿔야 한다는 조바심이 컸다. 3학년부터는 1, 2학년 때만큼 조금 모자라도 이해되는 학년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방학 앞두고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에서도 아이의 아쉬운 점들이 많이 느껴져 불안했다.


 올 여름방학에는 휴가다운 휴가는 가지 않았다. 근교 수도권에 일정이 있으면 그 근처에 숙소를 잡아 1박 2일 정도 머무르는 걸로 휴가를 보냈다. 날씨도 덥고, 여행비도 부담되고, 직장일을 여러 날 빼기도 어려워서 굳이 계획하지 않았다. 여름방학 끝무렵 수원에서 1박을 했다. 다음날은 광복절이었는데 겸사겸사 아이들에게 광복절도 상기시킬 겸 수원의 역사유적지를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화성행궁으로 향했다. 화성행궁 하면 정조대왕이지만 수원의 시민들이 3.1 운동을 위해 만세 함성을 부르짖은 역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화성행궁을 둘러보면서 두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건 뭐가 이리 많은지 '얘들아, 이것 봐봐.' 하며 크게 관심 없어하는 아이들 주의를 겨우 붙들어가며 설명을 했다. 조금이라도 더 알아갔으면 하는 마음은 아이들보다 내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열개 말한 것 중에 한두 개는 주워가리라 믿으며 포기하지 않았다.


 한참 보는데 첫째가 그만 나가자고 툴툴대면서 화성행궁 앞 광장에서 자전거를 타겠다고 떼를 썼다. 나는 아직 덜 봤으니 다 보고 갔으면 하는데 아이가 짜증을 낸다. 사실 화성행궁 오기 전에 바로 옆 수원시립미술관도 둘러본다고 한참 걸었던 후라 짜증을 낼 만도 했다. 아이들보다 내 욕심이 좀 과했나 싶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광장으로 나갔다.


 광장에서는 아주 저렴하게 자전거 대여를 해주고 있었다. 한 시간에 천 원이면 빌릴 수 있어서 굉장히 착했다. 첫째가 웬일로 두 발 자전거를 타겠다고 했다. 사실 아직 집에 있는 자전거는 보조바퀴도 못 떼고 네 발 자전거로 타는 아이였다. 힘도 부족해서 혼자 네발 자전거를 밖으로 끌고 나가는 것도 힘겨워했었다. 그래서 자전거 한번 타러 나가자면 이만저만 뒤치다꺼리하기 바빠 내가 거절하기 일쑤였고, 아이도 그러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두 발 자전거 탄다기에 '네발로 타!'라고 했는데 아이는 오늘 꼭 두 발 자전거를 타야겠다고 했다. 남편이 아이 원하는 두 발 자전거를 빌려줬다. 남편이 있으니 내가 안 봐줘도 되겠지 싶어 알았다고 타라며 넘겼다.


 운동신경도 좋은 편이 못 되어서 태권도 3년을 다니고 품띠도 겨우 땄던 아이였다. 다른 친구들 품띠 준비한다고 한두 달 연습이면 끝나는 걸 6개월에 걸려서 땄었다. 태권도 시작한 지 꽤 되었는데 우리 아이보다 늦게 시작한 아이들이 먼저 국기원에 가길래 관장님께 '저희 아이는 언제 국기원 갈 수 있나요? 왜 아직 못 가지요?' 하고 물었는데 그때 관장님이 대답하기 참 난감해하신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서야 우리 아이 운동신경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아이는 즐겁게 태권도를 다녔고 어째 어째 한번 떨어지고 다시 국기원 시험을 통과해서 품띠를 따는 쾌거를 이루었다.


 광장에서 아빠랑 정말 두세 번 연습했는데, 어, 바퀴 두 개가 균형이 잘 잡히는 모습이다. 오늘 어쩐 일로 아이 다리에도 힘이 붙어 보였다. 그렇게 몇 번 아빠가 잡아주고 손을 살짝 떼고 하더니 아빠가 잡았는지 안 잡았는지 모르게 아이의 두 발 자전거가 내달렸다. 넓은 광장을 가로지르는 모습에 나도 '어! 간다. 간다! oo아 됐어~!' 라며 소리를 질렀다. 한번 감을 잡고 나니 아이도 자신감이 붙었는지 땀범벅이 되면서도 광장 끝에서 끝으로 몇 번을 달렸다. 처음에는 무조건 페달을 빨리 구르기만 하더니 어느 순간 속도 조절도 한다. 또 처음 시작할 때 잡아 달라고 하다가 페달 구르는 시작 위치도 이렇게 저렇게 해보더니 혼자 출발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근처에서 막 두 발 자전거를 배우고 계시다는 할머니께서도 '아이고 쟤, 쟤, 탄다. 탄다. 아이고 타네~'하며 아이가 조금씩 해 나가는 모습에 기특하다며 기뻐해 주셨다. 본인은 예순 넘어서 이제 두 발 자전거를 배우신다며 자전거 탈 줄 몰랐다고 넋두리하신다.  


 아이의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느린 거일 수도 아니면 그동안 관심이 없어  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대하는 속도가 아이의 속도가 아니라는  깨닫는 순간순간을 아이 키우면서 느낀다. 여러  경험하면서도 매번 나는 아이를 앞지른다. 인정하고 기다리기가  이렇게 어려운지 르겠다. 동네 친구들이 7    자전거 떼고 타는 모습 얘는 도대체 언제   타려나 싶었는데 결국   것을 보면서  마음이 3년이나 조급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반성한다. 결국 언젠가는   것을. 나는 뭐가 그리 급한지.


 쨍쨍했던 여름 방학. 우리 아이는 두 발 자전거 타기를 성공했다. 아이의 작은 성공을 크게 칭찬해주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