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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홀씨 Jul 12. 2022

디자인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2022년 4월 브랜드데이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피플의 디자이너들은 회사를 떠나 부산 시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를 찾아 떠나는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경험과 관점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분야인만큼 잠시 컴퓨터 앞을 떠나 여러 브랜드를 실제로 경험하며 서로 다른 관점을 나누어보는 과정은 앞으로 우리가 만날 다양한 디자인 작업에 입체감을 더해줄 것입니다.


2022년 4월의 브랜드 데이는 피플의 새로운 식구가 된 그린님을 따라 해운대 달맞이길의 사비아, 아카이브 앱크 쇼룸, 이솝 매장, 루프트맨션 등 해운대에 위치한 다양한 공간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4월의 브랜드데이도 즐겁게 읽어주세요.




평소에는 회사에서 일 하느라,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보지 못했던 수많은 장소들. 올해 안에 꼭 가보겠노라고 다짐하며 모아두기만 했는데... 회사 근무 시간에 갈 수 있다고..? 그런데 지원까지 해준다고?? 다이어리를 펼쳤다. 가고 싶은 곳을 찾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워렌 버핏이 돈을 많이 버는 것과 같은 일이었고(그만큼 쉬웠다는 뜻) 오히려 많은 후보 중에서 꼭 가야 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구분하는 것이 힘들었을 뿐이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따라 2022년 4월 브랜드데이의 가장 첫 번째 순서는 맛있는 점심식사였다. 예전부터 감자뇨끼가 맛있기로 유명한 ‘사비아'를 가기로 했는데 생긴지 꽤 되기도 했고 또 평일 이기도 하니까 오픈시간에 딱 맞춰서 가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가게는 빈 테이블 없이 꽉 차있었고 대기 1팀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대기를 걸어두고 식당 바로 옆에 있는 쇼룸을 먼저 구경하기로 했다. 쇼룸이 있어서 천만 다행이었다. (기나긴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면 정말 아찔 했을 것 같다.)


아카이브 앱크

구경하기로 한 쇼룸은 브랜드 ‘아카이브 앱크’의 쇼룸 이었는데 부산의 힙쟁이들은 이미 모두 방문 했거나 빠른 시일 내에 방문할 예정인 유명한 곳이었다.


달맞이길의 주택을 개조하여 만든 쇼룸은 크게 1층, 2층으로 나누어 1층은 컨셉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공간으로. 2층은 제품에 집중하여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두 공간 모두 좋았지만 더 좋았던 곳을 고르라고 하면 1층 공간을 고르겠다.)


*Kitchen 001 AM 9:50

뻔하고 다정한 맛이 좋아.


느즈막이 눈을 뜬다.

그대로 조금 더 침대 위에서 뒹구르다가 움직여도 좋을 모두가 사랑하는 시간.

이윽고 주말의 아침이다.

한참 더 침대 위에 누위 있다가 천천히 무거운 다리를 일으켜 주방으로 간다.

침대에서 벗어나자마자의 움직임들은 대체로 무의식적이고 습관적이다.

(중략)


*Living Room 003 PM 1:07

넘쳐흐른다.


해가 가장 높이 솟은 시간. 바닥이 천천히 햇빛에 달궈지는 그때의 거실과 빛을 나는 사랑한다. 거실에 늘어 둔 온갖 것들과 나의 몸이 햇빛에 흠뻑 적셔지는 시간이다. 햇빛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을 거실에 켜두는 초의 냄새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싶다.(중략)


*Dress Room 004  PM 4:53

마음 껏 마음대로.


1층은 아침의 부엌, 점심의 거실, 늦은 오후의 방. 세 가지 컨셉으로 나누어 꾸며져 있었는데 감성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묘사를 통해 이야기 속 공간의 공기가 어렴풋이 느껴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공간과 상관 없이 느낌있게만 써뒀다면 뭔 소리야?;하고 넘어갔을 터인데 컨셉&공간과 일치하는 글이어서 마음이 동했다.


(그런데 얼마 전(6/11) 방문했을 때는, 공간의 대부분이 말끔히 치워진 상태였다. 새 프로모션을 위해 재정비를 하는 건지는 몰라도 무척 아쉬웠다.)


사비아

오픈 시간에 맞춰 왔음에도 1시간 반 넘게 기다린 사비아. 약 5~6년 전에 왔을 때도 핫하더니 아직까지도 이렇게 유명하다니…. 사람마다 생각하고 느끼는 게 다 비슷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비아는 여전히 맛있었고 가격도 매우 합리적이었다. 뚜벅이에게는 가혹하게 느껴질 정도로 애매한 곳(달맞이길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는데 이런 사소한 단점 쯤은 싹 잊혀지는 맛…. 아 다음 달에 또 와야지.


(실제로 들레님, 달래님은 브랜드데이 이후 2번이나 더 방문했다고 한다.)


감자뇨끼는 하나의 메뉴라기 보다는 사이드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유경험자의 조언에 따라 감자뇨끼, 레몬크림소스 새우 리가토니, 오일파스타, 먹물리조또, 영계구이 이렇게 5가지 메뉴를 주문했다.


