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쿵한시 절절 漢詩 #12
By박하.Mar 30. 2017
고전古典의 메아리 : 검색
한양의 봄을 그리며/
신광수
憶京春 /申光洙
북악촌에 살구꽃 날리면
맹가네 동산에 목련도 속속 피어나겠지
한식날 여강으로 돌아온 나그네,
새소리 들으며 홀로 사립문 닫는구나
紅杏初飛北岳村
홍행초비북악촌
辛夷欲發孟家園
신이욕발맹가원
驪江寒食東歸客
여강한식동귀객
啼鳥聲中獨閉門
제조성중독폐문
*辛夷ㅡ목련을 뜻함.
이른 봄, 살구꽃이 바람에 분분히 날리면, 이어서 목련이 핀다. 가지마다 봉긋봉긋 솟더니 층층이 봉기하듯 핀다.
북악촌은 한양의 궁궐 밖 세도가를 뜻하는데, 댓구對勾인 맹가네 목련은 무얼 뜻하는 걸까? 또 새소리 속에 사립문을 여는 게 아니라, 닫는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왠지 분위기가 수상쩍다. 봄이라도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
여강은 남한강 상류로서 조선조 왕실은 물론, 권세가들이 자주 찾던 신륵사와 산소들이 많은 곳, 한식날이면 으레 이곳으로 고관대작들이 몰려 왔을 터.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문을 닫다니, 혹시나 새소리가 권력에 아첨하는 알랑방귀 소리로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
한편 조선조에는 집안에 목련을 심지 않았다. 거의 금기였다. 왜 그랬을까? 이른 봄에 활짝 피었다가, 채 열흘도 못가 떨어지는 꽃, 질 때는 얼마나 처절한가? 순백의 절정에서 흠씬 매타작을 당한듯 시커멓게 멍이들어 후두둑 떨어진다.
그래서 그런지 목련을 다룬 漢詩도 아주 드문 편이다. 꽃에 무슨 죄가 있다고? ㅋㅋ
(*중국에서는 목련을 辛夷 또는 玉蘭이라 하고, 목련은 전설 상의 남장 장수, 화뮬란(花木蘭 ㅡ만화영화 뮬란)에 나옴.)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나마 엄정행의 절창! <목련화> 덕분에 조선조의 금기가 지금은 거의 잊혀져가고 있는 중이다. ㅡ박하 생각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申光洙: 1712(숙종 38)∼1775(영조 51). 조선 후기 문인.
본관 高靈 자는 聖淵, 호는 石北) 또는 五嶽山人. 뒤늦게 39세 때에 진사에 올라 벼슬을 시작하였다. 사실적 필치로 농촌의 피폐상과 관리의 부정과 횡포, 하층민의 고난을 시로 다루었다.
신광수의 시에 대하여 교우 채제공은 “득의작(得意作)은 삼당(三唐)의 걸작에 견줄 만하다.”고 하였다.
『석북집』을 남겼다.