錢 / 朴文秀
천하를 돌아다니고 어디서나 반겨주네
나라 일으키고 집안 일으키니, 그 힘이 가볍지 않네
갔다 돌아오고 왔다 다시 가고,
살렸다 죽였다를 제 멋대로 하는구나
周遊天下皆歡迎
주유천하개환영
興國興家勢不輕
흥국흥가세불경
去復還來來復去
거복환래래복거
生能死捨死能生
생능사사사능생
돈은 힘이 세다. 만능선수다! 오죽했으면, 돈만 있으면 처녀불알도 살 수 있다고 했을까?
돈에 대한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암행어사 출두야!
우리의 영웅, 어사 박문수가 남긴 詩가 정말 뜻밖이다.
돈에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어사 박문수! 이 시를 보면 웬지 미심쩍다. 시종일관 돈의 힘을 예찬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돈이 힘이 세다지만, 돈만으로 안되는 것들도 많고, 돈에 눈이 멀면 잃는 것도 많다. 그 뭣이냐?
사랑하는 공주를 얼싸안다 그만 공주가 금덩이로 변해버렸다는 미다스왕처럼 말이다.
아이폰을 만들어 세상을 확! 바꿔놓았던 사람, 애플의 스티브 잡스, 지금도 병상에 누워 식물인간으로 지내는 S그룹의 총수를 봐도 그렇다.
이상한 술잔, 계영배 (戒盈杯)가 떠오른다. 조선후기 거상 임상옥(林尙沃, 1779~1855)이 곁에 두고 늘 자신의 과욕을 경계했다는 그 술잔,
계영배는 '가득참을 경계하는 잔' 으로, 술이 일정 이상 차오르면 술이 모두 새어나가도록 만든 잔이다.
장사꾼 임상옥은 이 잔을 교훈삼아 조선 최고의 상인이 되었던 것이다.
주역을 공부하는 분으로부터 들은 말이 있다. 財多身弱, 재물이 많으면 몸이 허약하다. 달리 말하면, 재물은 들어낼수록 몸이 튼튼해진다는 말씀! 기왕이면 그 재물을 고향 친구들을 위해 쓴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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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文秀 (1691∼1756).
본관은 고령(高靈), 자는 성보(成甫), 호는 기은(耆隱). 조선 후기 문신, 어사 박문수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탐관오리를 징치하고, 재정제도의 정비와 개편 그리고 군비의 확충까지 꾀하였다. 시호는 충헌(忠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