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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홀씨 May 18. 2021

서면의 핫플을 찾아서

4월 브랜드데이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피플의 디자이너들은 회사를 떠나 부산 시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를 찾아 떠나는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사람의 경험과 관점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분야인 만큼 잠시 컴퓨터 앞을 떠나 다양한 공간을 실제로 경험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가져보는 시간이 앞으로 우리가 만날 다양한 디자인 작업에 입체감을 더해줄 것입니다. 


오늘은 4월 브랜드데이를 기획한 해님의 기록을 공유합니다. 핫플은 어째서 핫플인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서면과 전포카페거리를 탐방하고 온 4월의 브랜드데이, 즐겁게 읽어주세요. 





Today's route : 오프커스(고흐드키친) - 상상마당(콰야 전시) - 33GATE - GOOF



5월의 디자인 워크숍은 갈 때마다 새로운 것이 가득한 부산 서면, 전포로 정했습니다. 일명 핫플레이스라 불리는 곳들 중 각기 다른 느낌의 카페 세 군데를 선정했습니다. 다른 일정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주목적은 ‘핫플은 왜 핫한가’를 알아보기 위한 여정이었습니다. 


그전에 배를 채우러 전포 카페거리의 입구 쪽에 위치한 ‘고흐드 키친’을 방문했습니다. 첫 번째 카페인 ‘오프커스’와 같은 건물 1층에 위치해 있었던 이곳. 예상과는 달리 입구가 건물 구석에 위치해 있었고 가게도 건물의 크기에 비해 작은 편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었는데요. 고흐드는 남프랑스의 작은 마을의 이름으로 의도적으로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가게를 안에 숨겨둔 느낌이었습니다. 안에서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게 보이지 않아서 서면 같지 않은 느낌이 좋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식사 후 남는 것은 ‘맛’. 맛있다는 후기를 보고 찾은 음식점에 실망하고 나면 검색창에 불신이 쌓이지만, 그래도 우린 다시 진짜 맛집을 찾아 검색하죠. 고민 끝에 고른 이곳, 후기만큼 맛있길 바랬습니다.



메뉴에서부터 공을 많이 들였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익숙하지만 신선한 조합, 처음 보는 생소한 메뉴까지 평범한 것이 없었습니다. 공간은 작지만 협소하다기보다는 아늑했고, 아마도 여기가 고흐드가 아닐까 싶은 작은 마을이 그려진 파티션이 공간에 상상력을 더해주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게에 사용된 로고가 너무 다양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냅킨에 있던 로고, 간판의 로고, 가게 유리에 붙여진 로고들은 모두 전혀 다른 느낌이어서 브랜드 이미지에 혼동이 왔습니다. 간판의 로고 한 가지만 통일해서 사용했더라면 공간의 정체성이 더 살아나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며, 너무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쳤습니다. 



같은 층에 위치한 오프커스로 이동해서 둘러보니, 건물이 어떻게 디자인되었는지 나와있는 투시도가 한쪽 벽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강조된 만큼, 각 공간이 어떻게 기획되었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가게 이름 오프커스(Off Course)는 ‘진로에서 벗어나서’라는 의미입니다. 자세히 보면 심벌도 쉼표 모양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요. 카페 입구에 들어서면 호텔 컨시어지가 등장합니다. 한편 거대한 로스팅 기계 근처에는 드립백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드립백을 호텔의 어메니티처럼 패키징 한 것도 눈에 띄었습니다. ‘Take your mind off(신경 끄다)’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일상적인 루틴에서 벗어나 호캉스처럼 특별한 쉼의 공간으로서의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총 6층까지 연결된 이곳은 2층까지는 일반적인 카페의 느낌이지만, 3층으로 올라가면 공항 라운지 같은 넓은 공간이 펼쳐집니다. 작업을 하기 좋도록 콘센트가 있는 점이 특이했고, 공간이 시원시원하고 고급스러워서 파티나 결혼식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통창이 많은 다른 큰 카페들과 달리 창이 작았고 조명을 활용하여 아늑한 느낌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한 분은 다시 오고 싶다고 할 정도로 ‘쉼’을 주제로 다양하게 공간을 풀어낸 매력 있는 카페였습니다.






