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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홀씨 Sep 13. 2021

여름의 끝자락에서 송정

8월의 브랜드데이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피플의 디자이너들은 회사를 떠나 부산 시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를 찾아 떠나는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경험과 관점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분야인 만큼 잠시 컴퓨터 앞을 떠나 여러 브랜드를 실제로 경험하며 서로 다른 관점을 나누어보는 과정은 앞으로 우리가 만날 다양한 디자인 작업에 입체감을 더해줄 것입니다. 


오늘은 8월 브랜드데이를 기획한 달님의 기록을 공유합니다. 커다란 서핑보드를 가지고 파도를 가르는 서퍼들과 뜨거운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송정해수욕장과는 반대로 고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가진 수월경화를 다녀온 이색적인 이번 브랜드데이, 즐겁게 읽어주세요.



7-8월의 피스앤플렌티는 장마 재택근무 기간이었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거의 한 달 내내 보지 못했다. 지난 7월 브랜드데이에 본 것이 거의 한 달 전이었으니까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무섭게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 소식에 브랜드데이를 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며칠 동안 계속 고민을 하던 와중에 송정 '수월경화' 찻집을 방문했다가 프라이빗하게 운영되는 '리추얼 오브 수월경화'를 알게 되었다.


코로나19로 많은 곳을 돌아보기에는 조금 걱정이 되고 그렇지만 새로운 경험을 할만한 곳이 필요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리추얼 오브 수월경화에서 하고 있는 프라이빗 프로그램이 딱 적합해 보였고 8월 브랜드데이를 송정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송정 바다를 닮은 프리덤 버거


오늘 브랜드데이의 주목적은 '리추얼 오브 수월경화'를 가는 것이긴 했지만 늘 그러하듯 브랜드데이의 시작은 '점심'이기 때문에 우리는 송정 바닷가에서 멀지 않은 프리덤버거로 향했다. 


프리덤버거는 미국식 버거를 판매하는 가게답게 선명한 블루&레드 컬러(그리고 옐로우 등의 비비드 한 컬러) 배색과 볼드한 타이포그래피, 팝아트 느낌의 장식들로 꾸며져 있다. 프리덤이라는 이름답게 역동적인 이미지를 준다. 게다가 가끔 웃통을 벗고 돌아다니는 서퍼들이 더해지니 '프리덤'그 자체였다. 



부산에 수제버거 가게는 꽤 많이 생겼고 송정에도 '수제버거'를 검색하면 프리덤버거 이외에도 꽤 많은 가게들이 나오지만 송정 바다와 가장 잘 어울리는 가게는 이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통새우 버거 세트를 시켜서 먹었는데 소스가 너무 많이 흘러나와 먹기엔 조금 어려웠지만 깨가 콕콕 박혀있는 빵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입이 작았던 나는 결국엔 다 해체해서 먹었지만). 




리추얼 오브 수월경화


브랜드데이를 가기 2주 전쯤, 언니와 함께 송정에 들렀다가 수월경화를 가게 되었다. 수월경화는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다과가 정말 예쁘게 나와서 언젠간 가봐야지 하고 저장해놓았던 곳이었는데 거의 1년 만에 들르게 된 것이었다. 


기본 명조체 글자로 커다랗게 '수.월.경.화'라고 조금 멋없게 적혀 있는 간판과 달리 내부의 모습은 무척이나 동양적인 매력이 넘치는 곳이었다. 넓은 통유리 창으로 보이는 송정 바닷가는 오묘한 향냄새와 몽환적인 음악이 곁들여져 더욱 운치가 있었다. 서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꽤 거친 파도가 슬로모션처럼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아 보였다. 


파도 뷰와 따뜻한 차로 한껏 힐링을 즐기고 내려가는 길에 카페 바로 아래층에서 눈길을 끄는 안내지가 붙어있었다. 



한나절 다회- 한국식 에프터눈 티세트

한나절 다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수월경화 카페 아래층에 있는 '리추얼 오브 수월경화'라는 공간인데 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이라 앞서 방문했을 때에는 전혀 내부를 볼 수 없었다. 영국에서 먹었던 에프터눈 티세트가 생각이 나기도 하고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즐기는 다회라니, 호기심이 마구 생겼고 8월 브랜드데이에 이만한 곳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리추얼'이라는 단어를 많이 접한다. 리추얼은 '의식'을 의미하는 단어로, 하루를 마치 종교적 의례처럼 여기는 엄격한 태도이자, 일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용한 도구,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반복적 행위를 말한다.(출처 : 책 <리추얼-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 소개글 중에서)



수월경화에서 운영하는 리추얼 오브 수월경화에서는 우리가 예약했던 '한나절 다회' 말고도 온전히 집중하여 차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오롯이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는 1인 프로그램인 '나의 여정'이나 요가, 싱잉 볼, 티 클래스 등 차와 휴식에 관한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이 많다. 수월경화 카페에서 이미 좋은 브랜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여건이 된다면 꼭 혼자서 '나의 여정'을 신청해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예약한 '한나절 다회'는 예약제로 운영이 되고 있고 우리는 2pm - 3.30pm까지 진행하는 3번째 타임을 신청했다프라이빗 룸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밖에서는 작은 창으로만 내부를   있어 4층을 방문한 손님들에게도 궁금함을 자아내는 공간이 아닌가 싶다( 또한 그랬다).



3층에 도착해 자리를 안내받았다자리에는 차를 마시기 위한 준비들과 함께 작은 가글마스크를 담을  있는 opp봉투와  세정제가 함께 놓여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세심함에 차를 받기도 전부터 좋은 인상을 받았다자리에 앉자 '웰컴손맞이음청'이라고해서 예약 시에 미리 골랐던 음료가 나왔다(일종의 웰컴 드링크). 

 

우리는 차를 가지고 왔었기 때문에 막걸리 대신 오미자 음료를 선택했었다리추얼 오브 수월경화는 수월경화 카페보다는 창이  작고 외부로 통하는 문이 닫혀있는데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는 대신  앞에 놓여있는 차와 다과 그리고 마시는 시간에  집중하라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았다.


웰컴손맞이음청



웰컴손맞이음청을 시작으로 각자가 고른 차와 메인 다과가 나왔다예쁘게 놓인 떡과 한국식 디저트 그리고 도시락처럼 포장한 술떡에는 브라운 치즈나 트러플 오일 등을 넣은 퓨전소스가 함께 나와 이색적이었다말린 대추에는 가운데에 버터 조각이 들어가 있기도 했는데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디저트가 먹는 재미를 한껏 올려주었다.



1시간 반 동안 우리는 이런저런 회사 이야기들과 디자이너로서의 고민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차와 디저트에 배가 부르고 고요한 음악과 잔잔한 파도를 보며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 차를 남겨두고 후식을 받았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수박 슬러시 같은 것이 나왔다. 그리고 계산을 하려는 우리에게 뜻밖에 선물이 전해졌다. 수월경화 로고가 담긴 작은 파우치를 하나씩 받았는데 그 안에는 수월경화 차 티백과 작은 향수가 들어있었다. 눈으로 마시고 입으로 마시고 향으로 기억하는 끝까지 완벽한 브랜드 경험이 되었다.


조용한 공간


송정을 다녀오며 최근에 중앙동 카페 '굿올'데이즈작업하면서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고민하고 선택했던 대표님 생각이 났다우리는 브랜드의 시각적인 부분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결국 좋은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공간에서 전하고 싶은 브랜드 다움을 공간과 서비스에서 담아내고자 애쓰는 마음 아닐까 생각되었다수월경화에서 우리가 느꼈던 공간과 서비스의 세심함은 아마도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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