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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홀씨 Mar 19. 2021

해운대 달맞이길 투어

3월 브랜드데이



2021년, 어느덧 피플의 디자이너가 5명으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이제 인원이 늘어난 만큼 서로의 경험과 관점의 기준점을 맞추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브랜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워크숍을 제안했습니다. 그 첫 번째 시간이었던 지난 2월 마지막 주 목요일, 보통의연구소 디자이너들은 어디를 다녀왔을까요? 부담스러울 수 있었던 첫 번째 워크숍을 기획하고 진행해 준 디자이너 지토님의 기록을 공유해봅니다. 




2021년 시무식에서 대표님은 특유의 온화한 표정으로 디자인팀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셨다. 

“여러분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각자 가보고 싶었던 장소를 정해서 팀원들과 다녀오세요. 비용은 회사에서 지원해 드립니다”


어디를 가야 할지, 어떤 것들을 공유하면 좋을지 고민해야 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지원을 했고 장소는 코로나로 인해 미뤄진 <보통의연구소 워크숍> 때 가려고 했던 달맞이 길 쇼룸으로 정하는 꼼수를 부렸다. ㅋㅋ

워크숍 당일 나를 포함해서 4명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드라이버의 역할을 해야 해서 엄청나게 긴장을 하며 달맞이 길로 출발했다.


달맞이길 태국 음식 전문점 생어거스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정한 곳은 호텔일루아 안에 있는 태국 음식 전문점 생어거스틴.

호텔일루아는 달맞이 중턱에 위치하고 있는 오래된 호텔인데 외관이 일본식 건물처럼 생겨서 벚꽃이 피는 봄이 되면 마치 일본에 와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몇 년 전 호텔에 묵어봤는데 객실이 정갈하고 아늑했고 해운대 바다 뷰를 볼 수 있어서 가성비 좋은 호텔이라고 생각한다. 생어거스틴은 호텔 1층 로비에 위치해 있고 전체적인 인테리어 컬러를 블랙과 다크한 우드톤을 사용해 고급스러우면서도 캐주얼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8년 전에 인테리어와 동일했는데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고 좋은 걸 보면 브랜딩이나 인테리어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족스러운 점심식사를 마치고 첫 번째 장소인 비아인키노로 향했다. 비아인키노는 가구를 중심으로 책과 커피, 여백과 컬러 등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이다. 5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에 1층부터 4층까지는 가구와 서점이 위치해있고 5층은 라이프 커피가 있다. 1층부터 3층까지는 가구 전시가 되어있었는데 1층은 성인가구라인, 2층은 키즈가구, 3층은 반려동물을 위한 가구와 소품이 있었다. 덴마크산 프리미엄 원단과 독일의 기능성 원단을 사용해 수작업으로 만드는 가구라고 한다.


4층 서점에는 신간과 베스트셀러보다는 특정한 관점으로 선발한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디자인 서적과 그림들을 구경할 수 있었고 책을 만드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니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들도 많았

다. 한쪽에 마련된 드립 커피 패키지를 구매해서 다 같이 패키지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도 해보았다.


5층 라이프 커피는 세심히 고른 커피 원두와 유기농 재료로 만든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입구에 세면대가 있었고 논픽션 핸드워시가 마련되어 있었다. 다들 한 줄로 서서 손을 씻고 입장했는데 코로나 시대에 적절한 동선이며, 논픽션이라는 힙한 브랜드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것 자체로 좋은 인상을 주었다. 커피는 1만 원에서 1만 5천 원 정도로 스타 벅스 커피의 3배 정도 비싼 가격이었는데 커피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뭐가 다른지 잘 느끼지는 못했다. 커피와 함께 명함사이즈의 안내문을 한 장 주는데 커피에 대한 간략한 소개였다. 나처럼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서비스인 것 같다. 커피를 다 마시고 옥상으로 올라가니 포토존이 있었다. 라이프 커피 로고가 타이포를 가로로 넓히고 좁힌 디자인인데 요즘 많이 보이는 디자인이기도 하고 독특한 느낌이 들어 핫플레이스와 잘 어울리는 듯했고 포토존에서 다 같이 사진을 찍으니 특유의 유니크함이 묻어났다. 그곳을 나오면서 이 브랜딩은 지속가능할 것인가 아니면 5년 정도 뒤에 리뉴얼을 할 것인가 궁금해졌다. 트렌디함과 클래식함은 브랜딩 할 때마다 디자이너가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두 번째 장소는 무브먼트 랩.