다음 카페를 가기 전에 들를 곳은 바로 부산 상상마당입니다. 요즘 너무나 핫한 콰야작가의 전시 때문이었는데요. 인스타의 작은 사각형으로만 보던 작품이 실제로 보니 작품이 무척 커서 놀랐고, 컬러가 가진 감성을 잘 엮어 표현해내는 것 같아 디자이너로서 부러웠습니다..(!) 



중간에 직접 그려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잠시나마 슥슥 그려내는 시간이 전시에서 주는 또 다른 힐링이었습니다. 




전시를 보고 나와 전포 소방서 근처에 위치한 ‘33GATE’로 향했습니다. 인스타그램으로 봤을 때 테마가 너무나 확실한 곳이라 기대했는데요. 



카운터만 없으면 공항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들뜬 마음이 들게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음료를 받기 전 기념품이라며 티켓을 주셨는데, 주문이 끝나면 라벨 인쇄기를 통해서 각자의 이름을 티켓에 부착할 수 있게 안내했습니다. 


공간의 차별화는 기본이고, 기다리는 시간에 공간을 체험하게 한다면 더욱 사람들의 발길을 끌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점 더 체험의 공간으로 변모해가고 있는 카페가 이제는 일상에서 찾는 관광지처럼 느껴졌습니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던 1일 3카페를 다니는 사람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까 갔던 오프커스와 비교했을 때 33GATE는 분명 체험에 가까운 공간입니다. 테마가 확실하고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한 번 다녀오면 기억에 남습니다. 반면 오프커스는 다목적 공간에 가깝습니다. 테마보다는 콘셉트를 편안하게 풀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에 맞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 걷다 보니 전포사잇길 가장 끝자락에 있는 카페 ‘Goof’가 보였습니다. 외관 맛집이라 불리는 카페답게 사람들이 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입장을 기다리며 간판을 보니 Goof는 바보, 얼간이라는 뜻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오른쪽 간판에 적힌 ‘goofed around’는 시간을 허비하다, 빈둥거리다 라는 뜻이었습니다. 가게의 느낌이 얼핏 느껴지는 듯하면서도 생소했습니다.



안에 들어가니 가운데에 큰 테이블을 두고 둘러서 자리를 잡아 앉는 구조였습니다. 앞서 갔던 두 카페와는 다른 힙한 느낌에 당황했지만 침착한 척 자리를 잡았습니다. 여기저기 레코드와, 신문들이 있고 향냄새가 풍기니 공간에 점점 흡수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직원분들과 찾아오는 분들의 의상도 편안하고 마치 미국에 사는데 집 앞 펍에 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정장 입고 찾아온 손님이지만 최대한 이 공간을 느껴보려고 했답니다.



가만히 있다 보니, 종일 너무 많이 걸었던 탓인지 분위기 탓인지 늘어지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나온 음료를 홀짝홀짝 마시며 공간에 취해보니 외관도 멋지지만 자유로운 분위기를 잘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간의 중요성에 새삼 소름이 돋았습니다. 핸드워시도 뉴욕 브랜드 르 라보 제품을 사용한 것을 보고 이런 디테일들이 모여서 만드는 브랜드 이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카페를 나와서 전포역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식당은 남는 게 맛이라고 했지만, 그 기준으로 본다면 카페는 음식점의 범주에서 훨씬 벗어나 확장되어가고 있는 듯했습니다. 먹는 목적보다는 머물다 가는 곳이기 때문에 맛보다 공간의 분위기가 더욱 강조되고, 위치와 상관없이 찾아갔을 때 충분히 좋다면 사람들이 다시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공간들이 계속해서 ‘핫’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발과 눈이 정신없었지만 서면과 전포의 색다른 공간들을 여행하는 기분과 함께 앞으로의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들게 하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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