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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ana Jul 16. 2023

개구리 잔소리

 오랜만에 네 식구 밤 산책을 나섰다. 한동안 더위 때문에 아이들이 밖에서 놀지도 못한 데다 주말 하루 집콕만 해서 늘어진 기분 좀 끌어올려 보려 저녁 먹고 집을 나섰다.


 "얘들아, 공원 가자!"


 아이들은 신나서 후다닥 옷을 챙겨 입는다. 몸 가볍게 나서면 좋으련만 마음 씀씀이가 넉넉한 첫째는 혹시나 비 오면 필요하다며 접는 우산을 4개나 배낭에 챙겨 넣는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잊지 말라며 말해준다.


 "엄마는 물통 챙겨!"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놓고 가자고 해도, 네가 챙겼으니 끝까지 네가 들어야 한다고 당부를 했는데도 할 수 있단다. 그 사이 더울 수 있다며 손 선풍기에, 줄넘기까지 더 챙긴다.


 그렇게 한가득 나설 준비를 끝내고 밖으로 나갔다. 습하고 후덥지근하려나 싶었는데 의외로 솔솔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살짝 얇은 긴팔을 입고 나오길 잘했다 싶었다.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아이들도 재잘재잘 들뜬 기분으로 떠들고 웃었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공원에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결혼하고 애들 키우고는 늦은 시간에 밖에 나갈 일이 거의 없다 보니 깜깜한 밤에도 바깥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 놀라기도 한다.  


 요 며칠 비가 와서 공원의 식물들도 수분섭취를 듬뿍했는지 쑥쑥 키가 자라 있었다. 풀벌레 소리가 여름밤의 운치를 더 했다. 공원의 모랫길은 물을 품어서 살짝 푹신푹신 촉촉했다.


 "엄마! 꼭 바다 모래 같아!"


 선선한 바람, 싱그러운 분위기, 적당히 많은 사람들, 아이들 조잘대는 소리... 오늘 저녁에 온 가족 다 함께 산책 나오길 잘했다 싶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징검다리 근처에 갔다. 퐁당퐁당 건너는 징검다리는 빼놓지 않고 들른다. 습지식물들 사이에서 개구리울음소리가 정겹게 들려온다. 잔잔한 어둠 속에서 들리는 작은 울음소리들이 꼭 우리 아이들 조잘조잘 지저귀는 소리 같아 귀여웠다.


 “00아! 여기서 눈 감고 개구리 소리 좀 들어봐!”


 첫째가 징검다리 한 중간에서 개구지게 살짝 눈 감고는 듣는 듯하더니 폴짝폴짝 도망치며 돌다리를 건너간다.


  “꼭 엄마가 잔소리하는 소리 같아!ㅋ”


  생각지도 못한 아이 같은 표현에 오늘도 한바탕 웃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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