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인문학]편안하게 잠드는 방법

[그림책수업]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거야/아드레앙 파블랑주

by 다해문방구

어린 아이의 잠자는 표정을 보신 적이 있나요? 우리가 찾는 평온함이 아이의 얼굴 안에 있습니다. 엄마품에 기대어 팔다리를 축 늘어뜨리고 완전히 기대어 자는 아이들, 아무런 걱정없이 자신을 완전히 내맡기고 새근거리며 잠든 어린아이들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잘 수 있을까' 그 평화로움이 마냥 부럽기도 합니다.


'발뻗고 자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걱정되거나 애쓰던 일이 끝나 마음을 놓다.'라는 사전적 정의를 가진 이 말은 우리의 긴장 상태가 풀리고 마음에 편안해졌을 때 몸의 반응을 아주 잘 나타낸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제부터 이 평화로운 얼굴에 근심이 찾아오기 시작하는 걸까요? 이 부드럽고 곱게 펴진 미간이 언제부터 찌뿌려지는 걸까요? 어떻게 하면 갓난아기의 얼굴처럼 편안한 이완상태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오늘은 2015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라가치 상을 수상한 아드리앵 파를랑주의 그림책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거야> 를 통해 '편안하게 잠드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눈으로 보는 것 vs 생각으로 보는 것


이야기의 배경이 '사자의 방'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은 간결하고 정적인 판화기법으로 한결 더 이채로워집니다. 사자의 방에 배치되어있는 침대와, 천장, 양탄자, 거울, 커튼이라는 물체들은 간결한 선으로 상징적으로 표현됩니다. 이 상징적인 표현은 독자로 하여금 인물이 보는 것보다 인물이 '생각하는 것'에 더 집중하게 합니다.


어느 저녁 사자가 방을 비운 사이
호기심 많은 소년이 사자의 방에 들어갔어.

마침 구석에서 잠을 자던 생쥐는
소년이 들어오는 소리에 놀라 달아나 버렸지.

조금 뒤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어.
소년은 사자가 돌아온 줄 알고 재빨리 침대 아래로 숨었어.

하지만 방에 들어온 것은 사자가 아니었어.
또 다른 소년이었지.
첫번째 소년은 침대 아래에 숨어 있느라
두번째 소년이 들어온 걸 알지 못했어.
사자가 돌아온 줄로만 생각했지.
첫 번째 소년은 몹시 두려웠단다.


그림책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거야>는 고요한 침묵, 그리고 이어지는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소년의 두려움이 만들어낸 침묵, 그리고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 와 함께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소년에게 사자를 연상시키고 두려움에 떨게 합니다. 그런데 정작 들어온 것은 또 다른 소년이었지요. 그런데 지금부터 재미있는 '반복'이 시작됩니다. 두번째 소년도 첫번째 소년과 똑같은 일을 겪는 것이죠. 이렇게 대상을 바꾸어 가며 반복되는 이야기의 패턴은 두려움을 느끼는 한 소년이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패턴이 무엇인지에 주목하게 합니다.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사자가 돌아온거라 생각하고 두려움에 떨며 꼭꼭 숨는 이야기의 반복, 이렇게 해서 커튼 뒤에 새들부터, 양탄자 아래 소녀, 거울 뒤 개, 천장 전등 위 소년, 그리고 침대 아래 소년까지 모두 두려움에 떱니다. 모두들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거야!'라는 '생각'으로 인해 두려움을 느낍니다. 소녀의 발걸음 소리, 개가 뛰어오는 소리, 새들의 날개짓은 사자가 들어오는 소리와는 다른 소리일텐데도 생각이 아이들이 숨어있는 공간들처럼 감각을 가립니다. 그리고 생각은 실제 일어나지 않은 현실을 보게 만듭니다. 실제로 사자가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소년, 소녀, 그리고 개와 새들이 경험하는 공간은 '사자가 돌아온 공포의 방'입니다. 이렇게 겪지 않아도 될 두려움, 걱정이 만들어낸 두려움을 겪는 인물들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자신의 '두려움'을 돌아보게 됩니다.

너의 생각이 너의 세상을 만들어낼거야.

'그런데 이 방은 정말 사자의 방일까? 사자가 들어오긴 하는걸까?' 하는 생각을 할 때 쯤이면 이 동화책의 반전이 우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이번엔 정말로 사자가 들어온 것입니다.


한편 사자는 자기 방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어.

거울의 위치가 조금 달라졌고,
천장의 등은 약간 흔들리는 것 같았지.
발 아래 양탄자는 살짝 떨리고 있었고.

사자는 덜컥 겁이 났어.
그래서 커다란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었지.
벌벌 떨면서 말이야.


두려움과 공포는 작은 소년 소녀와 작은 동물들만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사자에게도 똑같이 존재하는 것이었지요. 커다란 사자가 낯설게 느껴지는 자신의 방에서 덜컥 겁을 먹는 장면은 '겁'이나는 것은 힘이 약해서가 아니라 몸집이 작아서가 아니라 '생각'으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사자 다음으로 다시 등장하는 작은 생쥐는 이 사실을 커다란 사자와 대비되어 극대화시킵니다.


