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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홀씨 Jun 24. 2021

비전을 담는 브랜드의 공간

5월 브랜드데이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피플의 디자이너들은 회사를 떠나 부산 시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를 찾아 떠나는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사람의 경험과 관점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분야인 만큼 잠시 컴퓨터 앞을 떠나 다양한 공간을 실제로 경험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가져보는 시간이 앞으로 우리가 만날 다양한 디자인 작업에 입체감을 더해줄 것입니다. 


오늘은 5월 브랜드데이를 기획한 달님의 기록을 공유합니다. 왜 현대자동차는 모터 스튜디오인데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공간을 열게 되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5월의 브랜드데이, 즐겁게 읽어주세요. 




‘아! 올게 왔구나.’


피스앤플렌티(구,보통의연구소)에서 브랜드데이를 시작한 지도 벌써 4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늘 사람들이 짜 놓은 코스만 좇아 다니다 막상 내 차례가 되어 브랜드데이 일정을 짜야하니 어떤 좋은 공간을 어떤 의미를 담아서 가야 할지 매우 고민이 되었다.

그러던 찰나에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현대 모터 스튜디오'가 오픈을 한 것이었다. 더불어 현대 모터 스튜디오가 오픈을 하면서 부산의 브랜드 소미노와 그라핀 스튜디오가 패널로 참여하는 디자인 강연을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제품 디자인이나 자동차에 관련이 없는 브랜드를 어떻게 해서 소개하게 된 것일까? 그 접점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더 의아하다. 분명히 '모터' 스튜디오인데 디자인 전시와 투어, 디자인 편집샵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왜 부산에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현대 모터 스튜디오라는 공간을 열게 되었을까? 이런 궁금증에서 우리의 브랜드데이는 시작되었다.


F1963을 지나 현대모터스튜디오로





4층 마이클스 어반 팜 테이블


12시에 출발하는 투어의 시작은 역시 점심식사다. 때마침 현대 모터 스튜디오 4층에 '마이클스 어반 팜 테이블'이라는 식당이 있었고 특별히 다른 곳을 검색하지 않고 이곳을 방문했다. 어쩌면 이 공간 역시도 현대 모터 스튜디오의 일부분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마이클스 어반 팜 테이블은 해비치 호텔&리조트(나중에 알았지만 현대자동차 계열사라고 한다.)에서 운영하는 식당으로  서울 종로에 위치한 식당 다음으로 두 번째 공간이다.

소개에서는 부산의 제철 특산 재료로 만든 음식을 판매한다고 했지만 막상 메뉴에서 크게 특별함을 찾지는 못했다(하지만 문어 감자는 바닥이 보이게 싹싹 긁어먹을 정도로 맛이 괜찮았다).





Reflection in Motion


식사를 마치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식당으로 가기 전 지나쳤던 1층의 메인 전시인 '크레이티브 월'을 보기 위해서였다.


현재는 영국의 디지털 전문 아트 그룹 Universal Everything의 작업이 릴리즈 되고 있었는데 가장 처음에 보았던 영상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어디론가 걸어가는 모습이었다. 



한참을 보고 있으니 화면의 사람들은 우르르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했다.

우리는 머리가 먼저 보이다 보니 마치 초코볼들이 우르르 움직이는 느낌이 난다고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꽤나 압도적인 인상을 받았다(그 작품은 Tribes라는 작품으로 개인과 군중의 움직임을 통한 상호 관계, 서로가 얽히는 영향력에 대한 작업이다.)


크레이티브 월은 현대자동차가 생각하는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자 만들었다고 한다. 그 의미는 또 다른 작품인 Run Forever에서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어떤 물질로 이루어진 사람이 등장해서 끊임없이 다른 물질들로 변화하며 달려 나간다. 그 물질들은 물이나 수소, 나무나 풀과 같은 청정에너지와 자원의 상징으로 보였다. 변화하는 청정에너지와 친환경 자원을 입고 달리는 사람, 현대자동차가 바라보는 미래의 가치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던 작품이었다.





비전을 담아낸 전시


1층 크레이티브 월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친절한 스텝분들의 안내에 이끌려 2층 맨 안쪽에 있는 전시장으로 들어갔다. 무거운 암막커튼을 열고 들어간 곳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거대한 기계가 놓여있었다.



