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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문PD Jun 24. 2016

YG PLUS는 맞고 YG는 아닌, MCN

며칠 전 YG에 대한 기사가 떴다. Outstanding이 YG 엔터에 대해 내놓은 부정적인 전망. 

요약하면 간단하다.


1. YG 매출의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빅뱅이 곧 군대 간다.

2. 빅뱅의 대안이 될 만한 뮤지션은 없다.

3. 게다가 YG는 음악, 공연 사업 말고 '딴짓'을 하는데 거기는 죄다 적자다.


암울한 전망이었다. 논리를 갖춘 전망이라 더 암울했다. 빅뱅 멤버들은 정말 군대를 가야 하고(각자의 군입대 시기를 조정하는 건 별개의 문제로 치더라도), 빅뱅 이외의 선수들은 주전 역할을 맡기엔 아직 부족해 보이고, YG 엔터의 본질과 무관한 사업들까지 손댄 건 좋은데 그 사업들이 하나같이 적자 혹은 현상 유지하기에 급급하다는 것.

 

YG 신사업 관련 계열사, 투자사 (출처: 아웃스탠딩)


가장 중요하고 큰 음악 사업의 거의 유일한 기둥인 빅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예견된 상황이다. 그런 위기의식이 화장품, 모델 에이전시, 외식업 등 음반 산업과 무관해 보이는 영역에 관심을 갖게 한 것 같다. 문제는, 너무 성격이 다른 영역의 사업이라 이른바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이점도 있을 것이다. 구분이 확실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면, A 영역이 침체를 겪더라도 B 영역은 A와 무관히 순풍을 타면서 회사 전체로서는 안정성을 추구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는 없다. 게다가 두 영역 모두 어려움을 겪는다면 회사 전체 입장에선 파도의 크기가 훨씬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위험 분산: http://m.guardian.co.tt/sites/default/files/field/image/portfolio-diversification.png


YG엔터가 펼쳐놓은 그림은 시너지를 포기하고 최대한 안정적으로 회사를 끌고 가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정을 추구하기엔 각각의 모터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물론 가장 큰 메인 엔진은 그 어느 때보다 고출력이지만, 위기가 발생할 때 비상엔진은 잘 돌아갈 수 있을까가 의문이다.


YG PLUS는 YG의 음반 산업이 성장동력을 잃을 때를 대비해 준비된 비상 엔진으로 보인다. 음반과 무관한 영역들을 한데 모아놓고 거기서 어떤 가능성을 찾으려는 절박함 같은 게 느껴지는 것 같다. 화장품이, 모델 에이전시가, 외식업이, 골프선수 매니지먼트가 한데 엮이지 않은 구슬로 각자의 자리에서 굴러다니고 있다. 이대로 더 두면 스르륵 어디론가 하나 둘 굴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아무렇게나 뿌려놓은 것처럼 보이는 조각들을 어떻게 이어야 할까? 무엇으로 이어야 할까?


현재 상황에서 YG PLUS가 택한 고리, 시너지를 낼 수 없을 것 같은 영역들을 어떻게든 묶어내기 위해 선택한 도구는 MCN인 것 같다. 다시 말하면 MCN은 YG엔터의 핵심역량이 아니라, YG PLUS의 핵심 역량이 될 가능성이 있는 거고, YG PLUS의 MCN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MCN 사업은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 MCN이 목적이 아니라, 예상되는 위기를 돌파하는 데 필요한 도구의 하나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지난번 YG의 MCN 사업에 대해 언급하면서 YG엔터의 핵심사업이 MCN이 될 것 같다고 썼다.

("YG가 던진 새로운 구질, MCN") 이 글을 발행한 지 이제 겨우 4주. 생각이 바뀐 것도, 상황이 달라진 것도 없다. 다만 MCN 사업의 주체를 명확히 하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MCN이라는 사업이 더 절박해 보인다는 거다. YG는 20년간 연예인들을 발굴하고 기획하고 육성하고 유통하고,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최대치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사업의 본질과 가장 유사해 보이는 신사업이 MCN이라는 점에서 YG가 MCN 사업에 뛰어들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SM도 MCN 사업을 하겠다고 천명한 것처럼.

https://brunch.co.kr/@whomoon/22


하지만 정확하게 보면 MCN 사업의 주체는 YG PLUS다. YG엔터가 아니다. YG PLUS가 사업을 펼치는 자리는, YG엔터를 20년간 성장시킨 본질 바깥의 영역이다. 조각조각 떨어져 있는 사업들을 일관된 구조 안에 통합할 수 있는 어떤 장치로 작동해야 할 YG의 MCN. YG의 미래는 YG PLUS에 달려있다는 보고들(“와이지엔터, 주가 방향성은 YG플러스가 결정할 것”)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이유다.