생쥐가 휘 둘어보니 방 안은 고요했고
움직이는 건 하나도 없었어.
아무것도 모르는 생쥐는 방에
자기 말고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지.

게다가 폭신한 이불이 깔려 있고
커튼은 아늑하게 쳐져 있고
천장에선 부드러운 불빛이 비치고 있었어.

생쥐는 이불 위에 편안하게 누워
그대로 잠이 들었단다.



생쥐는 어떻게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을까?


생쥐는 어떻게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을까요? 겁이 없어서일까요?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때문일까요? 아니면 보이는 그대로 '아무도 없다.'라는 생각 때문일까요?


생쥐의 재미있는 점은 첫장면에서 처음 들어왔던 소년을 보고 도망쳤던 생쥐가 마지막에 다시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첫장면에서 소년을 보고 재빨리 달아났던 생쥐의 모습은 생쥐가 단순히 겁이나 경계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호기심 많은 소년이 '사자의 방'에 들어갔다는 이야기의 시작과 다른 인물들이 '사자가 돌아온게 틀림없다'는 생각 속에서 이들이 이 공간의 주인이 사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생쥐가 이 곳이 사자의 방이 라는 것을 모른다는 단순한 무지로 인해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생쥐와 다른 등장인물들의 공통점은 '생각한대로 느낀다.'는 점입니다. 들리는 소리와 '곧 사자가 들어올거야!'라는 생각, 이어지는 두려움과 숨는 행동, 이에 반해 생쥐는 움직이는 것 하나도 없는 침묵 속에 '자기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이어 편안하게 누워 잠드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생쥐과 다른 인물들과 다른 점은 사자와의 차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황이라는 공통점 속에서 낯섬에 주목하여 겁을 먹는 사자와 (심지어 자신의 방인데도!) 아늑함에 주목하여 편안히 머무는 생쥐(게다가 사자의 방인데도!) , 생쥐가 방안을 둘러보며 안전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영원한 안전함이 아닙니다. 이곳이 사자의 방임을 알고 있다면, 자신이 사자가 아니라 소년만 봐도 피해야하는 약한 생명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언제든지 다시 도망가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생쥐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생쥐는 앞으로 일어날 일이 아니라 '지금'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주어진 작은 평안을 온전히 느낍니다. '지금은! 아무도 없어.'라는 생각이 만든 안전의 울타리 속에서.


누가봐도 겁먹을 이유가 많은 생쥐가 지금 이순간 자신만은 아늑한 공간을 만들어 다리를 쭉 뻗고 자는 모습은 부러움 자아냅니다. 그리고 지금 모든 것이 주어져 있고 안전한대도 앞으로를 걱정하느라 지금을 놓치는 우리의 자신의 모습, 지금 이순간의 안전들과 충분한 아늑함을 놓치게 하는 불필요한 생각들이 무엇인지 돌아보게합니다.




<흥미로운 창작활동>


- 퍼펙트 센스

: 하나의 감각적 자료를 제공하여 추측하기 활동. 예를 들어 눈을 가리고 손으로 물건을 만져보고 무엇인지 추측하기. 소리를 듣고 무슨 소리인지 맞추기. 모든 감각적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느낌들이 올라오는지 이야기 나누어 보기


- 생각한대로

: 한가지 상황에 대해 2가지 상반되는 판단을 내리고 근거 3가지씩 찾아보기.

예를 들어 '나는 게으르다.'라는 생각의 근거 찾기, 반대로 '나는 부지런한다'라는 생각의 근거 찾기

이 활동의 재미있는 점은 두 가지의 모두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생각이 우리가 주목하게 하는 상황을 조절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멈춤없이 호흡하기

:들숨 날숨사이에 멈춤이 없도록 연결호흡을 해본다. 호흡의 오르내림에 집중하여 지금 이순간의 평화로움을 느껴본다.


<자유로운 대화>


- 소년은 왜 숨었을까? 소년의 생각은 사실이었니?

- 무엇이 소년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을까?

- 힘이 세고 덩치가 크면 두려움이 없을까?

- 힘이 약하고 덩치가 작으면 두려움이 많을까?
- 필요한 두려움과 불필요한 두려움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 혹시 일어나지 않은 불필요한 두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을까?

- 생쥐에게서 편안함을 느끼는 비법을 찾아볼까?

- 안전하다는 느낌은 '과거-현재-미래' 중 어디에서 느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안전함을 잘 느끼는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어느 순간에 잘 머무르는 걸까?

- 안전하다, 편안하다고 느꼈던 경험을 떠올려보자. 무엇 때문이었지?

- 안전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마음이 편안했던 적이 있니? 무엇이 그걸 가능하게 했을까?

- 지금 이순간을 잘 느끼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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