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쿵한시 절절한시 #10
梅花/ 洪原周
홀로 봄빛 재촉하여
성근 가지 끝에 달빛 내리네
바람결에 날리는 은은한 향기,
백옥 같은 나무, 눈 속에 꽃이여
獨擅春光早 독천춘광조
疎枝帶月斜 소지대월사
隨風暗香動 수풍암향동
玉樹雪中花 옥수설중화
휘영청 달밤, 뒤뜰에 매화 나무가 백옥 같다. 눈이 내린 뒤라서 그렇다. 가지마다 매화가 피어, 가는 바람결에도 은은한 향기를 풍긴다.
긴 겨울의 끝, 봄의 문턱에 섰다.
매화는 봄의 전령!
선비들은 유독 매화를 사랑했다. 군자의 상징! 숫제 자신의 분신으로 여겼다. 그 뭣이냐?
梅一生寒 不賣香
매일생한 불매향', 매화는 일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비록 한평생을 춥게 살아가더라도 결코 그 향기를 팔아 안락을 구하지 않는다, 는 뜻이렸다.
알고 보면, 매화는 누구나 다 좋아했다.
유배 선비, 시인묵객 선비, 권세가, 탐관오리, 낙방선비, 한량선비, 왕따 선비, 하물며 먹물든 도둑 선비ㅡ
일지매ㅡ까지도 그랬다. 어디 그 뿐이랴, 소위 말귀를 알아듣는 꽃들, (解語花), 기생들 중에도 '매향' 이름은 부지기수였다.
또 있다. 이 시의 작자처럼 규중궁궐, 규방에 갇혀 사는 여인네들도 후원에 핀 매화를 그리운 님 본듯이 사랑했으니 말이다.
시인 이육사도 '광야'에서 그렇게 노래했다.
......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
매화는 눈내린 뒤, 달밤에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사방천지에 매화가 튀밥처럼 터지는 요즘이다. 차창 밖으로는 종종 볼 수 있지만, 그 향기를 맡기란 좀체 어렵다. 고층아파트에 사는 주제에 대체 그 향기를 어디에서 맡는단 말인가? 발품을 팔아 가까운 공원에라도 가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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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당 洪原周
1791(정조 15)∼? 조선 후기 여류시인.
본관은 豊山. 당호는 유한당(幽閑堂). 관찰사를 지낸 아버지 인모(仁模)와 여류시인인 어머니 영수합 서씨(令壽閤徐氏)의 3남 2녀 가운데 맏딸이며, 심의석(沈宜奭)의 부인이다.
석주(奭周)와 길주(吉周)의 누이동생이며,
숙선옹주(淑善翁主)와 혼인한영명위(永明尉)인 현주(顯周)의 누나로, 형제 모두가 당대의 선비요 문장가들이었다. 청송심씨(靑松沈氏) 가문에 출가하여서는 양자 심성택(沈誠澤)을 기르면서 현모양처로도 모범이 되고 시문을 잘 지어서 명성이 더욱 높았다. 저서로 유한당시고(幽閑堂詩稿)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