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한 채로 호텔업을 시작하다

지속가능성을 품은 영국의 호텔 'The Pig'

by 홀씨

도시를 벗어나 외곽의 작은 숙소에 투자하고 싶은 분들이 요즘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골의 한적한 땅 위에 숙소 하나 세운다고 해서, 그곳이 곧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숙박업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왜’ 머물러야 하는지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국의 호텔 브랜드 ‘THE PIG’는 이 질문에 대한 훌륭한 해답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브랜드의 시작과 철학

THE PIG는 2010년, 영국 뉴포레스트(New Forest)에 있던 오래된 컨트리 하우스의 정원(Kitchen Garden)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창립자 로빈 헛슨(Robin Hutson)은 “그 잡초 낀 정원이야말로 이 호텔의 가능성이었다”라고 말하며, 호텔의 본질을 ‘자연과 지역의 순환’으로 재정의했습니다.


피그11.png 출처 - 공식 웹사이트



이후 THE PIG는 “Restaurants with rooms” — 레스토랑이 있는 호텔이라는 슬로건으로 숙박과 식사를 분리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발전했습니다. 모든 지점에서 자급자족형 정원과 농장을 운영하며, ‘숙소’가 아닌 ‘살아 있는 생태계’로서의 공간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지역성과 지속가능성

THE PIG의 가장 큰 특징은 ‘로컬’과 ‘계절성’입니다. 호텔의 모든 레스토랑은 **‘25 마일 메뉴(25 Mile Menu)’**라는 철학을 지키며 숙소로부터 25마일(약 40km) 이내의 재료만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지역의 땅과 농부, 계절의 흐름이 곧 브랜드의 정체성이 되도록 하는 실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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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공식 웹사이트


또한 THE PIG는 B-Corp 인증을 받은 지속가능 경영 브랜드로, 지역 일자리 창출, 재활용 건축 자재 사용,

환경 부담을 줄이는 조리 시스템 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공간 디자인

THE PIG의 각 지점은 모두 다른 장소, 다른 건물에서 시작되었지만 브랜드의 감성은 일관됩니다.

옛 농가·마구간·헛간을 개조해 만든 숙소들은 재생목재, 자연광, 푹신한 가구와 벽난로 등

‘소박하지만 정직한 편안함’을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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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공식 웹사이트


객실에는 최신식 설비보다는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 포도밭, 작은 주방이 중심이 됩니다. 이 공간에서 사람은 단순히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리듬에 머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레퍼런스에서 발견한 인사이트

시골 외곽에 숙소를 운영하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THE PIG가 보여주는 다음 네 가지 포인트를 주목할 만합니다.


브랜드 콘셉트의 명확성
‘농장 + 요리 + 숙박’이라는 철학이 브랜드명 ‘THE PIG’에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생산과 체험의 순환 구조
정원에서 재배 → 식사 → 숙박 → 재활용 → 다시 재배로 이어지는 순환형 운영.

지역 자원의 활용
토지, 사람, 식재료 등 모든 요소가 지역 안에서 순환합니다.

경험 중심 수익 모델
숙박에 그치지 않고, 식사·체험·리테일까지 연결되어 매출의 구조를 안정적으로 다변화합니다.


THE PIG는 ‘호텔’이라는 사업이 결국 이야기 있는 땅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하나의 방보다 ‘하나의 철학’이, 하나의 건물보다 ‘하나의 브랜드 스토리’가 더 큰 자산이 되는 셈입니다.


HE PIG는 오늘날 영국 전역에 여러 지점을 두고 있지만, 그 모든 시작은 작은 정원 하나였습니다.

땅이 사람을 불러오고, 음식이 기억을 남기며, 그 기억이 다시 브랜드의 힘이 되는 구조.

만약 외곽의 숙박업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THE PIG처럼 ‘자연이 주는 이야기’를 브랜드로 확장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숙소는 건물로 시작하지만, 결국 사람의 기억 속에서 완성되니까요.


https://www.thepighotel.com/


BLBP 브랜더 홀씨의 '스몰호텔 이야기'는 매주 월요일에 브런치에서 연재됩니다. 작지만 매력 있는 세계의 스몰호텔들을 소개하고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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