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사냥꾼 이야기

비봉내의 메아리 #14

by 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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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잡기에 능한 형이 있었다. 그 형은 온갖 재주 중에서도 사냥 실력이 단연 으뜸이었다. 매미 잡기, 새총으로 참새 잡기, 자전거 배터리로 물고기 잡기, 못에서 잉어낚기, 공기총으로 비둘기 사냥 등등....

그 형의 이름은 김택동! 한때는 별호가 모택동이기도 했지만 워낙 뛰어난 사냥꾼이라 그 별호는 오래가지 않았다.

부전자전! 그 형의 부친도 소문난 사냥꾼이었다. 그의 부친은 큰길 가에서 자전거빵 ㅡ수리점ㅡ을 하면서도, 짬짬이 냇가로 나가 민물장어를 잡았다. 자전거 수리가 생업이다 보니, 그 분은 짬이 날 때마다 장어잡이에 나가셨다.

구멍이 숭숭 뚫린 런닝구를 걸치고서 시냇물 속 징검다리에서 장어를 잡던 모습이 선하다. 택동이 형은 부친의 노하우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는데 그친 게 아니라 열 배쯤은 더 발전시킨듯 했다. 말인즉슨 부친은 겨우 장어잡이로 만족했지만 택동이형은 온갖 사냥을 망라하는 전천후 사냥꾼이었다.

나보다 세 살 위였던 택동이 형은 평소 말을 더듬었다. '으~으은호야!'
문장의 첫 음절은 늘 버벅거렸다. 하지만 말더덤이는 사냥실력에 가려 흉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겹기까지 했다.

나는 택동이형의 충직한 똘마니였다. 그 형이 '으으은호야!'하며 부르면 십중팔구 신나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겉보기엔 내가 그 형의 똘마니 같아도, 실은 나도 내 속을 차렸다.
일테면 형이 공기총을 들고 사냥을 나갈 때, 따라가자고 하면 나는 절대 그냥 가지 않았다.

'형! 나도 공기총 쏘게 해줄 거야?'
ㅡ'야, 이이임마, 니니는 안주 멀었어, 위험해서 안돼!'
'그럼 형 혼자 가든지.
나는 안 따라 갈래!'
ㅡ'그그그래, 저저졌다! 딱 한번!만 쏘게 해주마!'

이런 다짐을 받고서야 따라가는 식이었다. 알고 보면, 우리 사이는 동업자나 마찬가지였다.

택동이 형을 빼고서 내 유년 시절은 도저히 상상이 안갈 정도다.
내 유년 시절을 풍성하게 해준 고마운 형! 그 형과 함께한 사냥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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