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문내 왕잠자리 잡기

비봉내의 메아리 #3

by 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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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문내, 그때 그 왕잠자리들

그리운 시내, 북문내를 아시나요? 북문내는 곤양읍성의 북문 뒤쪽을 흘러가는 곤양천의 한 구간이다.
북문내에서 물길을 따라 위쪽으로 3km 정도 가면 도채이보에 닿는다. 바로 아래쪽에는 물이 깊은 비봉내가 있다. 비봉내는 봉황새가 날아갔다는 천길벼랑 아래 냇물을 말한다. '비봉내 맑은 물에 아침 해가 비친다' 곤양초등 교가에도 들어있다.
또 거기서 3km 정도 내려가면 물레방아가 있는 당내 다리거리로 이어진다.

북문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이다. 수동부락 안골목에서 곤양초 울타리를 따라 비탈길로 간다.
비탈길 어귀 후미진 곳에 상여막이 있다. 그곳을 지나면 징검다리로 이곳은 동네 빨래터이기도 했다. 이웃 아줌아들은 물론이고, 가끔 또래 계집애들도 마주친다.

북문내 방천은 다용도 놀이터. 어느해 단오 때는 씨름대회, 추천대회도 열렸다. 우리는 여기서 소를 먹이고, 멱을 감고, 천렵을 하고, 모랫벌에서 씨름하고, 또 왕잠자리를 잡았다.

여름은 왕잠자리의 계절이다. 왕잠자리 수컷은 몸통 부분이 청색이고, 암컷은 황색이다.
수컷을 잡으려면 먼저 암컷이 있어야 했다. 맨처음 대빗자루로 암컷 한마리를 잡은 다음, (그때는 그물채가 없었다.)
암컷의 발에다 무명실을 묶고 그 반대쪽은 1미터 정도 길이의 작대기 끝에다 묶는다.

문제는 암컷 잡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꿩 대신 닭으로, 수컷으로 수컷을 낚는 묘수가 있다. 호박꽃을 따서 바깥 꽃잎을 뜯어내고, 안쪽 수술의 꽃가루를 수컷 꼬리에다 바르는 것! 이렇게 하면 희한하게도 노랗게 착색이 되었다.

그런 다음, 낮게 엎드려 잠자리를 매단 작대기를 빙그르 돌리며 주문을 왼다.

수만아~ 엄(업)자!

주변을 날고 있는 수컷에게 암컷이 여기 있으니 빨리 업혀라는 뜻이다.
천천히 작대기를 돌리면 수컷이 암컷 등에 올라탄다. 그러면 작대기를 살짝 방천 위에다 안착 시키고 짝짓기한 잠자리를 잽싸게 잡는 것이다.

나는 동작이 굼뜨서 놓치기 일쑤였다. 어떤 때는 비탈진 방천 끝에서 잠자리를 덥치려다 시냇물에 첨벙 빠지기도 했다.

그 왕잠자리들, 우리에게 숱하게 목숨을 앗긴 녀석들, 그들의 희생을 딛고 우리 동무들은 잔뼈가 굵어지고 두부 같이 여린 심성도 무쇠를 벼리듯 야물어졌던 것이다.
다시 그리운 시냇가, 북문내에는 지금도 동네 조무래기들이 있을까?
지난 여름, 그들도 왕잠자리를 잡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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