문제는 이때의 MCN을 뭐라 정의하느냐다. 경험에서 개념을 도출하는 순서라면 좀 쉽다. 하지만 개념에서 경험을 창출해야 하는 작업은 시간이 걸린다. 처음 고민한 개념에 따라 행동의 방향과 폭이 달라진다. YG PLUS의 MCN이 그 개념을 명확히 하고 출발해야 하는 이유다.


YG PLUS가 채용공고를 통해 그리려는 MCN의 밑그림은 생각만큼 뚜렷하지 않고 생각보다 명확하다. 이렇게 애매한 문장으로 쓸 수밖에 없다. 왜냐...


YG PLUS MCN 인력 모집 공고


YG PLUS는 1인 창작자를 뽑으려는 게 아니라, 그 뒷단의 인력을 찾는 중이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하지만 또한 1인 창작자의 제작을 지원할 수 있는 인력이어야 한다. 1인 창작자는 이미 갖추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다시 말해 MCN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아직 없는 이 시장의 두 흐름 모두를 잡겠다는 것이다. 기획 능력과 연출력을 갖춘 인력을 통해 '우리 헤어졌어요' 류의 (웰)메이드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의지와, 1인 창작자 콘텐츠 역시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략 모두가 이 두 줄짜리 채용공고에 녹아있다.


둘 다 격렬한 시장이다. 1인 창작자 에이전시로 시작하기엔 덩치 큰 선발주자들이 많다. 이미 격렬하게 싸우는 중이다. 아프리카 TV, DIA, 트레져헌터, 샌드박스 등이 크리에이터를 뺏고 빼앗기고 빼앗기지 않으려 하는 구도. 혈투가 벌어지고 있는 이 경기장에 YG PLUS가 들어가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검증된 선수들을 데려오려면 돈을 들여야 한다. 수익 배분 관련해서도 창작자들에게 다른 사업자들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다른 방법도 있다. 소속 연예인, 모델들을 1인 창작자화 하는 거다. A급 선수들을 당장 1인 창작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시장, 익숙지 않은 포맷에 자신을 맞춰야 하는 수고로움은 아직 A급의 몫이 아니다. 연습생들, 혹은 모델들이 1인 창작자 영역의 선수들로 뛸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들이 어떤 문법으로, 어느 정도의 속도로 콘텐츠를 생산하느냐다. 뚜렷한 개성을 특이한 방식으로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매우 성실하게 시장에 콘텐츠를 제출해야 한다. 도티는 하루도 빠짐없이 영상을 올린다. 2013년 10월 16일 처음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날, 30분이 넘는 길이의 영상 네 개가 올라왔다. 하루에 2-3개씩 지금도 올라온다. 무서운 성실함이 팬을 만든다. 자기만의 문법은 그런 꾸준한 작업 끝에 만들어진다.

도티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user/tvddotty/videos


'우리 헤어졌어요'류의 작업 역시 녹록지 않다. 기획도 기획이지만, 시간과 돈이 문제다. 회당 최소 1천만 원의 제작비를 감당해야 한다. 이전까지는 '마케팅 비용'으로 제작비를 사용할 수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그냥 제작비고 비용이다. 기획이 철저하지 않으면 다음 기획을 실현하기가 어려운 본선이 시작된 거다.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어찌 됐든 기획에 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인스타그램을 주 유통 플랫폼으로 삼아 기획된 Shield 5나, 모바일에선 동영상도 세로로 보는 게 편하다는 생각의 전환을 실험한 내손여 시리즈와 같이 내용의 차별보다는 '형식적 실험'을 시도하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실험이어야, 눈도장을 찍을 수 있을 테니.


MCN 사업 인력 채용 공고가 뜬 지 두 달, 아직 YG는 MCN 사업 청사진을 내놓지 않았다. MCN에 대한 주목도는 높아지고 있다. YG는 어떤 실험을 선보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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