마침 보고 싶었던 잭슨카멜레온이 입점되어있어 잔뜩 기대를 하고 들어갔다. 무브먼트랩은 시즌제로 다양한 큐레이션을 선보이는 곳으로 이번 시즌의 컨셉은 ‘리플렉션:레퍼런스’이다. 리플렉션은 공동의 감각에 의존한상식의 개념인 “다수의 취향”에 매몰되지 않고 현재 자신의 내면적 활동에 초점을 맞춰 신념을 확립하려는 의식적이고 자발적인 행동을 의미, 즉, 리플렉션 레퍼런스는 각자의 취향을 찾는 여정에 도움을 주는 큐레이션을 의미한다.



1층에는 오디너리핏 커피가 입점되어 있고 아엘시즌과 함께 폴인페이퍼, 온도, 취프로젝트, 엔오피, 크렘, 프롬루의 '리플렉션;레퍼런스; 전시되어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동양적이고 오브제들도 벼루, 붓받침대, 한지

같은 것들이었다.


2층은 웬아이워즈영, 호랑, 올피움, 무자기, 스튜디오 콩떼, 디스틸의 '리플렉션;레퍼런스'를 해석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왼쪽 벽면을 화이트벽과 조명을 이용해 오브제를 전시했는데 사진을 찍으니 마치 스튜디오 촬영한 것처럼 빛과 구도가 완벽했다. 인테리어의 역할과 동시에 포토스팟을 만들어 내는 일석이조의 공간이었다. 나중에 사옥을 짓는다면 우리도 시도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층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디퓨저, 그림액자, 러그와 같은 인테리어 소품들이 있었다.


3층은 잭슨카멜레온과 무니토, 오블리크 테이블의 다양한 소파 제품들을 편안하게 경험하고 구매하실 수 있는 라운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요즘은 가죽소파보다 패브릭 소파가 트렌드이다. 그래서 컬러도 더 다양하고 디자인도 특유의 아늑함을 더 살릴 수 있는 것 같다. 오염이나 방수에 강한 원단이 개발되어서 반려동물이 있거나 아기를 키우는 집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기대를 했던 잭슨카멜레온 소파는 트렌디한 디자인과 컬러로 눈길을 끌었지만 앉아보니 너무 딱딱해서 집에 두기엔 무리라고 판단했다.


무브먼트랩을 나와서 시간이 좀 남아 한옥 카페 비비비당에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운전 미숙으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 어쨌든 무사히 들어가서 오늘 둘러봤던 쇼룸들에 대한 정리와 각자 생각을 나

누었다. 비비비당은 전통찻집으로 팥죽, 호박 슬러시 같은 건강음료를 판매하는 곳이다. 청사포 바닷가가

한눈에 들어오는 뷰 맛집으로 유명한데 벽면에 큰 유리창을 두어 바 형태로 앉아 바다전망을 감상하면

서 차를 마실 수 있게 되어있었다. 어른들이 오시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프 커피는 대

구에 사는 친구가 오면 같이 가고 싶은 곳이라면 비비비당은 부모님을 모시고 가고 싶은 곳이다.


비비비당을 끝으로 디자인팀의 첫 워크숍이 마무리되었다. 뭐든 처음이 중요하고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처음이라는 부담감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디자이너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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