알맞은 굽기 정도와 한국인이 딱 좋아하는 간, 그리고 먹을수록 깊어지는 감칠맛이 모두의 손을 쉴 틈 없이 움직이게 했다. 맛있는 음식과 화이트앤우드 인테리어로 꾸며진 공간까지… 누가 달맞이길 맛집을 물어본다면 자신있게 추천해줄 수 있는 곳이다.


오엘스 에스프레소바

사비아에서 식사 후 카페인 수혈을 위해 방문한 곳. 선발주자로 시작하여 에스프레소바가 대중적으로 자리잡기까지 굳건히 자리 지키며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실제로 우리가 방문 했을 때도 캐리어를 이끌고 찾아온 사람들과 내공이 상당해 보이는 커피인(?)들로 인해 가게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오엘스 에스프레소바는 노출된 천장, 큰 서핑 보드, 이국적인 식물, 검은색 오브제, 사막의 돌을 연상시키는 바테이블 등으로 꾸며져 있어 우리로 하여금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도심 속 여행자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는데. 크지 않은 공간에 적지 않은 오브제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매우 잘 꾸며진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솝

다음으로 방문한 공간은 올해 새로 오픈한 이솝 매장. 작은 자갈이 매장 입구에 잔뜩 깔려 있어 ‘와자작-빠자작-’ 하는 소리와 함께 지각의 변화가 일어났는데, 이러한 감각의 변화가 내가 새로운 공간, 즉 멋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었기 때문에 들어가기 전부터 무척 설렜다.


K-POP에 칼군무가 있다면 이솝 매장에는 칼각이 있다… 희열이 느껴질 정도로 잘 정리된 매대에 감탄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매장 전체에 사용된 푸른 벽면은 로컬 아티스트 정관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것으로, 오래된 기와를 세척하고 유약 처리해 수직벽을 쌓아 만든 것 이었는데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같았다.


벽면을 채운 약 300개의 기와는 사찰이나 주택, 관공서 건물에서 수거한 오래된 폐기와를 재활용 했고 카운터와 매대는 테라조를 활용했다고 했는데. 이는 부산의 일렁이는 해안 풍경을 연상케 할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성의 메시지를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후기를 적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카운터와 싱크 모서리부에 디자인된 계단식 공간은 언덕이 많은 지형인 부산 각지에 놓인 도시의 계단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솝…. 디테일의 끝을 달린다.)


멋진 매장의 인테리어도 물론 좋았지만 평소 선호하는 취향, 생활 습관 등을 물어 나에게 알맞은 제품을 소개해주고 체험을 도와주는 직원들의 친절함, 성실함 또한 무척 좋았다. 사진은 핸드워시와 크림 제품을 추천 받고 있는 달래님의 모습.


루프트맨션

4월 브랜드데이 마지막 코스로 방문한 곳은 바로 해리단길에 위치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샵 ‘루프트맨션’ 들레님과 달래님은 이미 방문한 적이 있는 곳이지만 감사하게도 한 발 느린 나를 위해 함께 방문해주셨다.


‘루프트맨션'은 전포동의 의류 셀렉숍 ‘루프트 베이스먼트'에 이어 오픈한 공간이라고 들었는데, 전혀 다른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느낌은 커녕 세련된 느낌이 가득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기다란 선반에는 감도 높은 시선에 의해 선택된 상품들이 놓여있었는데, 카테고리만 같을 뿐 색깔도 모양도 모두 각기 다른 물건들이 주는 조화가 무척이나 아름답고 좋았다.


(4월 브랜드데이 이후, 2번 정도 더 방문하였는데 그때 마다 상품과 배치가 달라져있어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방문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계획한 브랜드데이 일정을 모두 마치고 찾은 카페 ‘로우앤스윗’. 바로 헤어질 수도 있었지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2차 카페인 수혈이 필요할 것 같다는 모두의 의견에 따라 카페에 방문했다. 디저트와 커피를 나눠먹으며 경험한 것들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것으로 4월 브랜드데이를 마무리했다.




이번 브랜드데이를 통해 느낀 점은, 요즘 정말 잘하는 곳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예전에도 많았지만 요즘에는 훨씬 더 많아졌다.) 사람들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가 됐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으며, 내가 언제까지나 소비자의 입장일 것이라는 무의식이 옅어질수록, 높아진 문화 수준에 대해 설렘보다는 두려움을 느낄 때가 더 많아졌다. 언젠가는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라고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는 게으른 이상주의자에게 더이상 피할 수 없는 위기가 찾아와 버린 것.


두렵기도 하고… 어설프게 할 바에는 아예 시작을 하지 말자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지만… 최근, 디자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좋은 동료들을 만나 여러 경험을 하면서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적인 마음이 다시 생겨나고 있다.


희망적인 마음과 함께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브랜드데이'라는 좋은 프로그램이 있음에 무한 감사를 느끼며 매일 조금씩이라도 성장해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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