스텝분의 친절한 설명이 끝나자 웅장한 음악과 함께 빛을 뿜어내는 와이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디어 아티스트 목진요 작가의 Media Strings는 '감성적인 스포티함'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작품이었지만 오히려 작품을 감상하면서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예술적 경험과 비교하여 와이어와 모터가 만들어낸 현악 4중주가  기계가 만들어내는 예술적 경험, 그 아름다움에 대해 비교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 

기계를 떠올리면 느껴지는 차가운 고철덩어리지만 안에서 느껴지는 감성적인 부분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 요즘의 자동차 디자인을 말하는 현대자동차의 메시지는 아니었을까?



암막커튼을 나와 2층 전체의 전시들을 둘러보았다. 전시는 콘셉트카인 프로페시, 전기차 45, 지속 가능한 소재와 디자인에 관하여, 컬러와 빛에 대한 경험, 헤리티지 시리즈 포니 콘셉트카까지 이어져있다. 




전시들을 통해 우리는 미래에 우리가 경험할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직접 선택하고 나의 취향을 반영한 색과 빛을 담아 맞춤 설계된다.

개인의 취향과 사회의 요구(지속 가능한 발전)를 충족하며 자동차 디자인은 한층 더 개인화되고 

단순한 '탈 것' 이상의 존재로 우리의 삶에 더 가깝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닥을 한번 바라보세요.


스텝의 목소리를 따라 바닥을 바라보았다. 일반적인 테라조 무늬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뭔가 박혀있는 것들이 눈에 띄었다. 현대 모터 스튜디오 바닥에는 울산 공장에서 나온 폐자재들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황색 플라스틱 부속품의 흔적, 볼트와 너트 등을 바닥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벽에는 기둥 대신 아주 두껍고 튼튼한 와이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브랜드의 비전을 발견할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전시를 둘러보고 나면 작게 구성된 편집샵을 만날 수 있는데(편집샵이라기엔 많이 작은) 이 공간에서는 현대자동차 굿즈들과 지속 가능한 디자인과 관련된 브랜드를 소개하고 디자인 상품들이 전시 및 판매되고 있었다. 폐자재를 리사이클링 하여 만든 가방이나 버려지는 플라스틱이나 유리를 녹여 만든 컵, 친환경 소재로 만든 여러가지들이 있었다. 



4층 식당이 있는 바로 옆 공간에는 디자인 서적을 모아둔 선반이 있었다. (아직은 책이 덜 들어온 듯 헐 빈 했다.) 우리는 알고 있는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의 이름이 적힌 책이나 표지가 멋있는 책을 보며 반가워하며 내려왔다. 



현대 모터 스튜디오를 방문하기 전에 전시 도슨트 신청을 해 두었었는데 각 전시 공간마다 서 계셨던 스텝분들이 정말 친절하고 상세히 설명을 해 주셔서 예정해두었던 도슨트를 취소하고 옆 건물에 있는 테라로사로 향했다.




테라로사



F1963 건물 1층에 위치한 테라로사는 강릉에 본점을 두고 있는 커피전문점으로 서울, 제주, 경기도에도 분점이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부산에 오픈했을 당시 ‘제주도에 있는 유명한 카페가 부산에 생긴다던데’라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기억이 있다. F1963이 고려제강 옛 공장터를 살려 만든 복합 문화공간이기 때문에 공간마다 철판이나 와이어를 많이 볼 수 있다. 테라로사에도 입구에 설치된 와이어 작품과 공장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자세히 보면 낡아 보이기도 하고 날 것 같은 거친 느낌도 많지만 곳곳에 퍼진 커피 향과 세심하게 준비해둔 디자인 서적들이 공간에 멋을 더해가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브랜드 투어를 마치며 드는 생각들을 나눴다.





브랜드 투어를 마치며


어느 블로그 리뷰에서 자동차를 보여주고자 아이를 데려갔는데 차가 2대뿐이라서 아이가 실망하고 돌아왔다는 글을 보았다. 그야말로 자동차 없는 자동차 쇼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크레이티브 아트월에서 시작해 전시를 돌아보고 콘셉트카에 대한 설명을 듣고 큐레이션 된 디자인 상품들을 둘러보고서 현대자동차가 주고 싶은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리는 이런 차를 만들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우리는 이런 가치를 실현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브랜드가 훨씬 더 미래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준비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작은 브랜드가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면 오래된 브랜드(기업)는 미래를 향한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브랜딩은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하루였다. 


이번 브랜드데이는 시간이 부족해 현대 모터 스튜디오를 중심으로만 둘러보게 되었지만 덕분에 천천히 공간들을 음미하며 현대 모터 스튜디오가 부산의 다른 곳이 아닌 F1963이라는 히스토리가 있는 공간에 지어졌는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F1963의 다른 공간들은 아쉽게 스쳐 지나갔지만 다음에는 시간을 내어 전체를 둘러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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