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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홀씨 Sep 04. 2022

arp kitchen

브랜드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바라본 공간이야기  #1

그동안의 공간은 차별화된 컨셉과 그 컨셉을 잘 표현한 인테리어로 공간이 어떤 공간인지 '정의'되어왔습니다. 하지만 F&B시장이 성장하고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만큼 '공간'에 대한 정의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죠. 단순히 시각적인 부분을 넘어서 이 공간이 어떠한 '가치'를 가진 공간인지까지 소비자에게 이야기하게 되면서 공간의 정의는 '공간 브랜딩'이라는 영역까지 확장되었습니다. 피스앤플렌티에서는 직접 공간을 방문하여 공간이 소비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어떻게 전달하고 있는지 브랜드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영도구로 들어가는 부산대교를 건너면 부산 어묵산업의 새로운 시작을 열었던 삼진어묵 본점이 있습니다. 크고 웅장한 삼진어묵 건물의 입구 건너편에는 삼진주가, 온지당, 르봉비 베이커리와 같은 작고 귀여운 가게들이 줄이어 있는데 그 사이에 시그니처 쌀술과 채식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아르프가 있습니다. 


근대의 거리 풍경 같은 삼진어묵 본점 앞 거리




흔히 채식이나 자연주의를 떠올리면 '그린'컬러를 떠올립니다. 아마도 '채식 > 자연(natural) > 나뭇잎, 풀 > 그린' 이라는 전통적인 전개방식으로 형성된 이미지가 아닐까요. 하지만 채식, 자연주의에서 한 단계 더 깊게 들어가 새로운 키워드를 꺼내본다면 우리는 새로운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가령 오가닉(organic)같은 단어 말이죠. 

organic | 유기농의, 화학 비료를 쓰지 않는, 서서히[저절로] 생기는, 자연스러운 [네이버 사전]


오가닉이라는 키워드로 무드를 도출해본다면 이런 이미지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아르프라는 공간이 정확히 어떠한 무드로 전개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충분히 공감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자연주의'느낌을 담고 있어서 "여기는 비건 레스토랑이에요"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보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연의 오브제는 어느것도 같은 모양새가 없이 제각각 다르지만 부드럽고 유연하죠. 식사를 하기 전 잠시 둘러본 아르프의 공간은 그러한 자연의 모습을 타이포그래피, 가구디자인, 공간의 배열에까지 모두 일관성 있게 적용하여 공간의 무드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부드러운 쉐입의 가구와 오브제



공간의 브랜딩 전개를 바라볼 때 가장 큰 개념의 건축에서 내부의 분위기를 담당하는 인테리어, 그리고 실제 사람들이 자리에 앉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사용하는 물건, 소품 순으로 관찰하곤 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눈에 띄는 큰 볼륨인 건축과 인테리어는 세심하게 신경쓰지만 실제 고객들이 사용하는 티슈나 식기까지는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식사인 디저트와 함께 포크를 건네받았을 때 조금 놀랐습니다. 공간의 무드에 맞게 포크마저도 마치 나무의 정령이 깃들어 있을 것만 같은 디자인이거든요. 마치 "이 곳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가치에요" 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또한 이러한 메세지는 인스타그램에서도 일관성 있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말로 '감도 높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감도란 '외부의 자극이나 작용에 대하여 반응하는 정도'를 뜻하는 말이지만 브랜딩에 있어서 감도가 높다는 말은 '섬세한 감각'을 뜻하는 말이 아닐까요. 아르프는 작지만 무척 감도 높은 공간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무드에서부터 오프라인 공간의 디자인과 서비스까지 일관성 있게 섬세함을 유지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랑받는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감도 높은 공간을 경험하고 싶다면, 영도의 아르프를 꼭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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