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수업] 살아있어/나카야마 치나츠 글, 사사메야 유키 그림
살아 있어 살아 있어 살아 있어
살아 있다는 건 어떤 거지?
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그림책 '살아 있어'는 잊고 있던 우리의 감각들을 일깨운다.
책을 한장 한장 넘겨가며 '살아있다는 건 어떤 거지?'라는 물음을 만나가는 소년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감각이 하나 하나 깨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소년의 물음은 생각에서 시작해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시작해서 몸으로 끝난다. 소년이 만나가는 물음의 여정은 온몸을 꿰뚫고 지나간다. 가벼이 읽었다가 순식간에 온몸을 흔들어 놓는 문장들은 작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어떻게 이런 호흡으로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살아 있어'의 작가 나카야마 치나츠의 소개글을 보면 단번에 이 물음에 대한 답이 해결된다. 나카야마 치나츠는 여섯 살 때부터 연극을 시작한 뒤로 배우이자 가수, 탤런트, 사회자, 성우로 폭넓게 활동했고 지금은 시민 정치 운동, 사형제도 폐지 운동, 여성 운동 등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에세이와 소설, 그림책 등 다양한 방면의 글을 쓰고 있는 작가이다. 아마도 여기서 가장 주목하게 되는 것은 '연극'을 하는 배우 활동을 했다는 점이다. 배우가 된다는 것은 그 역할이 되어보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온 몸으로 느끼는 과정과 몸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중요시 되는 일이다. 그림책 '살아있어'에는 이런 과정이 잘 담겨있다.
'살아있어'는 온 몸으로 읽는 책이며 온 몸으로 묻고 대답하는 책이다. 그런데 이것은 물음을 진정으로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 물음을 만나는 태도를 잘 보여준다. 이 소년처럼 묻고 소년처럼 알아차리는 것, 그것은 물음과 자신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되게 하는 것이며, 물음이 생각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생한 삶과 연결되게 하는 것이다. 소년은 물음을 만나가는 과정 속에 함께 자라고 함께 살아있다.
그러면 이제 물음을 만나는 소년의 태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물음의 시작은 두 팔 다리를 쭈욱 뻗고 너른 대지와 한몸이 되어 누워있는 소년에게서 부터 시작된다.
'살아 있네, 살아 있어. 살아있다는 건 어떤 거지?'
그리고 소년은 듣는다. 헥헥헥 간신히 걸어가는 이의 숨소리를 헐떡헐떡 더워서 한껏 혀를 내밀고 있는 강아지의 열기를 재잘재잘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를.
살아 있어 살아 있어 살아 있어
살아 있다는 건 어떤 거지?
살아 있어 살아 있어 헤어치고 있어
아, 살아 있다는 건 헤엄치는 거네
살아 있어 살아 있어 뛰어오르고 있어
아, 살아 있다는 건 뛰어오르는 거네
그리고 소년은 눈을 뜬다. 진지한 눈, 몸을 숙여서 자세히 보는 눈빛, 이제 소년은 본다
소리나지 않아도 소리내지 않아도 살아있는 존재의 움직임을, 눈 앞에서 헤어치는 물고기들에게서 헤엄치고 뛰어오르는 움직임 속에서, 하늘을 나는 새의 날갯짓 속에서 먹이를 쫓아 가는 표범의 빠른 두 다리를.
그러다 소년은 나무를 만난다. 움직이지 않는 나무, 잎사귀가 풍성한 나무, 꽃이 피는 나무, 열매가 맺는 나무,이 다양한 나무의 모습 속에서 소년은 생각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자라는 것이라는 것을
살아 있어 살아 있어 자라고 있어
아, 살아 있다는 건 자라는 거네
살아 있어 살아 있어 꽃이 피었어
아, 살아 있다는 건 꽃이 피는 거네
살아 있어 살아 있어 열매가 열렸어
아, 살아 있다는 건 열매가 열리는 거네
소년은 물음을 멈추지 않는다. 묻고 묻고 또 묻는다. 물음이 안내하는 길을 향해 한 걸음씩 더 깊이 더 멀리 나아간다. 물음은 때론 시간과 함께 머물고 때론 시간을 품고 싹튼다.
물음을 만나가는 소년의 자세가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다.
으아앙 으앙 시들었어
으아앙 꽃이 시들었어
으아앙 으앙앙 으아앙 으앙
아, 살아 있다는 건 눈물이 나는 거네
소년은 물음을 묻고 묻고 물으며, 살아있음으로 가득한 생명들을 온 몸과 온 마음으로 느낀다. 그리고 그들과 더불어 함께한다. 그래서 소년이 만난 존재들은 '살아있다는 건 무엇이지?'라는 물음을 해결해 주는 소년과 동떨어진 대상이 아니라 '살아있다는 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자기 자신과 연결되어 존재하는 소년의 일부이자 벗이된다. 그림책 '살아있어'어서 그려지는 소년의 여정은 책장을 한장씩 넘길 수록 그 깊이와 넓이가 더해져, 경쾌한 율동감있는 문장에도 불구하고 그 무게감은 쿵쿵 심장을 두드린다.
그리고 마지막 두 장면은 생명의 모든 순간과 생명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생명의 태어남과 자람, 그리고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이 싹틔우는 또다른 생명, 그리고 그 생명의 연결과 순환. 그 생명의 원리를 그대로 한 장면에서 느끼게 하는 이 책의 힘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아!하고 탄성을 내뱉게 하는 놀라움을 선사한다.
'살아있어 살아있어 살아있다는 건 어떤거지?'라는 물음이 이끌어간 여정의 마지막에 도착한 것은 저 멀리 어느 곳, 과거에 대한 생각이나 미래에 대한 생각이나 결심, 하나의 결론이 아닌 소년의 바로 지금 이순간이다.
나무 아래 죽어있는 짐승, 그 나무에 열린 커다란 사과, 그리고 나무에 열린 사과를 먹는 소년들, 깔깔거리다 이마를 부딪쳐서 아야!하며 통증을 느끼는 소년.
그렇게 다시 지금 현재, 소년의 몸으로 물음은 돌아온다.
그리고 활짝 웃고 있는 소년들의 표정에
'살아있음'이 생생히 살아있다.
어, 짐승이 죽어 있어, 나무 아래에
어, 나무에 커다란 사과가 열렸어
사과는 내가 먹었어
먹었어 먹었어
아하하하 나도 먹었어
아, 살아 있다는 건 웃는 거네
아하하 아하하 아하하
아야, 이마를 부딪쳤어
아, 살아 있다는 건 아픈 거네
살아 있다는 건 이런거구나!
-조각상 되어보기: 살아있다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한 한 가지 동작, 장면을 만들어보자. (모둠별로)
-창작무용 만들기: 살아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음악, 움직임 등을 찾아서 '살아있다는 것'을 표현해 보기
-시쓰기: 1주일간 같은 '살아있다는 건 어떤걸까?'라는 물음을 품고 지내보면서 발견한 것들을 기록하여 시로 써보기.
-살아있다는 건 어떤 걸까?
-너는 어제 살아있다고 느끼니?
-소년이 물음을 만나가는 태도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